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 잃은 그, 물 위를 질주하다 이명익 기자 2015년 8월 하재헌 하사는 비무장지대 수색작전을 하다 북한이 매설한 지뢰에 두 다리를 잃었다. 학창 시절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던 그에게 재활 목적으로 시작한 조정이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지난 1월 초 전역한 뒤 조정 선수로 전업했다. 4월 창단한 SH공사 장애인조정선수단에 입단했다. 10월17일 하씨는 서울장애인전국체육대회 조정 남자 싱글스컬 PR1 1000m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종 목표는 도쿄 패럴림픽 출전이다. 그는 오늘도 목표를 향해 노를 젓는다. “우리의 미래 빼앗지 말라” 이명익 기자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펼쳐졌다. 9월21일 서울에서는 비상행동에 나선 이들이 종각역 바닥에 누워 죽어가는 지구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사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기간에 전 세계 도시에서 거리로 나선 이들은 주로 미래 세대였다. “우리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이 지구 곳곳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재건축 최대 사업 ‘흔들’ 이명익 기자 8월12일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 과천, 분당 등 전국 31곳에 달하는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 건설될 아파트가 적용 대상이다. 정부 발표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졌다.단일 재건축으로는 최대 규모인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1만2032가구, 일반분양 4784가구)도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8월13일 찾은 이곳은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재산권 침해 소송을 하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기, MBC 마이크는 없었다 이명익 기자 꼭 쥐고 싶었던 회사 마이크는 현장에 없었다.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2016·2017년 MBC에 입사한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옛 MBC 경영진은 ‘파업의 얼굴’ 구실을 했던 아나운서들의 마이크를 빼앗았다. 빈자리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이들로 채웠다. 현 MBC 경영진은 정상화 이후 이들의 계약을 해지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에 대해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근로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출근했지만 이들은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되었다 이 장면을 보고 누군가 웃었다 이명익 기자 7월9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빌딩. 미쓰비시(MHI) 컴프레서 한국영업소 앞 복도에서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26명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전쟁범죄 사죄” “경제보복 중단” 등을 요구했다. 기습 시위를 본 미쓰비시 컴프레서 직원은 출입문 안쪽에서 크게 웃었다.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야 이 미친X”이라는 욕설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블랙 세대’ 이명익 기자 참담한 죽음, 서러운 포옹 이명익 기자 4월10일 수원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김태규씨(25)가 화물용 승강기에서 떨어져 숨졌다. 승강기 문이 열려 있었고 고층 작업에 필요한 안전대와 안전망도 없었다. 김씨는 안전화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인 김용균씨가 숨진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김태규씨 죽음의 현장은 김용균씨 때와 다르지 않았다. 김씨의 49재 추모 문화제가 열린 5월28일. 추모사를 마친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는 눈물 흘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녀를 아무 말 못... 두 차례 무혐의 뒤 이제야 구속영장 청구한 검찰 이명익 기자 뇌물 수수와 성 범죄 혐의 등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5월9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기자들이 “동영상 속 남성이 본인 맞느냐” “윤중천씨랑 어떤 관계냐”라며 질문을 쏟아내자, 그는 기자를 쳐다본 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그동안 두 차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성 범죄 의혹이 불거진 뒤 5년6개월 만에 그는 처음으로 공개 소환되었다. 다시 삼나무들이 베어졌다 제주·이명익 기자 지난해 8월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갔다. 한라산 중산간 도로인 비자림로 2.94㎞(대천-송당) 구간을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였다. 난개발과 경관 훼손 논란이 일었고 공사가 잠정 중단되었다. 3월20일 다시 삼나무들이 베어졌다. 비자림로는 수십 년 이곳을 지켜온 삼나무 군락 덕에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을 만든 이들은 텐트를 치고 손팻말을 드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섰다. ‘하늘 감옥’에서 석방되던 날 이명익 기자 소방관이 몸을 한껏 뒤로 젖혀 하늘을 보았다. 1월11일 ‘하늘 감옥 수감자’,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박준호씨가 426일 만에 내려왔다. 2014년 5월 당시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가 45m 높이 공장 굴뚝에 올라 408일간 농성을 벌였다. 이 농성으로 노사는 새로운 법인 설립(파인텍)과 고용·노동조합·단체협약 3승계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또다시 파업과 공장 폐쇄가 이어지자 결국 두 노동자는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을 벌였다. 하늘 감옥에서 석방된 이들은, 공장 재가동·3년간 고용보장 등을 담은 노... 쌍용차, 10년의 기록 이명익 기자 “30명이라는 소중한 목숨들이 세상을 등졌지만 공장 앞에서, 대한문 앞에서, 길거리에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줬던 국민과 연대해준 사람들 덕분에 해고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길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12월31일, 해고 10년 만에 복직 출근길에 나선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만감이 교차한 듯 이렇게 말했다. 2009년 2646명 정리해고, 그리고 이어진 77일간 ‘옥쇄파업’, 64명 구속, 47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압류…. 