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대를 잡지 못합니다. 약속 장소를 찾아갈 때도 헤매기 일쑤입니다. 스마트폰 지도 앱을 봐도 방향을 헷갈립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분명 간 적이 있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돌고 돌았습니다. 자포자기. 전화를 했습니다. “삐삐 기자! 녹음실이 어디죠. 근처인 거 같은데.” 외로워도 슬퍼도 취재를 하는 ‘삐삐’ 김연희 기자가 한참 웃은 뒤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찾아간 지하 녹음실은 3~4평 정도였습니다. 거리의 사회자 최광기씨가 마이크 앞에 있었습니다. 그는 〈시사IN〉 독자 대표를 자처합니다. 매주 월요일, 작은 지하 녹음실에 ‘뉴스 요정’ 김은지 기자, ‘마타하리’ 윤원선 온라인 에디터, ‘욕쟁이’ 이종태 기자, 김연희 기자 등이 모입니다. 작가 겸 PD 역할은 차형석 기자가 맡고 있습니다.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시사IN〉이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시사인싸.’ ‘인싸’는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느닷없이 웬 팟캐스트 방송이냐고요? 너무 늦게 시작한 게 아니냐고요? 주진우 기자 등이 활약한 ‘나꼼수 열풍’ 땐 사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주 기자가 곧 〈시사IN〉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전성기 땐 프린트 미디어 가운데 팔로어 숫자가 많았습니다. 유튜브 시대에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 소스가 부족한 프린트 미디어의 한계입니다. 팟캐스트 방송은 유튜브 플랫폼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입니다. 원소스 멀티 플랫폼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시사인싸’는 팟빵, 팟티, 유튜브 〈시사IN〉 채널 등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길을 헤매고 헤매 녹음실을 찾아간 날, 주진우 기자가 ‘고별방송’을 했습니다(시사인싸 3회 2부 참조). 주 기자가 〈시사IN〉을 떠납니다(79쪽 기사 참조). 주 기자는 떠나도 떠난 게 아닙니다. 팟캐스트 출연이나 강연 등으로 〈시사IN〉과 협업을 이어갑니다.
주 기자도 한가하게 놀 팔자는 아닌가 봅니다. 주 기자가 팟캐스트 녹음을 마친 사흘 뒤, 그분이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 Ⅰ ‘이명박 청와대 140억 송금작전(제519호)’, MB 프로젝트 Ⅱ ‘다스는 누구 것(제523호)’, MB 프로젝트 Ⅲ ‘해외 계좌 찾았다(제530호)’, MB 프로젝트 Ⅳ ‘다스 주인은 이명박(제535호)’ 등 연속 커버스토리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그분의 구속과 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주 기자도, 〈시사IN〉도 시작했으니 끝을 보아야지요. 그분을 위한 특별 기획을 〈시사IN〉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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