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인근 녹음실에 박주민 의원이 들어서자 무엇보다 양복 깃에 눈길이 갔다. 배지가 여럿 달려 있다. 동백꽃 배지는 제주 4·3과 관련이 있고, 어떤 배지는 청소년 참정권을 넓히자는 뜻을 담고 있다. 그중 하나, 노란색 나비 브로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4월8일, 〈시사IN〉 팟캐스트 ‘시사인싸’가 박주민 의원을 녹음실로 초대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법농단까지 여러 주제의 대화가 오갔다. 사회자 최광기씨, 김은지·김연희 기자와 ‘초대 손님’ 박주민 의원이 한 시간 동안 나눈 내용을 재구성해 정리했다.

 

ⓒ시사IN 신선영4월8일 ‘시사인싸’에 출연한 박주민 의원, 김연희 기자, 최광기 사회자, 김은지 기자(맨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4월16일이면 세월호 참사 5주기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기도 했고, 감회가 남다르겠다.

당시 대한변협 차원에서 변호사 두 명이 먼저 현장에 가 있었다. 두 명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들고, 가족들과 계속 붙어 있을 변호사가 더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으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가족들과 동행하면서 그분들의 어려운 점을 좀 해결해드리는 역할이었다. 해결해드린 건 많지 않지만, 그렇게 2년을 같이 보냈다.

지난 총선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는데, 지금도 자주 연락하나?

안산에서 열리는 가족들의 정식 회의에는 못 가고 있다. 대신 가족 몇 분과 일주일에 한 번씩 현안 점검하는 회의를 한다.

고 김관홍 잠수사 장례식장에서 참 많이 우는 모습을 보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김관홍 잠수사의 아이들과도 식사를 한다. 김 잠수사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난다. 마음이 많이 아프고. 민간 잠수사들의 피해를 지원하고 치료 관련 내용을 담은 ‘김관홍법’을 발의했다. 상임위는 통과했는데 법사위에 막혀 있다. 국가의 공백을 자발적으로 메워주신 분들이 그 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입거나 피해를 봤으면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 생각인데… 어떤 당(자유한국당) 분들은 그걸 반대한다. 그분들이 정권을 책임졌을 때, 자기들의 요청으로 가셨던 분들인데, ‘싫다’는 게 전 이해가 안 된다. 법안 논의했다가 부결되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적절한 타이밍을 보고 있다. 20대 국회 내에서는 통과가 됐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좌절하고 힘들어할 때 옆에 있었다. 트라우마는 없었나?

같이 일한 변호사 두 명은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나는 안 받았다. 진짜 괜찮아서 안 받은 건지, 정신없어서 놓쳤는지 모르겠다. 심리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뭔가를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운 부분이 있다. 사실 제일 힘들었던 때는 국회의원이 된 뒤였다. 국회의원이 되고, 제1기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강제로 종료당했을 때다. 강제 종료를 막기 위해서 1기 특조위 관련 개정법안을 냈다. 당시 160명 넘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으니까 사실상 통과돼야 맞는 건데, 아예 논의조차 안 되는 거다. 유가족들은 1기 특조위 강제 종료를 막기 위해 광화문에서 단식을 했다. 그 상황이 정말 힘들었다. 국회의원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무력하구나. 정신적으로 거의 붕괴될 정도였다. 국회의원이 된 게 후회스럽고 괴롭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2기 특조위법을 제대로 만들자, 이런 생각이 들고, 해야 할 일이 생기니까 그 상황을 좀 이겨낼 수 있었다.

요즘 공수처 설치가 국회 쟁점이다. 공수처, 왜 필요한가?

15대 국회 때부터 공수처 얘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다른 목적보다도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범죄를 제대로 수사해서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를 만들자’ 이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그때 모델을 보면 수사권만 있지 기소권이 없었다. 부패 방지가 제일 원천적인 목적이었으니까.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검찰의 여러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검찰이 정권에 줄 대는 것도 문제였지만, 독자권력화하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더해졌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고 수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러려면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도 갖추어야 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 공수처가 필요하다.

논의는 오래되었는데, 왜 이렇게 공수처 만드는 게 어려운가?

첫 번째는 검찰의 집단적 반발 때문이다. 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암묵적으로… (계속 넘어간 것이다). 공수처가 생기면 (자신을 향한) ‘칼날의 총량’이 늘어난다고. 그리고 지금 국회가 151표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회선진화법이 있기 때문에 180표 이상이 되어야만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고 통과시킬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한 정당만 적극 반대해도 국회 통과가 안 되는 거다. ‘김학의 성폭행 의혹 사건’ 등으로 전에 없이 국민적 열망이나 요구가 높아졌는데, 자유한국당이 기를 쓰고 막고 있다.

‘사법농단’ 관련 법관 탄핵은 어떻게 되어가나?

지난해 9월부터 ‘법관 탄핵’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법관 탄핵과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표 계산을 해보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탄핵이 될 만큼의 표가 안 모인 것 같다.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국회 이슈가 선거법과 공수처로 넘어가면서 동력이 많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정리되면 한 번 더 시도해볼까 생각 중이다.

사법농단이라는 게 ‘국정농단’만큼이나 초유의 사건이었는데?

국정농단의 ‘끝판왕’이다. 내가 보기에 사법부에 빚지고 있는 정치인이 있는 건 확실하다. 또 그걸 넘어서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는 ‘인지 포획’이라는 게 있지 않나. 사법부를 비판하면 안 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 같다. 사법부도 당연히 견제받아야 한다. 삼권분립의 의미도 권한을 나눠놓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견제하라고 되어 있는 거잖나? 헌법이 법관의 자격과 법원의 조직을 입법부에서 법률로 정하도록 해놓았다. 법과 헌법을 위반한 재판이 이뤄지면 비판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믿고 있다. 또 보수 언론이 이런 사고체계를 자극하는 보도를 내놓으니까 ‘이게 진짜 그런 것 아니야?’ 하는 의원들이 많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같은 경우 재판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양상이 답답하게 돌아간다. 임종헌 전 차장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꺼내준 USB도 ‘증거가 안 된다’고 말한다. 또 증인을 200명가량 신청했다. 구속 기간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물리적으로 지금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마무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그렇게 많은 증인 신청을 받아들여주는 것 자체가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팟빵·팟티·아이튠스 팟캐스트에서 ‘시사인싸’를 검색하면 들을 수 있습니다(8회).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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