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또다시 막말을 일삼았다. 이번에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겨냥했다. 그는 10월8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김현지와는 아무래도 경제공동체 같죠? 그렇지 않고서야 수십 년이나 저런 경제공동체 관계라는 건 뭔가 특별하지 않으면 가능할까요? 예를 들자면 자식을 나눈 사이가 아니면?”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음해성 게시글의 캡처본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가짜뉴스 음모론 유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재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창원시의회는 10월21일 열린 본회의에서 김묘정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대표
제주 남쪽의 빛이 쏟아지는 한낮의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 아이들은 공을 차고, 학부모는 도시락을 펼친다. 그 옆 소나무 숲에는 수령 60~100여 년, 많게는 200년을 넘긴 소나무 100여 그루가 서 있다. 청년은 그늘에서 바람을 마시고, 노인은 천천히 숨을 고른다.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세대를 품어온 이 숲에 어둠이 드리운 건 2013년 무렵이다. 되살아난 낡은 선 때문이다. 선의 이름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1965년 도시계획시설로 도면에 그려졌다. 오늘날엔 길이 4.3㎞, 폭원(도로 폭) 35m의 4차선 도로로 추
충북 옥천군, 인구 4만8000명의 작은 지역에서 발간돼온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이하 〈옥이네〉)가 지령 100호를 맞았다. “3년은 가겠냐”라던 의심과 걱정은 매달 마감 앞에서 번번이 빗나가, 잡지는 어느새 9년 차에 접어든다. ‘시시콜콜 시골 잡지’라는 부제, ‘역사에 남은 1%가 아닌 역사를 만든 99%를 기록한다’는 선언으로 출발한 이 잡지는 지역이 스스로를 기록하고 스스로를 바꿔온 9년의 실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옥이네〉는 구태여 거대 담론을 좇지 않는다. 장날 좌판 위 손등의 주름, 놀이터의 웃음, 오래된 간판의
지금 광주광역시 사람들은 온통 땅만 쳐다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 때문은 아니다. 거대 싱크홀과 같은 재난의 이야기도 아니다. 아니, 재난이 맞다. “제발 좀 끝내달라”는 절규가 나오는 도시철도 2호선 건립 이야기다. 광주에서는 지금 시민도, 행정도 도시철도 공사와 사투 중이다. 시민에게는 ‘끝나지 않는 불편’, 행정 당국에게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광역단체장의 명줄까지 걸렸다. 축복인 줄 알았던 도시철도가 어쩌다 애물단지가 된 걸까.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총연장 41.8㎞ 순환노선이다. 상무·금호·첨단·수완·일곡·봉
중첩된 불평등에 놓인 사람들은 스스로의 상황을 ‘불평등’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가 그동안 불평등을 취재하면서 본 가장 큰 아이러니였다. 스스로 ‘불평등’이라고 정의하지 않으므로 그 흔한 성명서 한 장도, 시민사회의 연대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불평등을 취재하면서 본 가장 큰 모순이었다. 불평등의 당사자도, 그 주변도 말이 없었다. “지금은 불평등이 문제가 아니에요. 다 똑같이 힘들어요.”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들마저 이렇게 말했다. 정신이 확 들었다. 지난 9월, 강릉 지역 가뭄 재난 당시 이야기다.무작정 찾은 재난 불평등의
몇 해 전 엄마와 함께 대구퀴어문화축제에 간 적이 있다. 대구의 다양성·역동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 옷깃에 무지개 배지를 달았다. ‘퀴어’라는 단어조차 생소해하던 엄마는 금세 적응해 부스 활동가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행사 말미 퍼레이드를 보며 엄마는 나지막이 “대구는 참 신기한 도시”라고 말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스스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대구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출범 이후 전국에서 두 번째로 시작된 유서 깊은 행사다. 2009년 1회를 연 이후 우여곡절 속에서도 매년 이어왔다. 올해도 9월20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명칭은 통일신라시대 사상가인 고운 최치원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경남 합천군 가야산으로 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곧게 뻗은 해변과 그 끝자락 나지막이 자리 잡은 동백섬.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매료된 최치원은 이곳에 자신의 또 다른 호인 ‘해운(海雲)’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천 년 뒤 후손들은 국정이 혼란하던 시기, 해운대를 찾은 최치원이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흠뻑 반했을 거라 추측할 뿐이다.해운대해수욕장은 이제 부산의 주요 관광자원이 됐다. 1.5㎞가 넘는 긴 해변, 폭넓은 백사장은 연간 1000만명에
“대형 공영주차장 건립, 충장로 3000운동.”광주 대표 상권인 충장로에 충장로 1·2·3가 상인회 이름으로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푸른색 플래카드들이 내걸렸다. 대형 공영주차장을 건립해달라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터라 새로울 건 없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충장로 3000운동’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쇠퇴하는 도시의 징조 같아서 사뭇 섬뜩하기까지 하다.상인회가 지역 언론 〈드림투데이〉에 밝힌 내용으로는 3000원 주차료로 충장로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또 하나의 의미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3000명’을 확
