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맛있다

김진영 지음, 따비 펴냄

“환경과 기술은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은 요지부동이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식품 MD로 일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일이다. 이 책에서 식재료를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일러준다. 쌀·채소·과일·고기·해산물 등 여러 식재료를 짚어가며 잘못된 통설이 생긴 이유를 설명한다. 그가 강조하는 첫 번째 정보는 ‘품종’이다. 과거 농축산물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었다. 지금은 맛에 초점을 둔 새 품종이 많아졌는데, 소비자들은 이를 몰라 과거의 통설에 기댄 소비를 한다. 두 번째는 ‘제철’이다. 특히 과일과 생선이 그렇다. 여러 이유로 제철이 잘못 알려졌는데, 이를 바로잡는다. 제철이 아닐 때 과일과 생선을 구입하면 맛없는 것을 비싼 돈을 주고 먹게 된다. 이런 선택은 농어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담장 좋은 이웃

송민순 지음, 생각의창 펴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하는 한국의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베이징 6자 회담 수석대표, 대통령실 통일외교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한민국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런 그가 한국 바깥의 관찰자들이 한국인에 대해 흔히 하는 말을 전한다. “세계인들이 한국인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은 ‘스스로에 대해 두 가지를 잘 모른다. 얼마나 잘사는지와 얼마나 위험한 곳에 살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인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에 대한 인식은 더 희박해지고 있다.” 그가 안보와 통일에 관한 12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핵심 키워드는 전략적 ‘자율’과 남북 간 ‘공존’이다.

 

몸을 두고 왔나 봐

전성진 지음, 안온북스 펴냄

“모든 소동이 몸의 분노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는 작가는 2023년 볼더링 스튜디오에서 야외 암벽을 타다 추락해 왼쪽 팔꿈치 인대 두 개가 파열되고 왼쪽 발목이 삼중 골절됐다. 큰 부상을 입고 수술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부상과 관련된 농담을 풀어놓았다. 많은 청취자가 웃긴다고 했다. 기분이 좋다가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탁해졌다’. 마음만 믿고 몸을 외면한 결과였다. 폭식을 반복하거나 번아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일을 늘린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고 석 달 후부터 작가는 SNS로 독자를 모집해 자신의 회복 과정을 써서 메일로 보냈다. ‘문제적 회복기’라는 제목이다. 완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비로소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직면하는 작가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달러 이후의 질서

케네스 로고프 지음, 노승영 옮김, 윌북 펴냄

“달러 패권이 맞닥뜨린 최대 위험은 내부에 있다.”

미국 달러의 운명에 대한 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이 책은 특별하다. 저자가 학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깊이와 명망을 가진 케네스 로고프, 역자는 이론서에 대한 정확한 번역으로 인증받은 노승영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와 유럽 부채위기, 2015년 중국발 금융위기 등을 몇 년 앞서 예측하고 경고한 바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70년에 걸쳐 달러가 지배적 통화로 우뚝 올라선 경위, 소련 루블이나 일본 엔, 유럽연합 유로 등의 통화 패권 도전자들의 실패 이유, 달러의 영향력하에 놓인 국가들의 현황, 스테이블 코인 같은 ‘대안 통화’들의 가능성 등을 짚어나간다. 가장 최근의 도전자인 중국 위안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당신이 ‘그래도 달러’와 ‘이번엔 다르다’는 의견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수많은 생각과 토론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역 눈사람

성프란시스대학 편집위원회 엮음, 삼인 펴냄

“꼴찌여도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결승선 테이프는 끊어야 안 쓰겄능가.”

2005년 성프란시스대학이 문을 열었다. 이 ‘대학’ 학생들은 서울역 주변에 사는 노숙인. 1년에 두 학기 동안 철학, 한국사, 예술사 같은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 올해로 꼭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성프란시스대학을 거쳐간 300여 명이 쓴 글을 추린 문집이 나왔다. “난 참 무책임한 인간이었다”라는 한 줄 고백으로 시작하는 편지부터 “글쓰기 하려는데 자꾸 글이 나를 쓰려 한다”는 독백까지. 그 아래 이어지는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댓글도 어느새 시 한 편이다. “이 세상은 너희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료 급식소 줄을 서도 부끄럽지 않다는 문장에서 인간의 존엄을 배운다.

 

재활의 밤

구마가야 신이치로 지음, 조승미 옮김, 동녘 펴냄

“그러니까 나는 독자 여러분을 끌고 같이 넘어지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선천적 경직성 뇌성마비가 있는 장애 당사자이자 의사다. 그가 유년 시절 경험한 재활치료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 어둡고 외로운 밤과 같았다. 장애가 있는 몸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 ‘정상적’ 신체의 움직임을 ‘학습당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훗날 성인이 되어 자신만의 움직임과 생활 방식을 만들기까지, 재활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싸운 기록을 담았다. 장애학·사회학·의학 등 다양한 관점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라는 말을 남기기까지, 수치와 고통으로부터 마침내 ‘홀로 서는 법’을 터득한 이의 ‘자기 보고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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