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에 나온 그 노래의 사연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626
  • 승인 2019.09.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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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 이 곡은 그 자체가 착취의 역사를 안고 있다. 이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
ⓒAP Photo포크의 전설 피트 시거는 “원작자에게도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곧 아프리카로 출국한다. 나는 지금 존 콜트레인의 걸작 ‘아프리카’를 감상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아프리카, 당연히 낯선 땅일 수밖에 없다. 아니다.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음악을 들어왔으니 정서적으로는 좀 가깝다고 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부디 호기심이 두려움을 잘 다스려주길 바랄 뿐이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노래를 조사한다면 어떨까. 두 곡 중 하나가 1위를 먹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토토의 ‘아프리카’, 그리고 저 유명한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Wimoweh)’이다. 토토 곡의 경우, 정작 아프리카에 가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곡한 것이니 논외로 치려 한다. 내가 해묵은 곡인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Wimoweh)’에 대해 굳이 쓰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보통 아프리카를 부당하게 착취당한 자들의 대륙으로 기억한다. 이 착취의 역사를 상징하는 곡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다.

과정은 이렇다.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Wimoweh)의 원곡은 줄루족 언어로 1920년대에 처음 작곡되었는데 ‘Mbube(음부베)’라고 불렸다. ‘사자’라는 뜻이다. 이 곡을 만든 사람은 솔로몬 린다. 녹음 당시 그는 이 곡이 앞으로 1500만 달러 정도의 저작권 수익을 올릴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긴, 2000년대 중반까지 그와 그의 가족에게 돌아간 돈은 정확히 0원이었다.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노래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조차 없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그는 글을 읽지 못했다.  

이후 스토리는 예상 그대로다. 곡의 가능성에 눈뜬 미국의 거대 음반사들이 계약서를 유리하게 조작해 공짜로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줄루족 언어에는 관심도 없었기에 ‘Mbube’를 잘못 듣고 ‘Wimoweh’라고 잘못 표기하는 무례도 저질렀다. ‘Wimoweh’로 가장 처음 히트를 기록한 뮤지션은 포크의 전설 피트 시거였다. 그가 속한 그룹 위버스(The Weavers)는 이 곡으로 떼돈을 벌었다.  

2017년에야 이뤄진 반쪽짜리 합의  

피트 시거는 약과였다. 그는 적어도 “원작자에게도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라고 음반사에 얘기라도 했던,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 인물이다. 기실 ‘Wimoweh’가 글로벌 단위로 사랑받은 건 작사가 조지 데이비드 바이스가 1961년 이 곡을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The Lion Sleeps Tonight)’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바꿔 공개하면서부터였다.
밴드 토큰스(The Tokens)는 이 곡으로 영국 차트 1위에 올랐고, 이 외에도 수많은 가수와 밴드가 커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1994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개봉이 결정타였다.

솔로몬 린다의 후손들과 디즈니 사이 최종 합의는 2017년에야 이뤄졌다. 보상금은 받았으되 추후 곡에 대한 권리에서는 철저히 배제당한, 반쪽짜리 결과물에 불과했다. 나는 지금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을 듣지 말자거나, 〈라이온 킹〉을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게 원작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어서 이 글을 쓴다. 과연 아프리카에 직접 가서 듣는 ‘더 라이온 슬립스 투나잇 (Wimoweh)’, 아니 ‘음부베’는 어떤 느낌일지, 여행 잘 다녀와서 감상문을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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