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 밥 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밥 말리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를 봤다. 글쎄.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별 감흥은 없었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렁에 빠질 뻔한 영화를 위대한 밥 말리의 음악이 겨우 건져내준 작품이라고. 나는 영화평론가가 아니다. 따라서 개인 감상에 불과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약은 약사에게, 영화는 김세윤 작가에게.밥 말리가 누군가. 레게 하면 영순위로 떠오르는 이름이다. 과연 그렇다. 장르의 대표를 넘어 장르 그 자체가 된 음악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걸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자메이카 걸그룹의 가창력 논란 가수의 조건을 묻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과장을 조금 보태 가수와 라이브라는 단어를 21세기 들어 가장 많이 들은 지난 몇 주였다. 도화선이 된 건 4월13일 미국 인디오 사막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무대에 선 그룹 르세라핌이었다. 데뷔 2년이 채 되지 않은 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코첼라라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 초대된 이들은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 모습으로 몸을 내던지듯 무대에 등장했다. 대표곡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피어리스(FEARLESS)’ ‘더 K팝 메인 보컬 선배들에게 BTS 정국과 뉴진스가 건네는 말 [K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이돌 멤버 가창력에 순위를 매겨 줄 세우던 시절. 비단 팬들 사이에서만 유행한 유희가 아니었다. 오히려 평론가나 작곡가, 방송 관계자 등 전문가가 참여한 순위가 더 인기 있었다. 편향된 애정 없이 공신력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가창력 좋은 아이돌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정확한 음정, 풍부한 성량, 능숙한 기교, 수려한 고음. 쉽게 말해 MBC 〈나는 가수다〉나 KBS2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새 얼굴에 가까운, 그런 이들이었다 ‘SM타운’ 떠난 이수만, SM과 케이팝의 미래는? 임지영 기자 “나무 한 그루가 시작이 될 것입니다.” 2023년 새해 첫날, 이수만 당시 SM엔터테인먼트(SM) 총괄프로듀서가 나무심기 운동을 제안했다. SM 소속 가수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를 앞두고 열린 ‘SM 서스테이너빌리티 포럼’에서였다. 기후위기 이슈에서 케이팝과 한류의 역할을 강조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나와 SM’도 지구를 살리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동참하겠다며 올해 몽골에 ‘나무를 심고 지구를 살리는’ 음악 페스티벌을 열자고 제안했다.불과 한 달 뒤 ‘나무심기’는 이수 케이팝,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축소판 [K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케이팝 이야기를 하며 지겹게 들은 질문은 수도 없이 많다. 그 가운데 독보적으로 귀찮은 질문이 있으니 바로 ‘케이팝에서 가장 한국적인 요소는 무엇이냐?’이다. 이 질문이 까다로운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한국적’이라는 걸 누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국에서 나서 평생을 살고 있는 이라도, 누군가 ‘그래서 한국적인 게 뭐냐’고 물으면 보나 마나 뚱한 얼굴로 한복이나 하회탈 같은 걸 가리킬 것이 분명하다. 혹시나 맥락 없이 불고기나 떡볶이를 불쑥 들이밀어도 이상한 사람 취급만은 하지 말아달라. 한국인에게 ‘한국적’ ‘차린 건 쥐뿔도 없다‘는 이영지의 판, 언제까지 커질까 김영화 기자 스무 살이 된 래퍼 이영지가 꿈꿔온 삶은 이런 모습이었다. 헌팅 포차에서 우발적인 만남을 가져보고, 포차에서 어묵 꼬치 세다가 옆 테이블과 시비도 붙어보는 것, 또 길거리에서 누워 자다가 지갑 한 번쯤 뺏겨보는 경험. 하이퍼 리얼리즘처럼 디테일하게 펼쳐지는 그의 입담에 좌중이 폭소한다. 하지만 “역병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아무 로망도 실현할 수 없었단다. 10대에 데뷔한 연예인에겐 통과의례처럼 주어지는 질문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막상 성인이 되어보니 열리는 건 음원 사이트 19금 노래 듣는 것 정도?” 무대가 어디든 이영지의 케이팝 너는 누구냐? ‘난 알고 싶어요’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이정수 외 23인이 〈케이팝의 역사, 100번의 웨이브-케이팝 100대 명곡 리뷰 1992~2020〉(안온북스, 2022)을 내기 위해 협력했다. 1992~2020년 발표된 케이팝을 대상으로 명곡 100곡을 선정하고 순위 매기는 일에 참여했던 필자들은 선정된 곡마다 정성 들여 리뷰를 썼다.이 책의 의미를 찾으라면, 순위별로 목차를 만들지 않고 노래가 발표된 시간 순으로 100곡을 소개한 것을 꼽을 수 있지. 바로 그 때문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1992. 3.23)’는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방송 관계자, 음악산업 관계자들로 ‘20대 남자’와 다른 ‘신세대’는 누구일까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망가진 행성에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할머니 〈88만원 세대〉를 읽던 해를 떠올려봅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바로 직전이었군요. 