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구글 캘린더는 편리한 도구다. 간단한 메모처럼 적어두면 컴퓨터가 알아서 일정을 정리해주니까. ‘업무의 설계도’ 역할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정이 쌓이면 곤란하다. 열어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어떨 때는 ‘정보의 무덤’이라는 느낌이다.

닥치는 대로 적어둔 이번 주, 이번 달의 일정을 내가 하나하나 읽어야 하나? 이런 일이야말로 AI가 대신 해주면 어떨까? AI 에이전트의 시대에 말이다.

그래서 해봤다. AI로 구글캘린더 정리하기. 다음 네 가지 프롬프트를 넣어봤다.

“내 구글 캘린더에 접근해서 오늘 이후 12월 일정을 빠짐없이 정리해줘요."

“12월 일정 가운데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일정은?”

“내가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월별로 간단한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해서 보고해줘요.”

“7월부터 11월까지 월별 변화를 비교해줘요.”

챗GPT 대 클로드 대 제미나이

지난 회 ‘G메일 읽고 정리해주기’에 이어 이번에도 챗GPT(5.1)와 클로드(소네트 4.5)와 제미나이에게 물었다. 챗GPT와 클로드는 ‘구글 캘린더 접근’을 요청하기 전에 설정에 들어가 ‘커넥터 연결’을 해줘야 한다(방법은 지난 칼럼에 있다).

첫 번째 과제 “12월 일정 정리”는 세 모델 모두 깔끔하게 처리해주었다. 독자님께 권하고 싶은 유용한 기능이다! 구글 캘린더에 알록달록 적어놓은 일정을, 보기 편하게 글로 쭉 뽑아주기 때문이다. ‘투두 리스트’로 만들어 다른 메모 앱에 넣어 다닐 수도 있다.

두 번째 과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12월 일정”을 물었는데, 이것은 세 인공지능이 흥미로운 차이를 보였다.

역시 구글캘린더와 ‘한솥밥 먹는’ 인공지능 제미나이가 편리했다. “연말(12월)에는 식당 예약이 빨리 마감되므로, 인원수에 맞춰 최소 1~2주 전에 장소를 예약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라는 조언을 해준 것은 제미나이였다. 제미나이는 특히 누르면 바로 구글 캘린더와 연결될 수 있도록 일정을 정리해주었다. 편리한 장점이다.

세 번째 “7월부터 11월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 해달라”는 과제에서 모델마다 답변이 갈린다. 챗GPT는 멀쩡히 적어둔 10월 일정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제미나이는 7월과 8월 일정을 읽지 못했다. 클로드는 누락된 일정 없이 모두 읽어왔지만, 이야기라기보다 일어난 일을 그저 나열해 놓았다. 그래도 클로드 판정승.

‘그림 일기’도 그려주는 인공지능

네 번째 과제 “월별 비교 분석”에도 모델마다 답변이 달랐다. 제미나이는 “7~8월은 실행의 시간, 9~11월은 확장의 시간”이라고 정리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클로드는 여러 가지로 분석해줬는데, 한눈에 보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챗GPT는 표도 그려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정리를 해줬다. 그나마 보기 편한 쪽은 챗GPT였다.

그리고 하나 더.

네 가지 과제를 모두 돌려본 다음, 재미있는 프롬프트를 추가해 보았다. 내가 겪은 11월을 그림으로 보고 싶었다.

“구글 캘린더의 11월 일정을 바탕으로 내 11월 생활을 가로로 긴 한 컷의 일러스트로 그려줘요. 나는 안경을 쓰고 홀쭉한 아시아 남자야.”

제미나이에게 시켜 그리게 한 ‘11월 생활’ 요약 일러스트.
제미나이에게 시켜 그리게 한 ‘11월 생활’ 요약 일러스트.

이 프롬프트를 여러 번 실행시켜봤다. 아무래도 나노바나나를 이용하는 제미나이의 그림이 내용에 충실한 것 같다.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고쳐달라고 부탁하면 고쳐준다. 나노바나나의 그림 솜씨는 대단하다.

챗GPT 그림도 괜찮긴 한데, 내용에 충실하지 않다. 아무 그림이나 적당히 11월 느낌 나게 그려 놓고 11월 일정을 그렸다고 여러 차례 둘러댔다(클로드도 SVG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저씨 다꾸족’의 고백

개인적인 고백 한 가지. 사실 나는 다이어리 꾸미기가 취미인 ‘아저씨 다꾸족’이었다. 아트박스에서 스티커를 사서 예쁜 손글씨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그런데 AI 에이전트에 구글 캘린더 정리를 맡기면서부터, 나는 ‘다꾸’를 안 하게 되었다. 일정의 흐름과 스토리를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꾸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스티커를 붙이고 일정을 옮겨 적는 대신, AI한테 묻는다. “나는 어떻게 이번 달을 보냈지?” 그러면 AI는 순식간에 정리해준다. “어느 요일에 일이 많네요. 이 주는 강연이 몰렸네요.”

이렇게 하여 다꾸의 귀여움은 아저씨의 일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자신의 삶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AI 에이전트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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