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사회를 ‘쇼크’에 빠뜨린 교육 이슈 세 가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한국만큼 교육이 뜨거운 이슈인 나라가 또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교육은 어느 나라에서나 주된 관심사다. 관심이 표출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한국에서 길을 가다 학원 간판을 마주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도 온갖 학원과 강사들의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학원 간판이나 광고를 볼 일이 거의 없는 스위스에도 사교육이 존재한다. 특히 인문계 중고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 진학 대비 사교육 열기는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공교육은 공교육대로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학교 건물을 제때 짓지 못해 취리히 초 “눈을 감고 걸어 나와.”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페이지보이엘리엇 페이지 지음, 송섬별 옮김, 반비 펴냄“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꼈다.”2014년 자신이 퀴어임을 밝히고 2020년에는 트랜스젠더로 새 삶을 출발한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자서전이다. 29장에 걸친 에세이 끝에 그는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 세상에 제가 존재할 자리를 내어준 모두에게, 글쎄요, 제가 얼마나 큰 행운을 누린다는 기분이 드는지 차마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어요.” 번역가의 세심한 고민 덕분에 책이 더 부드럽게 읽힌다. 무엇보다 책의 만듦새가 독특한데, 문을 열 듯 양쪽으로 펼쳐야 한다. 마 다시, 역사란 무엇인가?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식민지 시기 소설가 현진건은 “몹쓸 사회가 술을 권한다”라고 했는데, 백 년이 지난 지금 사회는 개명해서 술 대신 자꾸 책을 권한다. 정부가 앞장서 역사·이념 논란을 부추기니 시민 노릇을 하려면 책을 찾아볼 수밖에. 지난봄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 제삼자 변제안을 내놓았을 땐 역사적·법적 근거를 확인하려 관련서들을 읽었다. 하지만 변제안이 법원의 결정으로 막힌 뒤에도 정부가 다른 해법을 모색하는 대신 오히려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위상을 문제 삼고, (오로지 독립군 토벌이 목적인)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의 친일 행적을 부정하며 논란을 만드 교실에서 희망을 보다,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이 지면에 타이완의 디지털부 장관 오드리 탕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기억나시는지? 그때는 다루지 못했지만 탕이 디지털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디지털 기술보다 소양을 강조하면서, 중요한 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 사고를 배우는 것”이고, 이는 “하나의 문제를 몇 단계로 나눠 여럿이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이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타이완은 탕의 주도로 일찍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했 챗지피티 이후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이상원 기자 올해로 6회째인 ‘2023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SAIC 2023)’가 8월7일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콘퍼런스 주제는 ‘챗지피티 이후의 세계 그리고 직업’이다. 지난해 공개된 오픈AI의 챗지피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각 분야 전문가가 강연에 나섰다. 콘퍼런스는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첫 강연자는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였다. 장 교수는 서울대 AI연구원 원장이다. 장병탁 교수는 인공지능이 도달할 다음 단계로 ‘체화’를 지목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2000원 비싸짐, 순살 치킨의 슬픔 [기자의 추천 책] 임지영 기자 ‘2000원 비싸짐.’ 이런 표현이 있다고 한다. ‘뼈 아픈 소리에 마음이 아프다’는 의미다. 2000원과 아픈 마음은 무슨 관계일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맥락이 있었다. 생략된 말은 치킨이다. ‘팩트폭행 당함-뼈 맞음-뼈가 없어짐-순살 됨-뼈보다 순살이 2000원 비쌈.’ 누군가 MZ 세대가 쓰는 신조어라며 친절하게 풀이해둔 게시물을 발견했다.치킨과 순살 치킨의 차이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이런 표현을 두고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언어가 ‘밈(meme)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는 온라인에서 쓰이는 무수 “인간의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 이종태 기자 프롬프트(prompt)만 잘 쓰면, 정답을 얻어낼 수 있다고들 한다. 