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이 덮친 가축전염병의 계절 [포토IN] 신선영 기자 10월31일 경기도의 한 한우 농장 앞. 소 울음소리가 멈추자 육중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굴착기 끝에 달린 삽이 바닥에 누운 소의 몸을 들어 올리자, 도구를 든 방역 직원이 죽은 소의 몸에 구멍을 냈다. 소들은 차례대로 하늘색 FRP(섬유강화플라스틱) 통에 던져졌다. 사체로 가득 찬 통은 소들이 먹고 자던 농장 내 부지에 묻혔다.살처분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지정한다. 올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럼피스킨병(lumpy skin 소싸움은 전통 문화유산인가, 돈벌이 위한 학대인가 [포토IN] 신선영 기자 6월18일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 관람석은 대체로 한산했다. 낮 12시20분에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1만1845석 규모의 관람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곳만 사람들이 붐볐다. 서쪽과 북쪽으로 난 5번, 6번, 7번 출입구 쪽이다. 총 12회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자리를 지키는 반면, 이들은 경기 시작과 종료에 맞춰 밀물 썰물처럼 출입구를 들락거렸다. 출입구와 이어지는 투표소에서 우권(승패에 베팅한 표)을 구매한 사람들이다. 경기장 내부 전광판으로 배당률이 실시간 중계됐다. 베팅 종료를 알리 가축전염병의 계절, 최전선에 선 사람들을 만나다 포천·김다은 기자 가축전염병이 돈다. 10월이 되면 여지없이 시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해 10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를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지정한다. 올해 겨울은 특히 심상치 않다. 지난 1~8월 유럽에서 이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난해에 비해 40배 이상 발병했다. 유럽과 한국의 철새 이동권역은 시베리아에서 겹친다. 정부에서는 교차감염을 통해 AI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AI 발병이 3배 이상 증가했다.‘돼지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심각한 가축전염병이다. ASF 팬데믹의 시대 ‘좀비가 살아남았다’ 임지영 기자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올해 출간된 정세랑 작가의 〈목소리를 드릴게요〉에 실린 단편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마지막 문장이다. 양궁 메달리스트인 정윤은 인구가 과밀된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산다. 옥탑방에 산 덕에 좀비 떼를 피해 남들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버티고 버티다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스스로에게 시위를 당길 때였다.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헬리콥터 엔딩’은 2020년 한국의 좀비 영화 〈반도〉와 〈#살아있다〉에도 반복된다. 이대로 끝인가 싶을 때 어디선가 들리는 ‘두두두두’ 소리. 재난의 시대, 구조가 필요 21세기 감염병은 ‘네버엔딩 스토리’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별 생각 없이 평소처럼 손 세정제를 사려고 퇴근길 편의점에 들렀는데 제품이 없다고 했다. 집까지 걸어가는 도중 다른 편의점, 드럭 스토어, 약국을 차례로 들렀다. 어떤 곳도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에 대한 두려움이 만든 결과였다. 국내 확진자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웃돈 거래가 이루어지고, 감염 위험 인물이나 지역에 대한 혐오와 배척도 뚜렷해졌다.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교민들을 데려와 국가시설에 격리한다는 소식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트랙터로 길목을 막아섰다. 사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무서운 이유 나경희 기자 9월16일 오후 6시,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 돼지 농장에서 고열에 시달리던 어미 돼지 다섯 마리가 쓰러졌다. 농장 주인은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에 신고했고, 이튿날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왔다. 농장 주인이 소유한 다른 농장에 있던 돼지까지 3950마리가 곧바로 살처분됐다.관계 부처가 소독시설과 통제 초소를 세우고 48시간 동안 전국의 모든 돼지 농장과 도축장 등 관계시설의 출입을 막는 ‘스탠드 스틸(가축, 관계자 등에 대한 이동 중지)’ 조치를 발령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일주일 만에 경기도 연천군·김포 엄마 돼지 한 마리가 논 3000평 만큼 번다 이오성 기자 남편은 돼지를 키운다. 아내는 그 돼지고기로 스페인의 하몽 같은 발효 생햄을 만든다. 조카는 농장에서 나오는 분뇨를 거둬들여 액체 비료로 탈바꿈시킨다. 디자인을 공부하던 첫째는 전공을 축산학으로 바꿨고, 둘째 역시 양돈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나섰다. 이쯤 되면 돼지로 먹고사는, 아니 돼지가 먹여 살리는 가족이다.박화춘씨(다산육종 대표)는 축산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박 사장, 박 대표보다는 ‘박 박사’로 불린다. 가축육종학으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농촌진흥청 연구원, 축협중앙회 유전자원실장으로 근무하다 마흔 무렵 돌연 고향인 빈 닭장에 남겨진 AI 후폭풍 이오성 기자 검은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맞았다. 아침 일찍 나갔던 주인은 해질 무렵에야 날품팔이를 마치고 농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곳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소란스럽던 생명체가 자취를 감춘 지도 4개월이 넘었다. 3월15일 저녁 충북 진천군 이월면 갈미농장. 닭장 여섯 동에서 닭 4만여 마리가 북적이던 이곳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농장주가 숙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빈 닭장을 비추는 CCTV만 돌아가고 있었다. 닭장 안에는 쓸모를 잃은 왕겨 포대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해 11월5일이 마지막 출하였... 구제역 현장의 구제 불능 역할극 조남진 기자 충북 보은군 마로면과 탄부면 일대 축산농가에서 발병한 구제역이 25번 국도를 따라 북상했다. 방역 당국은 도로 곳곳에 방역 초소를 세우고 통행 차량마다 방역제를 살포했다. 발병 농가 입구는 차단되고, 소를 키우는 주민들은 옆집 주민과도 접촉을 삼갔다. 