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야구

김영글 지음, 위고 펴냄

“낭만: 야구가 본래 지닌 성질 중 하나.”

야구팬 친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오가는 대화라고는 환희 아니면 절규 섞인 분노뿐이다. 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리는 스포츠다. 양 팀 투수가 모두 합해 약 300개 공을 던지면 경기가 끝난다. 그런데 투수가 던지는 한 구, 한 구는 단순히 경기 진행 300분의 1이 아니다. 수많은 분석과 노력을 담아 던지는 그 한 구 덕(탓)에, 그날의 경기가 순식간에 뒤집힐 수도 있다. 야구팬을 지켜보는 이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까지 야구를 보는 거야?”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차분히 적어 내려간다. 책에는 “공격과 수비의 구분부터 이해되지 않던” 저자가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에 이끌리고, 처음 야구장에 발을 딛고, 미신의 힘을 빌려서까지 팀을 응원하다 결국 야구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까지의 기록이 담겼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

이회옥 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두 나라의 경쟁은 결국 ‘패권 전쟁’으로 향할 것입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 ‘미·중 전략 경쟁과 갈등’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5%에 달했다. 그간 ‘안미경중’ 전략으로 미·중과 균형을 맺어왔던 한국으로서는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두 국가의 극한 갈등 사이에서 새로운 안보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책은 중국·미국 정치외교 전문가와 국제 무역시스템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전문가 네 사람의 대담을 묶었다. 단극체제를 완성하며 국제질서를 지배하던 미국의 ‘변심’의 기저부터, 기술패권과 경제 안보가 연결된 기정학(技政學)적 질서 아래 한국의 전략은 무엇일지 등을 살폈다.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지금.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쉽고 친절한 설명서다.

 

전국 언론 자랑

윤유경 지음, 사계절 펴냄

“이들은 오늘도 ‘소멸’이 아닌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있다.”

많은 뉴스가 한국에는 마치 서울밖에 없는 것처럼 군다. 서울이 아닌 지역이 뉴스에 등장할 때는? 큰 사건 사고가 날 때. 아니면 ‘여행지’ 소개 정도다.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 신입기자의 눈에 띈 이 문제는 곧 기획이 된다. 저자는 지난 3년간 지역 언론사 19곳을 찾아가 함께 취재하며 이들이 생존을 도모하는 방식을 살펴봤다. 〈경남신문〉 기자들과 함께 대중교통이 잘 닿지 않는 마을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하는가 하면, 〈뉴스민〉 후원의 밤에 모인 1000명 가까운 사람을 틈에서 ‘누리꾼’이나 ‘이용자’가 아닌 독자의 중요성을 배운다. 지역 주민들이 겪는 문제는 지역 언론이라는 문턱 낮은 공론장 덕분에 지역 의제가 될 수 있었다.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 지음, 송은혜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젊은 남성의 분노는 어디에서 왔고, 왜 모두의 문제가 되었는가?”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여성혐오로 극단적 폭력 행위를 저지르는 극우 청년의 부상은 전 세계적 문젯거리가 되었다. 저자는 질문한다. 이들은 왜 분노하는가? 왜 그 분노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리는가? 왜 젊은 남성은 극우 사상에 이끌려 남성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폭력은 불가피하다는 사상을 갖게 되는가? 이런 질문은 그들의 폭력을 용인하기 위해서도, 비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만약 그들이 본래부터 여성혐오적이며 사회의 낙오자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들을 꾸짖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뿐이다.” 이 책은 무조건적 배제도 맹목적 용인도 아닌, 이해를 통한 구조의 변화라는 ‘좁은 회랑’을 기꺼이 걷고자 한다.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남재작 지음, 김영사 펴냄

“한국 농업은 소농들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규모화와 기술혁신을 외면할 수 없다.”

식량자급률은 한 나라가 소비하는 식량을 얼마나 자국에서 생산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식량안보는 더 넓은 개념으로 국민 모두 언제 어디서나 충분하고 안전한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를 뜻한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식량안보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으로 가용성(식량의 양) 부분에서 11위, 경제성·품질 등에서 50위권 밖이다. 식료품 물가가 높으면 소득이 낮은 가구는 불균형한 식단에 질 낮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농업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는 정책만으론 식량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말한다. 농지의 규모화·집적화를 동반한 구조 개혁을 주장한다.

 

생산적 금융

김용기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금융적 순환은 자산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부를 안긴다.”

‘일해서 번 돈’보다 ‘자산으로 번 돈’이 더 크다.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기업이 아니라 집값을 키운다. 이런 구조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들이다. 실물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청년들은 일자리와 기회의 사다리를 상실했다. 자산가격 급등 및 담보 중심의 금융 구조 속에서 청년과 무자산 계층은 제도권 금융의 문턱도 넘어설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저자는 자금 흐름의 방향을 부동산 등 비생산적 자산에서 실물경제와 혁신산업으로 바꾸는 ‘생산적 금융’ 정책으로 3% 성장률과 양극화 완화를 달성하자며 구체적 전략을 제시한다.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