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익

항공모함에서 초급장교에게 배정되는 방은 핵잠수함의 함장실보다 넓을 수도 있다.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공간을 여객기로 옮기면 권력이나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징그럽게 포개져 있는 아파트의 시각적인 이미지는 ‘개성 없고 삭막한 현대 문명’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하지만, 막상 그 안에서 사는 삶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다.

그래도 괴물 같은 아파트 사진을 볼 때면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 우주선을 타고 있기에,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공간을 동경해서 그 어마어마한 티켓 값을 기꺼이 내려고 하는 걸까?  

 

기자명 사진 이명익·글 배명훈(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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