외부인의 마을 출입도 차단했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았다. 2월16일 속리산 나들목 입구 25번 국도에 세워진 구제역 방역 초소에 한 국회의원이 방역복을 입고 나타났다. 의원은 10여 분간 방역제 살포 ‘체험’을 했다. 그는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브리핑까지 받았다. ... [단독]엉뚱한 ‘할랄’ 사업, 차은택 머리에서 나왔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주진우·차형석·천관율·김은지·김동인·전혜원·김연희·신한슬 기자)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VIP(대통령)’ 지시 사항으로 ‘할랄’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하는 할랄은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안 전 수석이 ‘12-11-15 VIP-②’라고 쓴 메모를 보자. 2015년 12월11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이 페이지의 첫 번째 항목은 ‘1. 미 금리인상 대비책’이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가 양적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스르자 포포비치 지음, 박찬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혁명에 관한 책이다.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부터 미국 뉴욕의 오큐파이 운동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함께 모여 창의적으로 맞서면 독재자를 쓰러뜨리고 불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 평범한 사람들의 혁명이 ‘우유 월급’의 몰랐던 속사정 이상원 기자 ‘월급을 우유로 준다’는, 농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시장점유율 1위 서울우유에서다. 서울우유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임직원 급여 일부를 자사 제품으로 지급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명절을 앞두고 염가로 유제품을 제공한 이벤트였다. 희망자만 구입했고, 직급별 일괄 판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정 상황과 무 농부를 부자로 만드는 ‘대풍’ 전명산 (정보사회 분석가) 1970년 칠레의 아옌데 정부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을 계획경제에 활용하는 사회주의 인터넷 프로젝트 사이버신(CyberSyn)을 추진했다. 사이버신은 실시간 정보 수집 시스템으로, 각 공장의 생산 현황을 취합하고 이것을 토대로 생산량을 조절한다. 아옌데 대통령은 프로토 타입(재미 요소나 구현 가능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구현한 시제품)까지 개발 식품첨가물보다 불신이 더 문제다 김은남 기자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섬’이 하나 놓여 있다. 안전한 밥상을 둘러싼 인식이 특히 그렇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을 꼽았다. 반면 일반인들은 식품첨가물을 꼽았다.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논리적 설명보다 매스컴이나 ‘불안팔이 장사꾼’들의 선동에 쉽 ‘불온서적’ 작가의 ‘기억 투쟁’ 임지영 기자 만화가 박건웅의 작품 〈나는 공산주의자다〉가 최근 경기도 초등학교 추천도서 목록에서 삭제됐다. 한 보수 단체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내용이라며 학생 도서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한 이후였다. 1954년 간첩으로 남파됐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돼 36년간 수감 생활을 한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씨의 원작을 만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2010년 공자와 플라톤이 모르는 것 장정일 (소설가) 인문학 열풍은 ‘아는 것이 힘’이며 ‘아는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본질에 육박하려면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상을 모르는데 무슨 본질을 알랴? 공자와 플라톤은 ‘구제역(口蹄疫)-살처분’ ‘천안함-세월호’ ‘뉴라이트-넷우익’ ‘체르노빌-후쿠시마’ ‘미사일방어(MD)-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종교근본주의-이슬람국가(IS)’에 대해 아무 할 말이 없는 사람들이다. 열거한 문제들에 대한 인문학적 개입은 자기색정을 넘어 구체적인 현상과 사건을 추상적으로 만들고, 해결 가능한 접 돼지를 찾아서 시사IN 편집국 이번에는 먹을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해외용 포스터의 카피가 달달하다. “돼지와 사랑에 빠졌어요.” 이 카피처럼 돼지와 사랑에 빠진 한 가족의 이야기는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기도 하다.350만 마리 소·돼지가 생매장된 구제역 파동 이후, “나와 내 가족이 먹는 돼지는 어디서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에 휩싸인 감독은 ‘진짜 돼지 이산가족 ‘훈풍’ 뒤에 꽃샘추위 밀려오나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꼽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양측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무사히 끝남에 따라 이제 시선은 ‘두 번째 단추’로 쏠린다. 하지만 북한이 2월27일 기독교 선교사 김정욱씨의 억류 사실을 전격 공개한 데 이어 동해안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복잡 미묘한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그것이 돼지들의 마지막 외출이었습니다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하얀 돼지 한 마리가 얼굴을 허공으로 추켜올린 채 쏟아지는 눈을 맞고 있다. 지그시 감은 눈과 살짝 미소 짓는 듯한 입이 흐뭇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돼지 얼굴만 볼 때는 그렇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온통 까만 배경색 때문일까, 어둡고 불길하다.책을 펼쳐 읽어나가면, 어둡고 불길한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이것은 2010년 겨울 구제역이 부안체험랜드 캠핑장 이오성 기자 다섯 살 된 딸아이는 젖소를 처음 보았다. 어마어마한 젖소의 덩치에 놀라 말문이 막혔는데, 체험랜드 가이드가 젖을 만져보라고까지 권한다. 한참을 망설이다 젖에 손을 대더니 “따뜻해요”라고 말문을 연다. 내친김에 젖을 짜보자고 권했지만 아이는 절레절레. 결국 가이드가 아이를 안고서 소젖을 함께 짰다. “이게 우리가 먹는 우유예요.” 가이드의 설명에 아이는 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