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지금 세계경제가 붕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사 제목처럼 팬데믹으로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2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약 -30%, 올해 중반 실업률이 15%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봉쇄로 인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한다. 미국은 -5.9%, 유로존은 -7.5%, 일본은 -5.2%다. 하반기에 전염병이 진정된다면 내년에는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팬데믹의 충격은 이동 제한과 봉쇄로 공급 측에서 생산이 멈추는 데서 시작되었다. 생산이 멈추면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들어 수요 측의 충격을 낳고 이는 다시 불황과 파산의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무너지면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 코로나 경제학의 핵심은 노동자들의 해고와 기업 파산에서 시작되는 이 연쇄 충격을 막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엄청난 경제 개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언했으며 트럼프 정부는 GDP의 10%가 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독일은 코로나19에 대응하여 GDP의 5% 재정 확대와 그보다 5배나 더 큰 금융지원책을 발표했다. 유럽 국가들은 고용유지를 위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전통적인 자본주의 질서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연준의 자산은 막대한 국채 매입으로 3월 초 4조2000억 달러에서 4월8일 6조1000억 달러로 불어났고, 정크본드로 전락한 회사채도 매입하기 시작했다. 정부 부채비율이 높은 유럽에서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통화 발행에 기초한 재정지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페인의 저명한 주류 거시경제학자 갈리는 지금이야말로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가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한다. 4월9일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은 일시적이지만 정부의 중앙은행 계좌의 규모를 확대하여 통화 발행에 기초한 재정지출의 길을 열었다.

또한 일자리를 유지하고 국민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돈을 지출하는 것도 놀라운 변화다. 의료기관이나 항공산업 등의 부문에서는 정부가 민간기업을 국유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영국 저널리스트 폴 메이슨은 불가능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가능해지고, 이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좌파 학자들은 정부가 돈을 찍어내고 재정을 퍼붓는 것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비판한다. 이윤율이 낮은 현실에서 사적 자본의 투자가 회복되기 어려우며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의 사회적 구조는 강고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투자 크게 확대해 일자리 만들어내야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붕괴는 경제체제가 진보적으로 전환되는 모멘텀이 될지도 모른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흑사병은 노동력을 부족하게 만들어 봉건사회가 무너지는 배경이 되었다. 한 실증연구도 팬데믹 이후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하락했지만 임금은 높아졌다고 보고한다. 물론 심각한 불황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팬데믹과 싸우는 전시경제 상황에는 국가와 시민이 시장과 자본보다 우위에 서게 되어 2차 세계대전 이후와 같이 불평등이 개선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 경제위기 이후 레이건과 대처가 대표하듯이 경제사상과 정책이 보수적으로 전환되었고 노동자들의 힘은 약화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러한 질서에 타격을 주었지만 반대 방향으로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심대한 경제위기가 대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위기를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정치적 노력에 달려 있다. 특히 막대한 재정을 사용하여 약자를 위해 직접 지출하고, 그린뉴딜이 주장하듯 정부의 공공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많은 이들은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우리가 돌아가지 말아야 할 것은 이전의 경제체제다.

기자명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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