프롬프트는 챗지피티 등 대화형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질문’. 대화형 인공지능들은 지구상에 거의 모든 언어 자료를 학습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간주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무지한’ 인간들은 질문만 잘하면 될 것이다. 전지적(全知的) 존재인 인공지능‘님’이 좋은 질문에 정확한 답변으로 ‘은사’를 내리실 것이므로. 정말 그럴까?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이 세상을 뒤흔든 챗지피티 등 ‘생성 인공지능(생성 AI)’을 주제로, 〈시사IN〉이 ‘2023 인공지능 콘퍼런스’를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리터러시(literacy)는 일반적으로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우리말로는 ‘문해력’이라고 번역한다. 단순히 문자를 알아보고 읽는 능력을 넘어, 개별 문자로 이루어진 문장과 글 전체를 읽고 내용을 파악해 자신의 의견을 글로 써낼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자, 글을 읽고 쓰는 방식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한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듣는 것이 읽기였으며, 글자를 읽는 시기를 지나 지금은 영상을 듣고 보는 것이 읽기다. 동굴 벽 속에 온 힘을 기울여 새기던 쓰기 방식은 붓, 펜, 타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얼마나 들까? [기자들의 시선] 임지영 기자 이 주의 통계교육부가 3월7일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교 3000여 곳의 재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5월, 7~9월 사교육 지출액을 집계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26조원으로 2007년 시작한 관련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초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3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3.4% 늘어 중학생 11.8%, 고등학생 9.7%보다 증가 폭이 컸다. 코로나19로 돌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공교육, 학습 결손, 문해력 저하 등의 여파로 추측된다.이 주 시사IN 제 748호 - 인구와 연금 준비됐나요?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영화 기자들의 시선/김은지 포토IN/ 친환경 전환의 그늘COVER STORY IN2022 대선 의제 ① 인구 그리고 연금/ 어떤 나라를 만들길 원하는가?‘저출산·고령화’와 ‘지방 소멸’은 얼핏 다른 이슈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긴밀하게 얽힌 ‘인구문제’다. 출산율이 급감하고 수도권 집중은 심화하고 있다. 주요 대선후보들은 인구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과 공약을 갖고 있을까? 2022 대선 의제 ① 인구 그리고 연금/ ‘예고된 미래’에 대한 지금 당장의 공약은? 20 [기자들의 시선] “내가 보이면 울어라.” 김다은 기자 이 주의 장례식뒤늦은 재회가 이루어진 장례식이었다. 8월24일,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재학생 A씨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그의 꿈은 사회복지사였다. 올해 초 보육원을 나온 A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광주 북구와 보육원 관계자들이 친척들을 수소문했고 발인 전날 친모와 연락이 닿았다. 아들의 장례 미사에 참석한 어머니는 “면목이 없다”라고 말했다. A씨의 유언은 단 한 줄이었다. “아직 읽지 못 ‘사흘=4일?’ 문해력 열풍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 임지영 기자 사례 하나. 2020년 8월, 광복절이 토요일이라서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정해졌다. ‘사흘 연휴’라는 뉴스가 나오자 ‘사흘’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3일인데 왜 사(4)흘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사례 둘. 고2 수업 시간, 교사가 영화 〈기생충〉의 가제가 ‘데칼코마니’였다는 걸 설명하며 ‘가제’의 의미를 묻자 학생들이 ‘랍스터’라고 답했다. 중학교 영어 시간에 베이비시터(baby sitter)와 캐셔(cashier)의 의미가 각각 보모, 출납원이라는 걸 설명하다 사실상 국어 시간(‘보모’와 ‘출납원’ 독자와의 수다 김다은 기자 독자 번호:112080017이름:하지수(40)주소:제주 서귀포시전화 건 사람:김다은 기자하지수씨는 고독한 독자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함께 〈시사IN〉을 읽는 사람이 없다고 조금 쓸쓸하게 말했다. 그와 〈시사IN〉의 첫 만남도 조금은 외로웠다.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곳 한의원에 〈시사IN〉이 비치된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잡지를 읽기 시작했다는 것.