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도 빠르게 변한다. 한동안 AI 검색과 AI 챗봇이 유행이었다. 이제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
AI 에이전트란 나 대신 일을 해주는 AI다. 나 대신 내 일정을 체크하고, 나 대신 내 업무를 처리하며, 나 대신 내 장바구니로 쇼핑을 해줄 것이다.
아직은 초기라서 일부 기능을 맛볼 수 있다. 내 G메일과 내 구글 캘린더에 AI가 접근해 내 일정을 정리해준다. 내 일을 완전히 도맡아 해주는 단계는 아직 멀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몸으로 느끼는 변화가 크다. 내 일이 아주 편리해진다.
AI 에이전트의 시대
그래서 해봤다. 내 G메일을 읽고 정리해주는 AI 비교 리뷰. 클로드와 챗GPT, 제미나이 세 AI를 이용해 2025년 11월7일부터 11일까지 여러 차례 돌려보고 이 리뷰를 쓴다.
조금 번거롭지만, 프롬프트를 넣기 전에 ‘설정’을 만져야 한다. 챗GPT와 클로드 같은 AI를 G메일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커넥터라고 한다. 이 커넥터를 켜줘야 한다.
클로드와 챗GPT의 PC 앱에서 왼쪽 아래 귀퉁이를 보면 사용자의 이름이 뜬다. 이 부분을 클릭하면 ‘설정(Settings)’이 열린다. 여기서 커넥터(Connectors) 메뉴를 누르면 G메일과 구글 드라이브와 구글 캘린더를 연결할 수 있다. 내 구글 계정을 선택하고 접속해주면 된다(제미나이는 구글 계정과 자동 연결이 되어 있어서 특별히 이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고생 많으셨다. 여기까지가 오늘 할 가장 번거로운 작업이다. 이렇게 커넥터를 연결하신 후, 프롬프트를 넣어주면 된다.
“커넥터를 이용해 내 구글 메일에 접근해줘요. 지난 24시간 동안 내가 받은 메일을 브리핑해줘요. 내가 요청받은 활동이 있다면, 내가 해야 할 활동을 알려줘요. 답장이 필요할 경우 어떤 답장을 써야 할지 제안해줘요.”
클로드의 단점 ‘대화가 길어지면 뻗어버린다’
먼저 클로드의 대답을 보자. 클로드의 장점은 메일을 깔끔하게 잘 요약해준다는 것이다. 항목을 나눠서 딱딱 맞춰 정리해놓은 것이, 흡사 보고서를 받아보는 기분이다.
클로드의 단점도 뚜렷하다. 클로드는 이른바 ‘콘텍스트 윈도’가 짧다. 긴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받은 메일이 길고 양이 많을 경우, 클로드는 이 메일을 읽어들이다가 문자 그대로 ‘뻗어버린다’.
“Claude와의 대화가 최대 길이에 도달하였습니다”라는 문장이 뜨며 갑자기 대화가 종료되어버린다. 주고받는 메일의 양이 많은 이용자의 경우, 이 약점은 치명적이다.
챗GPT, ‘더 읽고 답하라’는 추가 지시 필요
다음으로 챗GPT. 챗GPT의 장점은 콘텍스트 윈도가 길다는 것. 대화가 길어져도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내가 받은 메일이 길고 양이 많아도, 챗GPT는 걱실걱실 요약해낸다.
그러나 챗GPT도 단점이 있다.
첫째로, 가끔 한 번씩 G메일 연결이 끊긴다. 이 리뷰를 준비하면서도 11월7일 오후에 G메일 연결이 안 된 적이 있었다. 내 경험으로는 몇 주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사고 같은데, 잘 연결되던 G메일이 갑자기 몇 시간씩 연결이 안 되면 이용자는 무척 답답하다.
둘째로, 이용자는 24시간 안에 온 메일을 한 번에 모두 읽고 정리해주기를 바라지만, 챗GPT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더 온 메일이 있을 텐데 더 읽고 정리해줘요”를 여러 번 따로 지시해줘야 한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느냐고 챗GPT한테 따져 물었더니 이런 썰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G메일 API 구조상 제한”, 즉 G메일을 외부에서 접근하려다 보니 제한이 있어서, 챗GPT는 한 번에 열 통씩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그때 ‘더 읽고 답하라’는 추가 지시가 필요하다나.

제미나이의 판정승
챗GPT의 두 가지 단점은 이유가 뚜렷하다. 챗GPT가 구글 내부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외부에서 접근하는 프로그램이라서다.
그렇다면 구글에서 서비스하는 AI 제미나이는 어떨까? 커넥터를 따로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제미나이도 모든 메일을 읽어주지는 않지만, ‘더 읽어달라’고 추가하면 아주 많은 양을 읽어준다.
요약하자면, 클로드와 챗GPT와 제미나이, 세 AI 가운데 G메일을 브리핑 받을 때 가장 편리한 AI는 제미나이다. G메일과 한솥밥을 먹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G메일 이용자라면 이미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사실 제미나이 서비스는 이미 G메일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제미나이를 따로 켜지 않아도, G메일에서 이용자는 ‘메일 번역’ 서비스를 쓸 수 있고, 또 ‘메일 요약’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때 이용자는 “내가 제미나이 AI를 쓰는구나”라는 특별한 인식 없이 기능을 사용한다.
미래의 에이전트 서비스는
앞으로의 에이전트 서비스가 이러할 것이다. 구글이건 네이버건 쿠팡이건, 각종 서비스 내부에 녹아든 보조 서비스 노릇을 할 것이다. 이용자는 굳이 설정을 찾아 들어가 커넥터를 연결 한다거나, 복잡한 프롬프트를 궁리하지 않더라도, 에이전트를 의식하지 않고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다음 회차에는 ‘에이전트 맛보기’로 AI를 활용해 구글 캘린더를 이용해보는 방법을 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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