이어서 출간된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 4부작 〈직선들의 대한민국〉 〈촌놈들의 제국주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등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 책들은 정말이지, 탁월한 에스노그래피(문화기술지)입니다! 그 책들을 읽으며 “좋은 경제학자란 훈련받지 않아도 인류학자가 되는구나” “우 박사가 미국에서 유학했다면 이런 작품들을 써낼 수 있었을까?”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에서 유학한 우석훈 같은 청년 학자들이 조만간 미국 편향의 식민 [기자의 추천 책]‘보통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산다 - 〈민간중국〉 이오성 기자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만큼 어려운 것이 ‘중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14억명)가 모여 사는 나라, ‘소수민족’ 인구만 1억명이 넘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14개국)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이런 나라에 사는 사람을 파악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서점가에는 중국과 중국인을 간명하게 규정하고픈 욕구에 부응해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쏟아진다. 주로 학계에 몸담고 있는 이 책의 저자 13명은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만난 ‘보통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전한다. “우리가 바로 그 〈응답하라 1997〉의 세대입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한국의 세기’가 올까? 요즘은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21세기가 한국의 세기가 될 거라는 표현은 나의 주장이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한국계 언론인 유니 홍이 2015년 출간한 책 〈코리안 쿨〉에서 한 이야기다. 한국인들이라면 이 표현을 일종의 ‘설레발’이라고 볼 것이다.그런데 어떤 외국인들이라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유튜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케이팝’에 관한 영상 7부작을 만들었다. 나는 음악 애호가로 살아온지라 이런 세태가 더욱 반가웠다. 나는 넷플릭스의 케이팝 다큐멘터리에서 케이팝의 시발점을 ‘서 이 시대 대중음악 속 BTS의 좌표는? 이상원 기자 BTS가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습니다. 〈Butter〉로 7주 연속, 바로 뒤 이어 〈Permission to Dance〉가 바통을 이어받아 8주째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방탄 현상'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 지난 기사를 소개합니다. ‘BTS 현상’이라는 거대한 사건은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와 무관하게 벌어졌다. 일부 평론가들은 ‘음악평론가가 필요 없는 시대’라고 자조한다. 음악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사후 해석의 영역에서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들은 동시대 해외의 음악 트렌드나 한국 대중음 연희동에 내뿜는 우주의 기운 임지영 기자 이한재 SPDG 대표(33)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 1동, 2동, 3동에 모두 살아봤다. 어렸을 때 가수 서태지씨 옆의 옆집에 산 적도 있다. 그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팬들이 몰려와 자신의 집에 들어가기 힘들었을 정도다. 연희동에서 나고 자랐고 대학도 걸어서 다녔다. 직장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그는 연희동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으로 출근한다.스페이스독은 4층 건물이다. 지하 1층이 영화관, 1~2층 카페, 3~4층은 창작자들의 작업실로 쓰인다. 연희동 부지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하던 한 사업가의 제안이었다. 공간을 기획하고 운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민간중국조문영 엮음, 책과함께 펴냄“시장경제의 저류와 전통 농민 사이, 중국의 민(民)은 어디에 있을까?”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럼 이런 질문은 어떨까. 중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더 어렵다. 이 책의 저자 13명은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만나온 이들의 삶을 소개한다. 도시에서 품팔이하는 농민공, 지린성 ‘주먹’ 출신으로 서태지의 팬인 조선족 기업인, 아이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가족도 이민 가는 것이 중산층의 중국몽이라고 말하는 공립고교 교사, 시진핑 통치를 외부의 시각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연구원, 김치공 잊어버린 책과 잊힌 뮤지션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1990년대는 ‘문화혁명’의 시대였다. 