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을 찾아서
최원식 지음, 돌베개 펴냄

“아직도 전선 열두 척이 있으니.”

‘이순신 숭모’라는 ‘근대적’ 현상을 분석한다. 임진왜란 이후의 논공행상과 실록 등의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근대 이전의 이순신은 민족·국민보다는 임금에 충성하는 신하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러한 이순신을 민족과 국민의 영웅으로 처음 호출한 이가 바로 단재 신채호다. 단재의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을 축으로 구보 박태원의 ‘이충무공행록’ 번역문,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등장하는 이순신, 김훈의 〈칼의 노래〉에 등장하는 이순신까지, 각각의 책에서 묘사된 이순신의 특징과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단재가 묘사한 이순신의 차이점을 거듭 설명한다.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우치다 햣켄 지음, 김재원 옮김, 봄날의책 펴냄

“은혜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건 인간 사회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노라는 부디 안심하길 바란다.”

길고양이로 키울 작정이었는데 어느 순간 집 안으로 들어와 눌러앉았다. 고양이 ‘노라’는 노부부만 살던, 적적했던 집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그런데 사라지고 말았다. 신문에 고양이를 찾는다는 광고도 내고 벽보도 붙이고 전단지도 돌렸다. 무려 2만여 장이었다. 소용없었다. 노인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매일 밤 울었다. 노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노라를 기다리는 동안 이번에는 ‘쿠루’가 눌러앉았다. 어떤 존재의 빈자리는 다른 존재로 채워지지 않는다. 비워둔 채 살아야 한다. 노라를 잃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격렬한 감정을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작가로서 기록했다. 역자가 그러했듯 이 책을 만난 독자들 역시 앞으로는 반려동물 실종 전단을 그저 지나칠 수는 없을 테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은행나무 펴냄

“전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

전염의 속도는 예상을 뒤집었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기 시작했다. 감염자 수는 급격히 늘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애도의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전 세계 지도는 붉게 물들었다. 바이러스에게 국경은 존재하지 않았으나 철저히 봉쇄되었다.
이탈리아 국적의 작가인 저자는 로마에 살지만, 더 이상 로마에 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무부가 정한 확인증을 소지해야만 아내와 교대로 식료품을 사러 나갈 수 있고, 쓰레기를 내다버릴 수 있다. 텅 빈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지나며 해방 대신 불안감만 느낄 뿐이다. 저자는 ‘전염의 시대’는 천재지변이 아니며, 과거에 발생했고 앞으로도 벌어질 일이라고 진단하며 현상의 이면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옳다
이용덕 지음, 숨쉬는책공장 펴냄

“이제는 나로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2019년은 거리에서 보내다시피 했다. 서울요금소 캐노피에서, 청와대 앞에서, 대법원 앞에서,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농성이 145일간 이어졌다. 빨간색 띠를 머리에 두른 중년 여성들은 거리에서 밥을 먹고, 잠을 청했다. 감정노동, 갑질, 고용불안, 성폭력을 견뎌왔지만 회사로부터 들은 메시지는 ‘계약 만료’였다. 여성·비정규직·서비스직 노동자 문제가 이들을 가로지른다. “우리 문제로 시작했지만 투쟁할수록 왜 싸워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톨게이트 노동자 A씨의 말이다. ‘우리가 옳다, 직접고용 쟁취하자’라는 말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줄기차게 외쳤던 구호이자 서로를 위로하는 언어였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보낸 용감한 기록이다.

 

 

 

 

 

 

 

 

나쁜 나라가 아니라 아픈 나라였다
이승철 지음, 행성B 펴냄

“‘자기 속박 사회.’ 일본을 알아가면서 내가 일본 사회를 규정한 첫 정의였다.”

KBS 기자인 저자가 2016년부터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쓴 일본 사회 르포다.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본 일본은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예의 바른 듯하지만 경계 짓기가 몸에 배어 있고, 어지간해선 나서는 법이 없으며 집단성에 목을 매는 사회.’ 일본에서는 어째서 시위가 잘 일어나지 않는지, 정부 신뢰도는 왜 이렇게 높은 건지 일본에 관해 한 번쯤 품었던 궁금증이 해소된다. 특히 이지메 문화부터 피해자 책임론, 과로 자살 등 어긋난 집단주의가 개인과 공동체를 말살한 징후들을 구체적 사례로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동시에 한국은 과연 ‘아픈 나라’가 아닐까 비교하면서 읽게 된다.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
이은경 지음, 클 펴냄

“그리고 자기만의 운동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체육관 화장실의 문고리는 고장 나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 어차피 다 남자라서 굳이 문을 잠글 필요가 없었다. 운동이 끝나면 다들 덥다며 웃통을 까고 돌아다니곤 했다. ‘내가 남의 늘어진 뱃살을 봐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면 운동이 끝나고 치킨 앞에 앉아도 입맛이 떨어졌다. 체육관에 다니는 여자가 나 혼자였을 때 이야기다. 지금 체육관에 가면 여자가 더 많을 때도 있다. 화장실 문고리는 튼튼하게 새로 달렸고, 자존감이 무척 높은 사람(보통 몇 달 안에 그만둘 확률이 높다)만 자신 있게 웃통을 풀어헤쳤다가 야유를 받는다.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야유를 하는 나는 든든함을 느낀다. ‘운동하는 여자가 운동하는 여자를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느낀 점이기도 하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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