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중국
조문영 엮음, 책과함께 펴냄

“시장경제의 저류와 전통 농민 사이, 중국의 민(民)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럼 이런 질문은 어떨까. 중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더 어렵다. 이 책의 저자 13명은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만나온 이들의 삶을 소개한다. 도시에서 품팔이하는 농민공, 지린성 ‘주먹’ 출신으로 서태지의 팬인 조선족 기업인, 아이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가족도 이민 가는 것이 중산층의 중국몽이라고 말하는 공립고교 교사, 시진핑 통치를 외부의 시각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연구원, 김치공장을 운영하다 사드 사태로 된서리를 맞은 조선족 사업가 등 나이, 성별, 계층도 다양하다. 친중이든 반중이든 국가로서의 중국이 아니라, 실제 중국인의 삶과 생각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21세기 중국인의 조각보’라는 부제가 맞춤하다.

 

 

 

 

 

 

 

 

북한 뉴스 바로 보기
구본권 지음, 열린책들 펴냄

“북한이 국민연금 200조원을 요구했다.”

2018년 8월13일 경상북도 소재 한 부동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시작이었다. ‘북한 김영철이 문재인에게 국민연금 800조원 중 200조원을 내놓으라고 했다더라.’ 카카오톡 단톡방,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다. 국민연금 보고서 일부분을 왜곡한 가짜뉴스였다. 한국 언론도 가짜뉴스 양산지다. 현송월, 김영철, 김경희, 리영길…. 북한 주요 인사들은 주기적으로 죽었다가 ‘부활’한다.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기획한 〈손안의 통일〉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신문기자인 저자가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풍부한 사례를 담았다. 저자가 소개한 가짜뉴스 구별 팁은 북한 뉴스 형태와 출처를 눈여겨보라는 것. 청소년 자녀와 함께 읽고 대화하기 좋은 교양서다.

 

 

 

 

 

 

 

 

진 달래 아리
윤성의 지음, 연두 펴냄

“이렇게 누군가에게 곁을 줄 수도 있구나.”

저자가 에필로그에 언급한 고양이 이름 중에 ‘토르’가 있다. 동명이묘인가. 내 고양이와 이름이 같은 고양이가 소개되어서 이 책에 눈길이 간 건 아니다. 책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고양이에 대한 기록이다. 반대로 고양이를 통해 떠올린 여행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고양이를 통해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출장이 잦아 함께할 시간이 모자랐던 ‘맥주’에게서는 책임감을 느끼고, ‘달래’ ‘아리’ ‘삐노’와는 함께 ‘우는’ 재미를 나눈다. ‘아리’가 삼켜버린 20㎝ 끈이 배설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똥을 헤집었다는 고백에, 곧바로 그 장면을 상상하고 말았다. 똥을 헤집는 마음은, 사랑일 것이다. 나는 그랬다. 저자는 ‘당신은 누구로 사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저는 고양이 집사로 삽니다.’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
정철훈 지음, 시대의창 펴냄

“군사위원, 지식인, 빈곤한 자들의 지도자인 한인 여자가 죽었다.”

‘1885년, 러시아 연해주의 한 한인마을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 때부터 러시아군의 통역으로 징집된 아버지를 대신해 통역을 맡곤 했다. 소학교 교사로 일하던 중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점으로 지하 노동운동을 이끌고 동맹파업을 주도했다. 1917년, 러시아에서 2월혁명이 일어나자 우랄 노동자들의 지도자로 활동하며 볼셰비키당에 입당했다. 하지만 이듬해 볼셰비키당의 정적인 백위군에 체포돼 고문을 받은 뒤 처형당했다. 당시 불과 33세였다. 2009년, 대한민국 정부는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했다.’ 이 이야기가 낯설다면, 우리는 왜 한인 최초의 여성 사회주의자의 이야기를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월의 시대
김시우·백승호·양승훈·임경빈· 하헌기·한윤형 지음, 메디치 펴냄

“본인들이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명확하게 인지한 마지막 세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김종철 정의당 대표, 김세연 전 국회의원이 추천사를 썼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 등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제작에 관여하는 이들과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저자인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가 함께 쓴 ‘새 한국사회론’이다. 저자들은 한국이 이미 선진국들을 ‘추격’하는 게 아니라 ‘추월’해가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분석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짚는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이전 세대의 성과로 남겨두고, 보수와 진보의 해법 모두로부터 거리를 둔 새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공동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980년대생들의 다소 거친 ‘낙관론’에 귀 기울일 만하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김인선 지음, 나무연필 펴냄

“바로 오늘을 내 생애의 가장 좋은 날로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다시 한번, 여성 서사다. 1950년, 경남 마산에서 저자가 태어났다. ‘방정맞게 새해부터 나오려고 해서’ 딸이면 팔자가 세겠다는 말을 들었다. 신여성 문화의 자장에 있던 어머니는 딸의 탄생을 반기지 않았다. 기혼자의 아이였고 외할머니만이 그의 탄생을 축복했다. 한국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겪고 낯선 독일에 가서 간호사로 일했다. 신학을 공부하고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단체를 만들었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지금은 사랑하는 여자와 살고 있다. 한 여자의 70여 년 인생이 담겨 있다. 한국전쟁, 파독 간호사와 광부의 삶도 그 곁을 지난다.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나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않을 거라는 평범한 다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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