전방위 압박에 세상을 떠난 해고자와 가족만 30명. 해고 노동자들은 하늘 감... 저 희한한 공간의 값 사진 이명익·글 배명훈(소설가) 항공모함에서 초급장교에게 배정되는 방은 핵잠수함의 함장실보다 넓을 수도 있다.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공간을 여객기로 옮기면 권력이나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징그럽게 포개져 있는 아파트의 시각적인 이미지는 ‘개성 없고 삭막한 현대 문명’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하지만, 막상 그 안에서 사는 삶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다.그래도 괴물 같은 아파트 사진을 볼 때면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 우주선을 타고 있기에,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공간을 동경해서 그 어마어마한 티켓 값 얼어붙은 흐느낌 사진 이명익·글 최은미(소설가) 가슴이 부서져 내린 흔적 같은 저 결빙들 틈 사이로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이름 세 글자가 새겨진 작업복. 육개장 사발면. 홈런볼 과자. 홀로 사망한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품엔 이 외에도 사비로 산 손전등이 있었다.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어떤 물품도 충분히 지급받지 못한 채 그는 분진과 소음과 어둠 속에 혼자 있었다. “원청 애들은 잘 안 죽어.” 언젠가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했던 이 말이 2018년 겨울, 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흐느낌으로 반복되는 걸 듣는다. 망도 펜스도 없는 컨베이어벨트처럼, 안전과 생명을 비용이란 말로 돌린 맞잡은 손의 시간 사진 이명익·글 김현(시인) 만 24세의 비정규직 발전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컨베이어벨트에 말려 들어가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는 처참한 얘기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릎이 꺾였다. 노동자의 신체를 분리할 수 있는 권리를 자본은 언제 얻은 걸까. 노동의 가치가 아니라 노동자의 값어치를 계산하는 일을 자본은 누구에게 허락받았는가. 김용균씨의 생전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합이 ‘21년’이라는 투쟁의 시간은 노동자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생의 시간이었을까, 죽음의 시간이었을까. 두 사람이 맞잡은 손과 연결된 눈빛과 가슴에 꼭 붙 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사진 이명익·나경희 기자 빈소는 2교대로 돌아갔다. 주간 근무가 끝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야간 근무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일어섰다. 컨베이어벨트에 삽이 휘말려 들어갈 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다가, 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 아래로 고개를 넣어야만 했던 이유를 말해주다가, 그들은 그곳으로 출근하기 위해 일어섰다. 하청업체 이름이 박힌 일회용 그릇에 담은 쌀밥과 육개장은 먹어도 허기가 졌다. 어머니 김미숙씨의 바람은 아들의 동료들이 안전하게 늙어가는 것이다. 환하고 평평한 세계로 사진 이명익·글 박서련(소설가) 가끔 코아리빙텔 317호를 생각한다. 2평 남짓, 기본 옵션 침대, 책상, 옷장. 317호의 문은 복도 끝의 비상구 문과 직각으로 만났다. 비상구 문 밖에는 딱 한 사람이 설 수 있는 간이 베란다가 있었다. 거기에 선 채로 위치에너지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했다. 발판 하나를 경계로 공중에 서 있자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동시에 가장 약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 방을 떠나 여러 해가 지나서도 여전히, ‘위치’와 ‘에너지’의 관계는 물리학보다는 마법이나 주술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회적인 위치를 대신해 물리적인 위치를 변경할 수밖에 두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사진 이명익·글 한승태(작가)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나는 수능 시험에서 수학은 당시 내 나이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한국 정치권력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의 모습은 내 수학 점수를 확인한 부모를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엄마 아빠가 텔레파시로 주고받던 대화마저도 닮은 것 같다. “당신이 설레발을 쳐대서 이렇게 된 거 아냐?” “내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나마 이거라도 받은 거야!” 위기의 순간, 우리 가족의 평화를 지켜준 조언을 사진 속 두 분에게도 전해드리고 싶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선생님 말씀이다. “목표를 낮추면 모두가 행복해 결국 감옥에 갔습니다 사진 이명익·글 주진우 기자 이명박은 갔습니다.아아, 이명박 전 대통령은 3월22일 감옥에 갔습니다. 시민들의 환호와 가족의 눈물을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4대강, 자원 외교, 방산 비리 등 빛나던 혐의는 방어하고,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미풍에 날아갔습니다(그 바람은 〈시사IN〉 제519호 ‘MB 프로젝트’에서 시작됐습니다).구치소로 향하기 직전,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10월5일, 1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으니 마음이 달라졌는지 2심에서는 자 전태일의 뜻 잇다 이명익 기자 봉제 노동자들의 삶은 흔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정의된다. 이런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청계피복노조 출신 곽미순(59·오른쪽)과 최현미(60) 전태일재단 봉제사업단장이 주축이 되어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를 만들었다. 두 노동자가 일하는 작업장에는 전태일 열사를 다룬 애니메이션 〈태일이〉(2020년 개봉 예정)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포스터가 붙어 있다. 나무가 살았던 자리 이명익 기자 강원도는 ‘천년의 숲’ 가리왕산에 동계올림픽 스키장을 만들며 산림 복원을 약속했다. ‘복원을 전제로 한 개발.’ 하지만 강원도는 전면 복원 대신 관광자원 활용안을 구상하고 있다. 경기장 81㏊ 중 77.6㏊만 복원하고 곤돌라 등 일부 시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지금도 수만 그루 나무가 베어진 자리가 선명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