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을 채워나갔다. 회사명, 정규직 기자 숫자, 연간 매출 등을 적어 넣었다. ‘이 펀딩 자금이 코로나19 위기 동안 여러분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2000자 이내로 답하라는 질문 앞에서 자판을 멈췄다. 되돌아보았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 특별취재팀을 꾸렸다. 심층 보도로 중심을 잡았다. 전문가들과 기획을 함께했다. ‘주간 코로나19’를 비롯해 코로나19가 드러낸 ‘약한 고리’ 시리즈 등을 이어가고 있다. 부족한 면도 있지만 주변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장정일 소설가도 이번 호 ‘독서일기’에서 〈시사IN〉 특별취재팀을 언급했다(팬데믹, ‘적녹 연대’가 절실하다 기사 참조). 코로나19 특별 페이지(covid19.sisain.co.kr)를 따로 만들었고 영어 특별 페이지(eng.sisain.co.kr)도 업데이트하고 있다. 코로나19 최신 기사도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다. 언론 기업으로서 이익보다 공동체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런 활동 내용을 적자니 2000자가 훌쩍 넘었다. 핵심만 추려 다시 입력했다.

구글 ‘저널리즘 긴급구제 펀드’ 지원서를 썼다. 기자가 100명 이하인 언론사에 한해 심사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 기업의 발상이 신선했다. 정작 한국의 뉴스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나 다음은 왜 이런 발상을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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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 추세다. 안심할 수 없다. ‘2차 파도(Second Wave)’에 대비해야 한다. 변진경·김영화·나경희 기자가 이 문제를 짚어봤다. 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왔다.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 소비자 사이에선 차라리 이번 참에 망하는 언론사가 나오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언론이 어쩌다 이렇게 신뢰를 잃었을까? 제구실을 못한 언론의 자업자득일 수 있다.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때만이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다. ‘뉴스와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는 21세기 지식경제 사회의 핵심인 대학이나 교육기관처럼 공공재’다(줄리아 카제, 〈미디어 구하기〉). 다른 언론에서 볼 수 없는, 데이터에 근거한 4·15 총선 분석 시리즈 기사를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올렸다. 이 기사를 보면 줄리아 카제 교수의 말이 왜 유효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으킨 경제 쓰나미는 우리 사회 ‘반지하 생태계’부터 범람시켰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기재부) 관료들은 높은 빌딩 위에서만 근무하는지 낮은 곳의 상황을 모른다. 몇 주간 긴급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70%를 고집하다가 전 국민 지급으로 물러섰다. 정부지출을 금기시하는 기재부의 ‘의도적 사보타주’로 보인다. 기재부 고위 관료들은 숫자와 퍼센트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시라. 이 정부 핵심 모토가 ‘사람이 먼저다’였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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