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 펴도 되겠다. 지지난 주 보수 단체의 조계사 난동 사건을 언급하며 ‘진보 단체의 소망교회 행패 시나리오’를 상상했는데(〈시사IN〉 제172호 참조) 지난 1월2일 진짜 소망교회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다만 신기가 모자랐는지 예상 줄거리는 좀 빗나갔다. 폭행 사건은 외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사람들끼리 벌어졌다. 소망교회 조 아무개·최 아무개 부목사가 김 아무개 담임목사를 폭행한 것이다. 조씨와 최씨의 주먹질에 김씨의 왼쪽 눈 주위 뼈가 부서졌단다.

알고 보니,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2008년에는 김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가 ‘반대파’ 집사를 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단다. 이게 다 ‘파벌’ 때문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2003년 김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졌다고 한다. 이들의 터프한 파벌 싸움에, 누리꾼들은 대통령이 장로님으로 계시는 교회가 주는 은혜로운 말씀 하나를 가슴에 새겼다.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주먹이니라.”

영원한 앙숙,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에는 주먹 대신(늘 그런 건 아니다) 말로 싸웠다. 지난 1월3일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이 구제역 확산 주범으로 민주당을 점찍었기 때문이다. 정황 증거는 민주당 의원들의 전국 장외투쟁이었다. 민주당은 “정권의 머릿속까지 방역해야 하나”라는 말로 맞받아쳤다. 누리꾼들은 곰곰이 따져보았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구제역을 확산시킨다면? 〈1박2일〉 제작진·출연진과 〈전국노래자랑〉 송해 아저씨야말로 1급 용의자다!  

가장 치열한 싸움의 잠재력을 지닌 남녀 간 갈등은 주로 ‘믿음’ 때문에 일어난다. “어디야, 뭐 해, 누구 만나, 왜 전화 안 받아” 묻는 여자와, “나만 믿어, 손만 잡을게, 진짜 집이야” 대답하는 남자. 이들의 역학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것 같았던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 ‘오빠 믿지’ 개발자가 1월6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개인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아서였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불쌍히 여겼지만, 일부 ‘오빠’들은 뒤에서 조용히 환호했다. 그리고 기원했다. “더 이상 이런 저승사자 같은 앱이 나오지 않기를….”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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