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주최한 공청회. 축사를 하러 단상에 올라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품속에서 주섬주섬 원고를 꺼냈다. “제가 원고를 안 보면 실수를 잘하기 때문에….” 안 대표가 멋쩍게 덧붙인 한마디에 곳곳에서 쓴웃음이 터졌다.

‘실수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다. 안 대표가 올 한 해 쏟아낸 설화(舌禍)만 늘어놓아도 숨이 차다. 원내대표 시절이던 올해 3월에는, 지난해 11월에 당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두고 ‘좌파 주지’라고 비난했던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당대표 도전을 준비하던 그에게는 큰 암초였다. 결국 안 대표는 6월21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만약 그랬다면 사과하겠다”라는 기묘한 조건부 사과로 논란을 일단 봉합했다.

안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번에는 병역 면제 전력이 문제였다. ‘행방불명’을 사유로 입영이 수차례 미뤄지다가 결국 고령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안 대표는 누리꾼 사이에서는 진작부터 ‘행불상수’로 불리며 놀림을 받았다. 안 대표는 행방불명 이력을 추궁하는 질문에 “노모가 글을 모른다. 영장인 줄 모르고 절에서 공부하던 내게 전달을 못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자기 살자고 어머니를 망신시켰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텔레비전 토론회는 또 홍준표 후보가 안 후보에게 “옆집 개가 시끄럽게 짖는다고 소송을 낸 적도 있다”라고 비난하고, 이에 안 후보가 발끈하면서 당시 안 후보의 옆집 개가 몇 마리였는지를 두고 설전이 오가는 ‘역대 가장 쓰잘 데 없는 토론’을 생생히 보여줬다.

김태영·김정일·현병철도 ‘최악 후보’에

대통령과 총리가 군 면제자인 상황에서 당대표까지 군 면제자를 뽑는 부담이 있었지만, 안 대표는 넉넉한 표차로 당선되었다.
 

연평도에서 안상수 대표가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포탄 운운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안 대표 취임 이후 거짓말처럼 안보 이슈가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그 형국에서 ‘행방불명’ 군 면제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은 좁았다. 부담을 느끼다보니 무리수도 나왔다. 북한 포격 이후 군복까지 차려입고 들어간 연평도에서 안 대표는, 보온병을 치켜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이 보온병 발언으로 안 대표는 일부 누리꾼만이 열광하는 ‘컬트 개그맨’에서 ‘큰 무대’로 뛰어올랐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안 대표의 보온병 발언 패러디가 매주 전파를 탄 것이다.

이러고도 아쉬움이 남았던 걸까. 안 대표는 12월22일 여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성형 너무 많이 해도 안 좋다.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더라”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2010년 자신만의 ‘희극’에 화룡점정했다.

이 밖에 올해 최악의 인물 후보로는, 한 해 내내 우왕좌왕했던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3대 세습까지 강행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인권위의 위상을 저 밑바닥까지 추락시킨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안보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이명박 대통령 등이 거론되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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