하씨는 근래 쿠팡물류센터 화재 기사를 눈여겨봤다. 그는 쿠팡과 거래하는 입점업체에서 일한다. “쿠팡의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쿠팡에 입점해서 물건을 파는 처지이기도 해서 복잡한 감정이 들 ‘좋아요’와 ‘하트’ 대신 무엇을 믿을 것인가 한승혜 (작가·칼럼니스트) 작년 이맘때 페이스북에서 꽤 놀라운 게시물을 봤다.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명이 미국에서 엽기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 빌 게이츠,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들이 소아성애 및 사탄 종교의식에 연루된 것 같다는 포스팅을 한 것이다. 쇼킹한 뉴스인 만큼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어디서 보셨어요?” “진짜예요?” 등등. 그러자 원글 작성자는 이미 트럼프가 수사까지 지시했다는 코멘트와 함께 기사 하나를 링크했다. 읽어보니 포스팅 내용과는 크게 관계없는, 한 유명인이 투옥 중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당연히 헛소문일 게 뻔했는데, 그럼에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여기, 우리, 함께희정 지음, 갈마바람 펴냄“싸우는 사람들은 하늘에 오르고, 땅에 온몸을 붙이고, 수십 일을 굶고 나서야 세상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다.”공장을 점거하고, 굴뚝에 오르고,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이 있다. 408일간 굴뚝 농성을 했던 파인텍 노동자들, 510일 동안 망루 농성을 했던 택시 노동자, 7개월간 노숙 농성을 이어갔던 톨게이트 노동자들…. 이 책은 투쟁하는 사람들, 그 곁에서 밥을 짓고, 노래를 부르며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왜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싸우느냐’라는 질문이 향하지 ‘데이터 3법’ 반대가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침체된 경제도 일으키고 복잡한 사회문제도 풀고 난치성 질환의 정복도 가져올 수 있는 만병통치약, 그 이름은 빅데이터.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빅데이터 ‘앓이’ 중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한목소리로 빅데이터만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다고 외치는 중이다. 그렇게나 갈등하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데이터 3법’ 통과에는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데, 공통적으로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련 기업이 사업 과정에서 두 교사가 일으킨 ‘교육 혁명’ 엄기호 (문화 연구자) 〈독서 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학교도서관저널 펴냄)는 홍천여고 서현숙·허보영 교사가 독서토론 교육을 이끈 3년을 기록한 책이다. 책 부제(함께 읽고 토론한 홍천여고 3년의 기록)에 ‘기록’이라고 적혀 있지만 연대기적 서술은 아니다. 두 교사가 제안하는 방식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매뉴얼’ 형태로 기술됐다. 중간 중간에 두 교사의 조언도 실려 있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 교육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교육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교사가 한 일은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교사 세상의 추잡함에 대한 연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기존 세계와는 너무 달라 많은 한국인이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책. 미미하게 팔려나가다 결국 망각의 세계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책. 앙투안 볼로딘의 〈미미한 천사들〉에 대하여 쓴다. 앙투안 볼로딘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미한 천사들〉은 세상의 근본적 추잡함에 대한 연설이다. 세상이 추잡할 수는 있는데, 하필 이곳의 세상은 실제로 추잡했다는 증언이다. 세상은 개들과 함께 살면서 개를 잡아먹는 지하실이며, 잡아먹기 위해 죽은 자들을 소생시키는 주술사의 고장이며, 통성명도 하지 않고 짝짓기를 하는 거리이며, 연봉 2달러를 주며 청소와 ... 시사IN 추천 주말에 읽을만한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 창비 펴냄 “다음 생엔 절대 이 나라에서 개로 태어나지 마. 꼭 개로 태어나야 한다면 품종견으로 태어나.” 매년 8만 마리 넘는 동물이 길거리에 버려진다. 버려진 개들은 아주 적은 수만이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고, 대부분은 안락사된다. 보호소조차 가지 못한 개들은 개고기가 되거나 길에서 죽는다. 한국에서 개는 그나마 가장 나은 처지인 반려동물이자 최악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식용동물이다. 소설가인 저자는 갈 곳 없어진 강아지를 떠맡으면서 생전 처음 동물을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