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4일 제14기 〈시사IN〉 독자위원회 네 번째 모임이 편집국에서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제14기 〈시사IN〉 독자위원회의 네 번째 모임이 3월4일 열렸다. 독자위원 네 명이 〈시사IN〉 기사에 대한 의견을 넘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견해를 들려주었다. 4개월 활동의 마지막 자리이기도 했다. 이재환씨는 독자위원이 된 후부터 세상을 볼 때 〈시사IN〉이 판단의 근거가 되었다고 말했다. 줄곧 수도권에서 살아온 신다인씨에게 독자 모임은 ‘지역’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박용석씨는 기사를 읽을 때 기자들 이름을 좀 더 눈여겨보게 되었다. 공부하듯 기사를 읽었다는 정은자씨는 자세히 보니 더 잘 보이더라고 말했다.

제804호 내 난방비 누가 올렸나

이재환(이): ‘누가 가스비를 올렸나, 난방비 인상 팩트체크’ 기사는 그 시점이 누가 봐도 중요한 이슈였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걸 짚어주었는데 팩트체크 형식의 묘미를 잘 살렸는지는 모르겠다. 가령 ‘난방비 폭탄’이 문재인 정부 탓인지 팩트체크하는 부분에서 배경 설명을 하다 보니 결국 누구 탓이라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푸틴 탓이라는데 정확히 왜 그런지 살피는 부분에선 국제 천연가스 요금 그래프를 참조하라고 되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 쪽 천연가스 단가가 계속 낮다. 잘 모르는 처지에서 미국 걸 사오면 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은자(정): ‘감염병 재난의 비용, 이들에게 더 무거웠다’는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대해 다루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몽골에서 전학 온 아이를 학교 현장에서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각종 지원책 등 안내문이 학부모에게 많이 갔는데 몽골 출신 부모가 한글을 읽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가 학습이나 교육 측면만이 아니라 영양상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짚어주어서 좋았다.

신다인(신):아시아 최초로 탈원전을 시행 중인 타이완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닮은 타이완의 선택’ 기사는 짧지만 대안을 제시해주어 눈여겨봤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언론에 많이 나오는데 이해를 잘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잘은 모르지만 한번 정리해주어서(‘이 사건 1심 결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문화면 섭식장애 당사자 인터뷰는 시의적절했던 것 같은데, ‘슬램덩크’를 다룬 기사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정: 〈어른 김장하〉 취재기를 통해 지역 언론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가 잔잔한데도 울림이 크다. 그에 맞춰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 김장하 선생이 평온한 분이라 일과 관련 없이도 계속 찾아가 뵙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PD가 말했는데 공감이 갔다.

 

제805호 우크라이나 전쟁 1년, 그 이후의 세계

박용석(박):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굉장히 길어졌는데 적당한 타이밍에 요약 정리가 되었다(‘러-우 전쟁 1년, 남 일이 아니다’). 정재원 교수 인터뷰(‘우크라이나 침공한 푸틴 논리가 나치즘’)가 특히 좋았다. 여러 매체에서 이 이슈를 다루지만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 있었는데 유라시아 전문가를 섭외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이번 전쟁은 21세기에도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무력을 통한 주권 침해 행위에 반대한다고 외칠 수는 있는데, 그래서 한국은 중국과 타이완 중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운신의 폭이 좁은 것 같다. 세계가 왜 이렇게 후퇴했을까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기사였다. ‘안철수, 이번엔 진짜 안 철수?’는 제목이 재미있었고 인물의 본질을 짚어주었다.

신: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정재원 교수 인터뷰를 읽으며 러시아가 ‘악마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런 소식을 접하는 통로는 거의 외신인데, 주로 미국·영국 쪽 매체라 치우쳐 있는 게 아닐까? 옳고 그름을 떠나 러시아의 입장이나 다양한 시선이 궁금했다.

박: 사람IN 지면이 예전에는 조금 더 다양한 인물로 구성되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저자 위주다. 책을 통해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좀 더 다양하게 다루면 좋을 듯하다.

제806호 판결문에 드리운 그림자

신: 포토IN(‘분향소에 걸린 자식의 영정을 꼭 껴안았다’) 지면을 펼쳤는데 분향소 사진이 딱 나와서 철렁했다. 이태원 참사를 점점 잊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접해서 그랬던 것 같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미국과 중국의 큰 그림’ 기사를 통해 중국이 기후 악당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노력하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산당 중심의 권위주의 정부라 이런 ‘액션’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해하게 됐다.

박: 기후위기 관련 기사를 보면 대부분 발전산업 쪽으로 관심이 쏠려 있다. 발전산업 이외 철강, 석유화학 분야로도 접근하는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이쪽도 탄소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다룬 ‘한국의 첫 인정 “명백한 불법”’ 기사도 잘 읽었는데 한편으로는 베트남이 승전국이고 우리는 패전국이다. 스스로 승전했다고 말하는데,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해 미안하다고 하면 베트남 정부는 어떤 입장을 보일까 궁금했다. 그런 부분을 가미해서 풀어주면 좋았을 것 같다.

신: ‘케이팝은 꼭 한국을 닮았어’ 기사가 좋았다.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팬과 가수의 모습 등 케이팝을 둘러싼 모든 게 말 그대로 한국적이라고 한 데서 공감이 갔다. 케이팝을 다룰 때 잘못하면 ‘국뽕’이 되기 쉬운데 비판적인 시선이 담겼다. 케이팝이라는 판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K콘텐츠의 순간들’ 코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제807호 아프간 특별기여자 아이들, 기적의 1년

정: 커버스토리(‘울산은 미래를 먼저 경험했다’)는 다양하게 취재를 했더라.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고 시스템의 힘이라는 걸 정확히 짚었다. 또 대구 이슬람 사원과 비교해주고 돌아가신 노옥희 교육감의 역할도 짚었다. 같이 사는 법을 말해준 기사라 재미있게 잘 읽었다.

박: 울산 지역 방송국에서 아프간인 정착 6개월쯤 지났을 때 이들의 적응 과정을 다뤘다. 지역 언론이 지역사회의 정착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서울에 있는 언론은 노옥희 교육감과 다양성 담론을 엮어서 이야기를 푸는 편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지역적 환경도 짚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울산 동구가 울산에서 진보적인 유권자가 많은 곳이고 그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기사에서 정당 지지율 추이 그래프가 중요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실언도, 실수도 많이 하는데 왜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질까? 이런 흐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만 한 것 같다. 변곡점이란 ‘중요한 모멘텀’이란 의미인데, 이런 표현을 썼으면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정: 학교 도서관 사서를 다룬 기사(‘우리 학교 도서관 선생님, 왜 있고 왜 없나’)를 보면 사서도 고용 형태에 따라 정규직 사서교사, 기간제 사서교사, 교육공무직 사서 이렇게 나뉜다는 걸 알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여러 곳을 담당하는 순회사서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아이들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교사를 적게 뽑는 건 어떻게 보면 이해가 되는데 도서관은 없어지지 않는다. 도서관이 역할을 제대로 하면 돌봄 기능도 할 수 있다.

이: 연금 개혁 논쟁(‘연금 개혁 논쟁, 어디서 갈리나’) 기사도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지금 추세로는 국민연금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 입장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다만 ‘GDP 대비 공적연금 급여지출 비중 추이’ 그래프는 말이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올리면 누가 얼마나 더 받나’ 그림을 보면서는 월 100만원 버는 사람에 비해 월 590만원 버는 사람의 인상액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많이 내는 사람이 훨씬 많이 받는다고 되어 있다는 논지가 잘 와닿지 않았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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