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또다시 막말을 일삼았다. 이번에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겨냥했다. 그는 10월8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김현지와는 아무래도 경제공동체 같죠? 그렇지 않고서야 수십 년이나 저런 경제공동체 관계라는 건 뭔가 특별하지 않으면 가능할까요? 예를 들자면 자식을 나눈 사이가 아니면?”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음해성 게시글의 캡처본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가짜뉴스 음모론 유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재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창원시의회는 10월21일 열린 본회의에서 김묘정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김미나 시의원 징계 요구서를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 요구서에는 김미나 시의원이 창원시의회의 권위와 명예를 2022년에 이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실추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미나 의원은 2022년에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지방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제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지난해 12월16일 국민의힘 양태석 거제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가리 따개봐야 돼. 뭐가 들었나, 종북 새끼들”이라는 글을 올렸고, 1월19일 국민의힘 이미애 김해시의원은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서 “김해에는 빨갱이가 많아서 의정활동 하기가 힘들다”라고 외쳤다. 국민의힘 남재욱 창원시의원은 지난 6월13일 기자회견을 하는 한 시민단체를 “기생충 집단”이라 불렀다.
정치인의 언어는 시민을 대변하는 공적 행위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지방정치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남 지역에서는 자극적인 언사가 때때로 ‘전투력’으로 둔갑한다. 실언이 아니라 계산된 선택이거나 공천이라는 잇속을 챙기는 본능적 감각이 발동하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쓸모없다”는 냉소로 이어져
징계는 매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2023년 1월 창원시의회는 김미나 의원의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막말에 대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제명’ 권고를 받았지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동료 의원의 제명은 과하다” 등의 이유로 출석정지 30일 처분으로 의결했다. “종북 새끼들” 발언을 한 양태석 거제시의원은 출석정지 15일 징계만 받았고 “‘종북’ 발언은 사과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미애 김해시의원, 남재욱 창원시의원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사과조차 없었다.
지방의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 서슴없다. 그들에게 지역 언론의 비판은 버틸 만하다. 아니, 웬만해선 버티면 그만이다. 서울의 대형 언론은 지방의원의 막말을 짧게 보도하고 곧 관심을 거둔다. 발언의 맥락, 시민단체의 반응, 시의회의 후속 조치까지 꾸준히 추적하는 건 지역 언론 몫인데 이런 보도는 금세 묻힌다. 시민에게는 지방의원의 막말 사례만 각인된다. 그 피로감은 “지방의회는 쓸모없다”라는 냉소로 바뀐다. 막말은 냉소를 자양분 삼아 다시 피어오른다. 악순환이 따로 없다.
김미나 창원시의원 징계안은 머지않아 확정될 것이다. 윤리특별위원회는 11월 정례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해 본회의에 보고한다.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반복된 막말의 책임을 물어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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