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100원. 영어 단어 빨리 외는 데 벌금제만 한 게 없다. 매일 보는 쪽지시험, 1개 틀릴 때마다 100원씩만 거둬도 금세 파란 지폐가 쌓인다. 모은 벌금으로 회식하는 날. 저들 입속으로 들어가는 고깃값의 절반은 내 돈, 울면서 즐길밖에. 돈도 안 남고 단어도 가물가물, 지속가능한 영어 울렁증에는 이유가 있다.

0.01점당 6만원. 개당 100원에 댈 게 아니다. 이 살벌한 숫자는 안 그래도 수에 민감한 카이스트의 방침이다. 학점 3.0에 미치지 못한 학생은, -0.01점마다 등록금을 6만원씩 더 내야 한다. 이름 하여 차등 등록금제. 공부 잘하면 전액 장학금. 못하면 늘어나는 등록금.

회식은 같이 먹는 미덕이라도 있다. 돈도 돈이지만, 근성과 자존심이 범벅돼 기를 써도 따라잡기 어렵다는 전 강좌 영어 수업이 버티고 있다. 한국인의 영어 울렁 유전자를 타고난 이들로서는 버거울 터. 특히 일반고 출신은 과학고 출신보다 적응이 어렵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수학 정석을 떼고 왔던 우리 반 1등과 나의 실력 차가 대서양쯤이었음을 상기하면 짐작이 된다. 1월8일 음독자살한 한 학생은 카이스트 징벌식 셈법의 결과 한 학기 등록금이 800만원에 달했던 걸로 알려졌다.

‘로봇 영재’라 불리며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으로는 최초로 카이스트에 입학했던 그. 실업계라는 꼬리표가 길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던 누리꾼들. 다윈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밀렵꾼이, 노엄 촘스키도 시간강사가 됐으리라는 재치의 댓글을 즐기면서도 금세 울적해진다. 

하루 980만원. 서울 한 기독교 대학 총장단이 이스라엘·터키 등지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데 쓴 비용이다. 열흘 일정에 지출한 9800만원 중 7100만원을 등록금으로 충당했다는 학교. 지난해 학교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등록금을 4.8%나 인상해 주목받은 곳이다. 다음 학기엔 ‘총장과 함께하는 성지순례’ 과목이 신설되는 건가.

끝으로, 하루 300원. 홍익대가 청소 노동자들에 식대 명분으로 건넨 금액이다. 등록금에는 통 큰 대학들도 아끼는 게 있었다. 소식(小食)이 장수의 지름길이라도 그렇지, 막대 사탕 한 개 값이라니. 사탕 식사로 어르신들이 당뇨의 늪에 빠질까 겁난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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