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모든 걸 다 가졌다고 믿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파우스토였어요.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가진 걸 살펴보기로 했어요. 파우스토가 꽃에게 말했어요.

“넌 내 거야.”

“맞아요. 난 당신 꽃이에요.”

파우스토는 만족하며 발걸음을 옮겼어요 (〈바다야, 너도 내 거야〉 중에서).

그다음, 파우스토는 양을 찾아가 “넌 내 거”라고 우겼지요. 양은 아마 그럴 거라고 대답합니다. 꽃이 그랬던 것처럼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정말 이 세상 모든 꽃과 양과 호수와 산과 바다가 파우스토의 것일까요? 그럴 리는 없지 않을까요? 왜 꽃과 양은 순순히 파우스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걸까요? 그는 정말 만물의 주인일까요?

올리버 제퍼스 작가의 〈바다야, 너도 내 거야〉는 그림책입니다. 글과 더불어 그림을 자세히 보아야만 비로소 파우스토가 어떻게 만물을 갖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파우스토는 아름다운 꽃을 보고는 자기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림을 보면, 단지 주장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꽃을 꺾어서 양복 윗주머니에 꽂습니다. 줄기가 꺾여 주머니에 꽂힌 꽃이 참담한 마음으로 대답한 것입니다. “맞아요. 나는 당신 꽃이에요.”

양을 만난 파우스토는 양에게도 자기 거라고 주장합니다. 연약한 양은 대답합니다. “아마 그럴 거예요.”

그는 기분이 좋아져서 떠납니다. 그림을 보면 양이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밝혀집니다. 양의 엉덩이에 ‘내 거’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파우스토는 꽃에게 그런 것처럼, 양에게도 폭력을 썼습니다. 이것이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는 방식입니다. 어쩌면 모든 소유는 범죄일지도 모릅니다.

과연 인간이 호수와 산, 바다를 소유할 수 있을까요? 지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호수와 산, 바다에는 개인이든 국가든 소유자가 있습니다. 인간은 폭력으로 자연에 자기 이름을 새겼습니다. 자연은 단 한 번도 인간의 소유를 허락한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자연과 지구에 대한 인간의 범죄

그리고 인간이 지구를 소유한 결과,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빈부격차, 전쟁, 멸종위기 동물들입니다. 이제 폭력적인 소유욕을 버리고 공존의 길을 찾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인류는 스스로 멸종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그 누구도 나를 소유할 수 없듯이 인간은 자연과 지구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알몸으로 태어나 자연의 보호와 양육을 받고 지구를 빌려 쓰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바다야, 너도 내 거야〉라는 제목은 ‘바다야, 너도 내 거야’라고 쓰고 ‘인간아, 너도 자연 거야’라고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대다수 인간들은 자신의 욕망을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선한 정부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자유는 보장하되 인간의 범죄는 막아야 합니다. 인간이 자연과 지구에게 가하고 있는 폭력은 이미 그 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자연과 지구에 대한 인간의 범죄를 중단시킬, 선한 정부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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