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4일은 신기록의 날이었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최초로 중국인 출입국자 0명! 나는 좀 무섭다. 당신은 어떤가?
이튿날인 4월5일,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코로나 사태의 주범은 문재인 정권”이라고 일갈했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문을 활짝 열어놓는” 바람에 지금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올해 초부터 중국인 입국을 통제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엄청난 확산세와 높은 사망률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는다.
유 의원은 야권의 경제통이자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왔다. ‘한국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 입국금지를 단행해야 했나’는 진지한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친중(親中)이라 그랬다’는 식의 정치공세는 저급하다. ‘중국인 입국금지의 사회적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컸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상식적이지 않나? 중국인 입국금지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사회·경제적 비용이 엄청나게 컸으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문재인 정부는 친중’이란 패러다임이 활개 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원조는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와 극우 유튜버들. ‘박근혜 탄핵의 배후는 중국’ ‘정치권 586들은 극렬 친중’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더니 심지어 자신들끼리 서로 ‘친중’이라며 모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586이 친중? 차라리 586에 대해, 입으로는 미국을 비판하면서 아들딸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위선자라고 비판하면 고개를 주억거릴 용의가 있다. 586은 반독재 투쟁 덕분에 정치체제에 대한 눈은 좀 높은 편이다. 일당독재와 미숙한 법치주의, 엄청난 빈부격차, 약자는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는 자칭 사회주의 국가에 어떻게 미혹될 수 있겠나?
줄기차게 경제 기사만 써오다 보니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주변 대국과 시비의 소지가 생길 때마다 겁을 먹는다. 이 나라들과 한국을 잇는 생산-소비의 사슬이 때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통이라는 유승민 의원까지 쓸 데라곤 저급한 정치적 공세 외엔 없는 ‘반중’을 들고 나오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은 반미, 반일은 물론 반중을 해서도 안 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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