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혹시 진짜 살인에 관심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세계대전이 휩쓸었던 20세기 초중반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 소설’ 장르에서 최고 걸작이자 고전으로 이름 높은 작품. 영국의 추리소설가인 주인공 래티머가 어느 날 터키에서 시체로 발견된 악명 높은 국제적 범죄자이자 스파이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에게 흥미를 갖게 되고, 유럽 곳곳을 오가며 그의 현란한 범죄 인생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체를 숨긴 채 유럽 각국의 온갖 범죄에 관여해온 수수께끼 같은 악당 디미트리오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서서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반전과 서스펜스를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에 드리운 충격적인 악의 실체를 파헤친다.

 

 

 

 

 

 

 

  

타겟티드
브리태니 카이저 지음, 고영태 옮김, 한빛비즈 펴냄

“웹페이지들이 ‘쿠키를 허용해야 합니다’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적 있는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영국 회사는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불법으로 수집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데 이용했다. 데이터는 우리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우리의 초콜릿 취향을 교묘하게 조종할 수 있다. 대선 후보라고 왜 안 되겠는가.
이 사건은 현대 민주주의에 핵폭탄과 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데이터를 이용하여 누군가 당신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다면, 그래서 투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을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사업개발 이사 출신으로, 이 핵폭탄 같은 사건의 내부고발자였다. 이 책은 데이터 시대를 상징하는 스캔들의 생생한 기록인 동시에,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질문하는 중요한 책이다.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김훈·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416합창단은 그 야만적 현실 속에서도 슬픔과 그리움, 희망과 사랑을 노래했다.”

“월요일마다 모여서 노래 부르던 작은 모임이 합창단이 되었다. 합창단 멤버들 중에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학생의 부모도 있고, 살아서 돌아온 학생의 부모도 있고, 학부모는 아니지만 같은 동네 이웃들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관련 행사에서만 노래한 것은 아니었다. 부당해고를 당한 KTX 승무원, 휴대전화를 만들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노동자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 앞에서 그들은 노래했다.
세월호 참사 6주기. 2014년 12월 작은 노래모임에서 시작해 5년간 270여 회 공연해온 416합창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소설가 김훈·김애란의 글, 416합창단의 공연 일지와 세월호 유가족의 손편지, 녹음 CD 등이 실렸다.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이현화 지음, 유유 펴냄

“사방에 막대기를 휘둘러도 걸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저자는 25년 가까이 편집자로 일하며 참고서, 에세이, 문학, 인문서까지 온갖 분야의 책을 만들어왔다. 맹렬히 일하던 서른여덟, 모처럼 떠난 터키 여행에서 과연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회의가 시작되었다. 2년 전 봄, 출판사를 차렸다. 처음엔 서점을 생각했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시작할 때의 좌충우돌을 담았다. 정성껏 책을 만들고 소박하게 살기 위해 월 200만원 버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널리, 많이 책을 알리고 팔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출판사 종사자가 아니라도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물론 부제를 보면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다. ‘선수 편집자에서 초짜 대표로.’ 과연, 이 분야 선수가 되는 게 먼저겠다.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조슈아 웡 지음, 함성준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민주운동은 결코 한 세대에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과 8월, 홍콩에서 일어난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을 취재했다. 시위에 나온 홍콩 시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낀 건, “이번에도 실패하면 홍콩의 미래는 없다”라는 감각이었다. 무기력, 공포, 좌절감, 분노, 희망이 뒤섞인 감정이 거리마다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기엔 분명 실패로 끝난 우산혁명이 굵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책은 국민교육 반대 운동이 시작된 2013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조슈아 웡이 현장에서 직접 써내려간 일지다. 학생운동 단체인 학민사조를 설립해 홍콩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 과정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위한 70일간의 점거가 막을 내린 이후의 이야기가 담겼다. 오늘날 홍콩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되짚어봐야 할 5년 전의 기록이다.

 

 

 

 

 

 

 

  

뉴욕 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 공공도서관 지음, 배리 블리트 그림, 이승민 옮김, 정은문고 펴냄

“어느 날 창고에서 오래된 질문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뉴욕 공공도서관(NYPL)을 검색해보자. 책과 지식을 사랑하는 사서 집단이 마음먹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 이 정도까지 ‘덕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런 도서관이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IN’ 서비스처럼 작정하고 Q&A를 제공한다면? 이 엉뚱한 기획이 흥미로운 지적 유희가 되어 결국 책으로 엮였다.
질문은 짓궂고 기상천외하다. “눈썹 모발의 성장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인육은 영양가가 얼마나 높은가요?” “나폴레옹의 뇌 무게는 얼마였나요?” 상식을 벗어나는 질문에 도서관은 유머를 잃지 않고 친절하고 진중하게 답변한다. 그리고 그 답변 속에는 언제나 더 큰 질문으로 나아갈 지식의 이정표가 담겨 있다. 진정한 사서란 이런 것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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