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을 권했다. 만취하라는 건 아니었다. 반주 정도였다. 팟캐스트 ‘시사인싸’ 녹음 때 긴장을 풀라고 나름 ‘팁’을 주었다. 이종태 기자는 한 잔만 먹고 갔다. 부족했나 보다. 함께 녹음을 한 윤원선 온라인 에디터는 “조금 더 마시고 녹음해야 할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기자가 ‘매력 포인트’를 발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매력은 ‘욕’이다. 이 기자는 충분히 욕먹을 대상에게 욕을 한다. 대상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합리성이 결여된 ‘원칙’을 강변하는 이들이 주로 욕을 먹는다. 이 기자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을 참지 못한다.
이 기자는 실사구시 쪽에 서 있다. 오른쪽, 왼쪽을 넘나든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도 그렇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 기자는 부경대를 자주 다녀왔다. 부경대 산업생태계 연구팀의 연구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연구팀은 방대한 데이터에 근거해 한국 경제 현실을 짚었다. 모든 업종의 170만여 개(11년치) 기업 정보 중에서 주요 표본 5만4000개를 추출했다. 이들 사이 관계를 살폈다. 이른바 대기업인 선도기업, 대기업의 거래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는 협력기업, 그리고 이들과 무관한 독립기업의 관계와 각각 재무상태까지 살폈다. 선도기업 중심의 거래 네트워크에 포함된 업체, 즉 협력업체가 무려 전체 기업 가운데 46%였다. 독립기업은 54%였지만 이 독립기업 가운데 27.5%는 정부 발주 사업에 기댔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한국 중소기업의 주력은 협력업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경제민주화 담론의 초점은 재벌 개혁으로 모아졌었다. 재벌해체론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재벌만 없어지면 중소기업이 살아나고 세계적인 강소기업도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횡행했다. 정반대로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대기업의 탈법마저 옹호하는 ‘주장’을 폈다. 이렇게 양쪽의 주장은 늘 간극이 컸고, 팩트체크는 부실했다. 이번 커버스토리 기사에 소개된 연구는 데이터로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 논파했다. 특히 데이터에 근거해 재벌해체론의 위험성을 짚었다. 한국 경제 생태계의 축이 재벌을 중심으로 이미 형성되어 있다. 이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대안이 나올 수 없다.
이종태 기자의 고민은 경제 기사 쉽게 쓰기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사례도 많이 든다. 이 기자가 〈시사IN〉 팟캐스트 ‘시사인싸’ 중 ‘경제인싸’에 고정 출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오늘도 팟캐스트 방송 녹음을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경제 기자’의 ‘경제인싸’를 들어보길 권한다. 독자에게 드리는 ‘팁’ 하나. 기사를 읽고 들으면 더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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