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직선이었다. 에둘러 묻지 않았다. 3월25일 홍콩기자협회 소속 저널리스트 18명이 편집국을 찾았다. 크리스 영 홍콩기자협회장이 지난해 12월 ‘탐사보도와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열린 ‘2018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2018 SJC)’에 참가한 인연이 이어졌다.
각기 다른 언론사 소속 기자·PD 등이 질문을 쏟아냈다. 경영 상황, 독립언론, 탐사보도, 디지털 전략…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단순 방문으로 여겼는데 청문회를 당했다. 있는 그대로 답했다. “정기독자 구독료에 수익의 70~ 80%를 기대고 있다. 최근 독자가 감소 추세다.” “탐사보도와 심층 분석이 갈 길이다.” 이들이 부러워하는 건 따로 있었다. 〈시사N〉 창간 과정이었다. 시민들이 정말 돈을 모아주었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이들로부터 청문회를 당하며 초심을 다시 되새겼다.
크리스 영 기자협회장보다 한 해 앞서 ‘2017 SJC’에 초청된 이가 있다. 스페인에서 1976년 창간한 정론지 〈엘파이스〉의 호세 마리아 이루호 탐사보도팀장이다. 경력 30년차인 그는 ‘오데브레트 게이트’ 취재를 지휘하며 특종 행진을 이어간 주인공이다. 2016년 불거진 이 사건은 스페인·브라질·에콰도르·파나마 등 중남미 12개국에 걸친 초대형 게이트였다.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트가 수주를 따기 위해 중남미 정치인 수백명에게 검은돈을 건넸다. 그가 이끄는 〈엘파이스〉 탐사보도팀은 방대한 자료 분석에 이어 3개월간 추적한 끝에 숨은 내부자를 찾아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창간 10주년 특별 기획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취재차 스페인 〈엘파이스〉를 찾은 김동인 기자와 인터뷰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론지일수록 좀 더 깊이 들어간 정보, 우리만의 정보를 가져야 한다. 탐사보도는 이 점에서 다른 언론과 차이를 만들어준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 피습 사건을 접하며 이 말이 떠올랐다. 이 사건을 전하는 국내 언론은 미국 언론에 기댔다. 사건의 배후에 ‘자유조선’이라는 민간단체가 있다거나 “폭력행위는 없었다”라는 자유조선의 성명을 그대로 번역해 전달했다. 팩트 검증 없는 이른바 ‘버벌 저널리즘(따옴표 저널리즘)’의 전형이었다.
김동인 기자가 이루호 〈엘파이스〉 탐사보도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흔쾌히 원고 청탁에 응했다. 이번 호에 그가 발로 뛰며 취재하고 확인한 팩트가 담긴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올렸다. 30년차 베테랑 기자인 이루호 탐사보도팀장은 마지막 마감 순간까지 팩트를 업데이트했다. 지난 일주일 사이 수정 원고가 스페인과 한국을 오가는 동안 나는 다시 한번 팩트의 힘을 느꼈다. 그 분명한 힘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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