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4일 이준희, 이재정, 변영애(왼쪽부터 시계 방향) 독자위원이  편집국에서 세 번째 리뷰 회의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9월4일 이준희, 이재정, 변영애(왼쪽부터 시계 방향) 독자위원이 〈시사IN〉 편집국에서 세 번째 리뷰 회의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준비해온 메모장을 펼친다. 〈시사IN〉 제828~831호 네 권의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꼼꼼히 살피고 정리한 리뷰다. 중간중간 즉석 문답도 진행된다. 기록을 위해 앞에 앉은 기자와 촬영 중인 사진팀장에게 묻고, 확인하고 제안한다. 9월4일 제15기 독자위원회 리뷰회의가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 변영애씨(56), 이재정씨(29), 이준희씨(35)가 참석했다. 다른 일정이 있었던 권오재씨(44)는 회의 하루 전 장문의 리뷰를 작성해 보내왔다.

■ 제828호 재난이 지나간 자리

변영애:표지가 강렬했다. 어린 시절 수해 경험이 있다. 하루 만에 삶의 터전을 잃은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카카오톡 대화처럼 정리된 폭우 관련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독자위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인데 채택된 것 같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후속 기사가 필요하다. 사안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 더 철저히 파악해 알렸으면 한다.

이준희:커버스토리 편집 짜임새가 좋았다. 사진 스토리로 몰입했고 기사로 진중하게 사안을 읽었다. 뒤에 배치된 인터뷰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제828호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프리스타일. ‘509호 법정’ 현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잘 쓴 수필, 에세이였다. 울림이 있었다.

이재정:‘엄마가 다쳤을 때, 아이가 엄마를 어떻게 구조할 것인지’는 생각도 못해봤다. 구체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잘 짚었다. 이번 호는 인터뷰가 다른 호보다 많아 아쉬웠다. 기사 안배, 배치에 더 신경 썼으면 한다. 인공지능 이후 일자리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다룬 기사는 수적 접근보다는 질적 측면에서 질문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오재:커버스토리는 주간지 장점이 잘 드러난 기획이었다. 일간지나 인터넷으로 소비하는 사망자 수, 재산 피해 얼마 등의 정보들이 〈시사IN〉을 통해 줌인된 삶의 현장에서 드러났다. 양승동 전 KBS 사장 인터뷰는 내용상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는 공영방송 관련 문제들을 깊이 다뤘으면 한다.

■ 제829호 교실을 구하라

권오재:초등학생 학부모로서 교육 현장 문제에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알게 된 커버스토리였다. 왜 이런 상황에 왔는지, 아동학대 문제 등 각종 이슈들의 경과를 잘 짚었다.

변영애:교사들이 왜 벼랑 끝에 몰리는지, 무엇이 그들을 압박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잘 드러냈다. '지자체만 웃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사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피해 주민에게 돌아가는 돈이 적고 대부분 지자체 시설 복구에 들어간다는 걸 짚어준 것이 좋았다. 제829호 경제 기사는 어렵게 쓰인 글이 많았다. 말하는 바는 알겠지만 와닿지 않았다.

이재정:실업급여 이야기를 다룬 ‘샤넬 선글라스 대신 이야기해야 할 것들’ 기사는 중년의 사례를 가져온 게 좋았다. 당시 ‘샤넬 선글라스’는 청년 세대를 비판하는 소재였는데, 중년들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고 사회정책이라는 걸 잘 알렸다.

이준희:제안 한 가지. 독자위 활동을 하면서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사진기자들도 프리스타일을 쓰면 어떨까. 현장 취재하며 못한 이야기들 많을 텐데. 독자로서도 궁금하다. ‘인생샷 문화로 바라본 여성들의 생애사’ 기사는 기사인지 서평인지 모르겠다. 읽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 오히려 그렇게 쓴 게 더 좋았다.

■ 제830호 판결문 속 대통령 장모

권오재:표지가 너무 직관적이었다. ‘판결문 속 대통령 장모’라는 글자 그대로 구현됐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차전지(2차전지) 기사는 나와 비슷한 눈높이에서 공부하고 취재해 알려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준희:커버스토리 기사는 문체가 좋은 건 아닌데, 정리가 잘되어서 감탄하며 읽었다. 소제목을 잘 달았다. 내가 어디쯤을 읽고 있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었다. 교단 떠나는 24년 차 교사 기사는 질문들이 좋았다. 기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변영애:24년 차 교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교사가 가장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게 수업인데, 그 수업에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일들이 많다. 그가 교단을 떠나려는 이유 속에 우리 공교육 전체의 문제가 담겨 있다. 이차전지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는데 설명이 잘 됐다. 삼국지에 비유한 제목도 좋았다.

이재정:이차전지 기사가 세 편 실렸는데, 뒤에 포스코 이차전지 광고가 나왔다. 잘 쓴 기사가 이걸 위한 것이었나 하고 배신감이 들었다. 오해 없도록 해줬으면 한다.

■ 제831호 진흙탕 빠진 ‘잼버리 사태’

변영애:표지 제목 좋았다. 3개 정부 걸쳐 벌어진 잼버리 사태를 커버스토리로 잘 짚었다. 최근 여당도, 야당도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문제 제기에 소극적인 것 같다. 이렇게 여기서 끝나는 건가? 〈시사IN〉이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

이재정:커버스토리를 읽다가 의문이 들었다. 사전에 계속 지적이 있었다고 하다가 뒤에서는 중앙정부가 잼버리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서술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그동안의 지적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게 문제의 핵심 포인트 같다. 학부모를 세대론으로 접근해 다룬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교권 문제를 다룬 양질의 기사들이 좋다. 특별호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온라인판으로라도 묶어줬으면 한다.

이준희:잊을 만하면 AI 관련 기사가 나온다. 다만 독자가 이걸 왜 읽어야 하는지, 왜 계속해서 알려야 하는지 〈시사IN〉도 모르는 것 같다. 큰 방향성도 안 보인다. 결국 AI 콘퍼런스 홍보를 위한 기사인가라는 의문이 진하게 든다.

권오재:잼버리에 대한 정치 공방 속 팩트와 자료, 취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커버스토리였다. 학부모 이야기를 다룬 기사도 흥미로웠다. 교사와 학부모의 대담 등,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획들로 이어지면 좋겠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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