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게임
조무원 지음, 민음사 펴냄
“각자가 믿는 진실이 진리가 될 때, 모든 갈등은 해결 불가능한 국면으로 치닫는다.”
어떤 사건이나 말 앞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따져보곤 한다. 저자는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보자고 제안한다. “모든 진리를 잠정적으로” 만들어 “우리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정”해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위한 ‘거짓말 게임’이다. 저자는 홉스와 루소를 비롯한 정치철학자들의 이론을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읽어낸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비상계엄 선포와 서부지법 폭동,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 음모론, 탈진실, 정치적 양극화 같은 오늘날의 문제들을 다른 관점에서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배 이야기
이언 그레이엄 지음, 이재황 옮김, 산처럼 펴냄
“배와 그 배를 인간이 이용한 방식은 우리의 역사, 문화, 문명의 모습을 결정지었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의 태양선부터 현대의 초대형 여객선 ‘얼루어 오브 더 시스’호까지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인류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50가지 배를 소개한다. 배는 운송수단 그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때로 배는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 먼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배가 나오자 탐험가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다. 세계 일주를 하며 지도를 만들었다. 강대국은 배에 큰 포를 탑재했고, 포탄 도입은 목제 선체에서 철제 선체로, 다시 강철 선체로 이어졌다. 비행기로 수송이 빨라지자 화물선은 거대해졌다. 어떤 배는 과학 연구에 사용되었다. 비글호나 챌린저호가 그렇다. 이처럼 세계 역사의 50가지 배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깨어있는 자본주의
칼 로즈 지음, 오숙은 옮김, 여문책 펴냄
“반짝인다고 전부 녹색은 아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인권·성평등·환경·소수자 권리 등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는 사례가 엄청나게 늘었다. 이른바 ‘깨어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woke(깨어있는)’는 본래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난’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올바른 도덕성을 가진 척하는’ 같은 비꼬는 의미로 통용된다. 저자는 나이키, 질레트,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의 ‘깨어있는 척’이 사실은 시장지배력 및 이윤 확대를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제프 베이조스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거액을 기꺼이 투자하는 ‘최고의 자선가’이지만, 그의 회사인 아마존은 ‘공격적 세금 회피 기업’이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새로운 금권 체제의 얼굴 거죽으로, 결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어떤 아이들은 상처로 말한다
셰이팅 지음, 강수민·김영화 옮김, 멀리깊이 펴냄
“병원으로 발걸음하기까지 너무 오래 망설이지 않기를.”
타이완의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인 저자가 자해를 하고 등교를 거부하고 자살 충동을 겪는 아이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성폭력을 겪은 뒤 피로 일기를 쓰는 소년, 클레이 인형을 난도질한 네 살 아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싶다고 말하는 고등학생, 군복을 입고 공부하는 10대, 성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청소년 등 진료실에서 자신의 인생을 공유해준 아이들 스물네 명은 각자 자신의 상처를 직시한다.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 내담자들은 거듭해서 다른 문제를 맞닥뜨린다. 긴 호흡으로 봤을 때는 더디지만 그래도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앉는 걸 멈추지 마!
둘채 지음, 쥬쥬베북스 펴냄
“어떤 의자든 환영합니다.”
어느 날 대통령이 ‘앉는 행위 전면 금지’를 선포한다. ‘앉는 게 뭐 어때서’ ‘의자는 죄가 없다’ 같은 손피켓을 든 사람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아예 ‘의자 레이싱’ 게임을 벌이기로 했다. 각자 좋아하는 다양한 의자를 ‘타고’ 거리에 나와 경주를 벌인다. 함께한 덕분에 자유를 옭아매려 한 권력자를 끌어내릴 수 있었다. 불법 계엄 이후 빼앗긴 일상을 우리가 어떻게 되찾았는지, 동글동글 다정한 그림체로 이어지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뭉클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책 띠지를 벗기면 행렬 앞에 선 시민들 얼굴이 나타난다. 그 장면을 바라보니 어쩐지 코끝이 시큰해진다. 정말 그랬다, 광장에서 우리는 한순간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낙원의 역사
장 들뤼모 지음, 박용진 옮김, 앨피 펴냄
“우리 선조들이 생각한 낙원이란 무엇이었을까.”
낙원은 오랜 세월 서구 세계의 학문·예술·삶을 좌우했던 주제다.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지상낙원·천년왕국·천국과 같은 주제에 골몰했다. 특히 전란과 질병·빈곤에 시달리던 이에게 이런 환상은 사실상 유일하게 행복한 꿈이었다. 기독교 성인들은 에덴 동산이라는 성경 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의했고, 그중 일부는 ‘이 대목은 비유가 아닌 실재’라는 쪽에 기울었다. 탐험가들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를 헤맸다. 17세기까지도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면서 낙원을 찾았다. 그럼에도 가설은 빗나가고 의지는 꺾이고 만다. 낙원만 좇으며 중세를 살아간 이들에게 이 과정은 실패의 역사였다. 그러나 멀리서 돌아보는 현대인은 과학과 신학이 함께 발전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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