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뮤직코리아밴드 ‘툴(Tool)’이 13년 만에 신곡 ‘피어 이노큘럼(Fear Inoculum)’을 발표했다.

지금도 잊지 못한다. 2006년 8월15일. 광복절이었고 메탈리카의 내한 공연이 있었다. 예매는 필수였다. 아직 팔팔했던 터라 과감하게 스탠딩석으로 표를 지르고 서울 잠실주경기장에 들어섰다.

내가 2006년 8월15일을 오매불망 기대한 이유는 또 있었다. 메탈리카 공연에 앞서 진행되는 오프닝이 밴드 ‘툴(Tool)’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툴’이라는 글자를 보고 흥분했다면 당신은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다. 툴은 이런 밴드다. 아는 사람들은 열광하고,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를 확률이 높다. 간단하게, 그들은 마니악한 밴드다. 이 마니악함이 ‘글로벌 단위’로 확장된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충성스러운 마니아 집단이 존재하고 이를 합산하면 록의 거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툴이라는 밴드가 정확히 이런 경우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8월15일에는 불행하게도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객이 별로 없었다. 면전에서 툴이 끝내주는 라이브를 뿜어내고 있는데도 대부분이 “메탈리카 빨리 나와”라며 야유를 보냈다.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태도를 조금은 탓하고 싶다. 툴은 극강의 라이브 실력으로 유명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각각의 연주는 완벽했고, 밴드 하모니에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그들은 예수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셨건만 그들은 애초부터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하긴, 그것이 어떤 음악이건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좋게 들릴 수 없는 법이다.

심지어 메탈리카의 오프닝 아닌가. 천하의 메탈리카가 아무 밴드나 자기들 앞에 세울 리 없다는 건 의견이 아니라 팩트에 가깝다. 당시 툴은 통산 4집에 해당되는 〈10,000 Days〉를 막 발표한 상태였다. 이 음반, 전작인 〈라테랄루스 (Lateralus)〉(2001)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매체와 하드코어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250만 장 넘게 판매고를 올렸다. 무대 위에서 그런 푸대접을 받은 건 전 세계를 통틀어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날의 목격자로서 이것은 추측이 아닌 확신이다.

어쨌거나 툴의 신곡이 발표됐다. 2006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툴은 무엇보다 과작 밴드로 악명이 높다. 여기에 더해 음악에서 비타협적 자세를 고수한다. 맞다. 그들의 음악에 접속하려면 별도의 코덱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 이게 설치된 사람은 13년이 지나도 열광적인 환호를 보낼 확률이 높다. 지금 체크해보니 신곡 ‘피어 이노큘럼(Fear Inoculum)’의 유튜브 조회수가 750만 회를 넘었다. 그런데 이 곡, 무려 10분이 넘는다.

반복 청취를 고려하면 글쎄, 대략 200만명이 이 곡을 감상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주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고, 구성은 복잡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10분이라는 시간을 튼실하게 지탱한다. 누구에게는 전에 없는 희열을 던져주겠지만 누구에게는 그저 난수표에 불과할 음악이다. 이 간극은 앞으로도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바로 그 점이 툴의 팬들이 툴을 듣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동영상 밑에 달린 댓글 중 하나로 글을 마친다. “지난번 툴의 신곡을 들었을 때 난 고등학생이었지. ‘Fear Inoculum’이 발표된 지금 나는 기혼이고, 애가 3명 있어.”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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