그 중심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10년 남짓 활동하는 동안 음악·방송·패션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바꿔놓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유진 박이 있었잖아요!”뭐라고? 유진 박? 아, 그렇지. 있었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그 사람 지금 어디서 뭘 할까? 아직도 바이올린 켜나? 하지만 한창 유진 박 얘기를 하면서 기분이 들뜬 손님에게 그렇게 말했다가는 책도 못 팔고 쓴소리나 들을 게 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유진 박에 대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메리 보이스 지음, 공원국 옮김, 민음사 펴냄“조로아스터의 종말론적 가르침은 유대교와 기독교 및 이슬람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조로아스터교는 기원전 1000년 무렵 인류사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 페르시아의 동쪽에서 태동했다. 자연물을 숭배하고 현세의 복을 추구하던 인류에게 ‘축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예언자 조로아스터는 절제와 금욕, 청결 등 기존 원시종교에는 없던 중요한 도덕적 가치관을 최초로 제시했다. 조로아스터는 거짓 신이나 악마를 뜻하는 다에바를 단호히 거부하고 지혜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를 섬길 양현석 제국은 왜 몰락했나? 고재열 기자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장사꾼에 가깝다. 조금 미화해서 표현하면 ‘음악을 사랑하는 장사꾼’이라 할 수 있겠다. 장사꾼이기 때문에 음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장사꾼이 되었다고 보면 맞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대표 프로듀서가 15년 전 인터뷰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자신은 잊으라며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에 이어, 소속 가수의 마약 투여 의혹을 제보한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진술 번복 강요 논란에 잇달아 휩싸인 양 전 대표에게서 이제 대중은 음악을... 행동하는 연예인, 보통 사람 김동완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신화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와는 달리 신비주의를 내세우지 않은, 친근함으로 인기를 모은 아이돌이다. ‘보통 사람’처럼 구는 아이돌. 그게 역설적으로 신화를 특별하게 했다. 여섯 멤버 중 한 명인 김동완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는 한술 더 떴다. 그의 탈아이돌적인,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가 있다.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가 1998년에 열린 첫 팬 미팅 때 던진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현장은 요즘 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신해철 인터뷰 중에서는 이게 최고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현업 뮤지션과는 되도록 거리를 둬야 한다고 믿어왔다. 이유는 명료하다. 음악을 평할 때 찜찜함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지금까지는 이 원칙을 꽤 잘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하긴, 워낙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라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언제 기회 되면 유병재씨랑 누가 더 낯을 가리나 내기 한번 해보고 싶다. 최근 이 원칙에 큰 고민을 가져다준 음악 책을 하나 읽었다. 아니, 음악 책이라기보다는 ‘뮤지션에 관한 책’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제목은 〈신해철: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돌베개 ... 방탄소년단이 왜 인기냐고? 질문이 잘못됐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이 연일 온갖 지면을 메우고 있다. 그 시작은 작년 가을 ‘빌보드 200’ 차트의 26위 진입이었다.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퍼포먼스에 이어 미국의 간판 토크쇼들을 차례로 순회하고 있다. 최근에는 빌보드 ‘핫 100’ 28위에 올랐다. ‘빌보드 200’과 ‘핫 100’은 빌보드의 중심축으로 다른 차트와는 그 무게가 확연히 다르다. 특히 40위권 이내는 통칭 ‘톱 포티(top 40)’라 불리며 미국 주류 시장의 트렌드와 직결되는 실질적 히트로 간주된다. 연말에는 ABC의 새... 딸에게 모국어를 가르쳐준 한류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내가 원 〈시사저널〉 문화부 기자로서 중국에 건너가 ‘한류’를 취재한 것은 우리 딸아이가 태어난 이듬해인 2000년이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이 케이팝의 출발점이었다면, 2000년 2월 H.O.T.의 중국 베이징 공연은 한류가 세계를 향해 물꼬를 튼 사건이었다. 타이완과 홍콩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음악 바람은 그 공연을 기점으로 중국 대륙 전체로 열풍이 되어 퍼져 나갔다.그해 9월 내가 베이징과 선양에서 취재할 당시만 해도 중국의 10대가 한국 대중음악에 환호하는 것 자체가 신기해 보였다. 그들은 가수 클론, H.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