“이재명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목숨을 걸고 진격해야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9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장 대표 뒤로는 1000여 명의 원외 당협위원장과 지방의원, 당원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국민의힘은 전날 총동원령을 내렸다. ‘야당말살 정치탄압 특검수사 규탄대회’에 지방의원은 필참하라는 지침이었다. 계단에 선 지방의원들의 속내는 알 길이 없지만, 내 눈에는 병풍처럼 보였다.서울에서 특검을 규탄하던 그날, 경남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은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전체 의원 45명 가운데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서 최근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인구 1300명, 옥천에서도 가장 작은 면인 이곳 주민들이 8월14일 ‘면민 대토론회’를 열고 지역 중장기 발전계획을 논의한 것이다. 지역 계획이 대부분 행정 주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안남의 중장기 발전계획 논의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시군 단위가 아닌 읍면의 실제 생활 단위에서, 행정이나 정치 혹은 지역 토호가 아닌 주민들의 주도로 실현되는 공론장. 그렇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마을 회의가 아닌, 읍면 단위 작은 농촌공동체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자치의 현장이다.사실 안남
얼마 전 서울에 방문했다가 택시를 타게 됐다. 서울 시내 숨은 맛집에 대해 한참 열변을 토하던 기사 아저씨는 문득 말을 멈추고 말했다. “이제 서울에 온 지 40년이 넘었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사투리는 숨겨지지가 않네.” 서울말로 희석된 영동 북부 사투리 억양에서 회한이 느껴졌다. 아저씨는 열여덟 살 무렵, 돈을 벌러 먼 서울땅에 왔다고 했다.선거철이 되면 지역에서도 정치인 뒷이야기가 무성해진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지역사회, 빠트릴 수 없는 이야기는 ‘고향 세탁’이다. “저 사람, 원래 저기 옆 동네 사람이라던데.” 출신지
7월22일 오후 1시, 경북 청송군 송생리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뜨거워진 휴대전화에선 폭염경보가 울렸다. 얼굴은 선크림과 땀이 뒤섞여 끈적거렸다. 노트북과 카메라가 든 가방부터 벤치에 내려놓았다. 들리는 거라곤 풀벌레 소리뿐이었다. 멀찍이 산불 여파로 ‘땜빵’이 난 산을 관찰하며 10분을 보냈다. 7:35, 8:15, 9:10, 10:00, 10:25, 11:20으로 이어지는 노선 시간표의 불규칙성을 분석하며 20분을 버텼다. 휴대전화 앱을 켜봐도 운행 중인 버스 정보가 뜨지 않았다. 취재원과의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놀라운 뉴스의 연속이다. 그날 나는 퇴근 후, 비수도권에 살며 만나기 힘든 공연을 보고 기분 좋게 귀가했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TV를 틀었더니, 아닌 밤중에 대통령이란 자가 튀어나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날 이후 더 놀라거나 화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속옷 바람으로 ‘옥중 저항’에 나선 전직 대통령 따위 뉴스는 우리의 상상력을 늘 뛰어넘는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놀라운 소식이 이어졌는데, 부산 시민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바로 부산이 이재명 정부 초기,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혔기 때문이다.대선 막바지에 접어들며 부산을
광주에 물지옥이 펼쳐졌던 7월17일 광주 북구청에서 신안교로 이어지는 용봉로. 시민들은 낯선 물길을 목격했다. 아스팔트 도로 아래 꼭꼭 숨겨져 평소엔 알 수 없었던 물길이 콘크리트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자동차가 달리던 도로를 누르고 물길은 세차게 북구청에서 전남대 정문으로, 다시 신안교로 흘렀다. 이 거대한 물길은 차와 집을 집어삼켰다. 시민들은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쳤고, 이를 이겨낼 힘이 없던 한 노인은 결국 그대로 떠내려가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기상관측 이래 최대인 하루 400
경남 창원(성산·의창구) 토박이에게 “창원은 산이 무척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한 적 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사실 창원의 산등성이는 의외로 경쾌하다. 불모산, 천주산과 같은 큰 산들이 도시를 너르게 감싸고, 그보다 아담한 산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조화를 이룬다. 크고 작은 산들이 펼쳐내는 비정형적인 능선은 바둑판처럼 구획된 계획도시의 딱딱함을 누그러뜨린다.산세가 고운 창원에 최근 이질적인 구조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완공을 앞둔 초대형 전망대 ‘빅트리’가 그것이다. 빅트리는 민간사업자가 도시공원 부지에 아파트 단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 반가웠죠. 그렇지만 반만 믿으려고 합니다.”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앞두고 7월11일 열린 유가족·생존자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나온 말이다. 이 한마디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압축한다. 무단 철거된 제방, 부실한 임시 복구, 사전 경보 미작동과 컨트롤타워 부재. 복합적인 실패가 겹쳐 만들어진 인재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모’를 둘러싼 갈등만 반복하고 있다.지난 6월 새 정부 출범은 분명 변화를 가져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직접 언급했고
누군가는 여름의 강원 동해안을 휴양지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본 여름 동해안의 ‘꽃말’은 노동이다. 여름의 동해안은 바쁘다. 밤새 먼바다를 밝히던 오징어잡이 배는 하늘이 해뜩발긋 밝아오기 시작할 무렵 항구로 바삐 들어오고, 시장에서는 제철을 맞은 오징어며 생선 손질하는 노동이 분주하다. 마을 사람들은 해수욕장 운영을 준비한다. 청소부터 안전사고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지역 사람들의 노동이 있다.손님을 맞이하고, 물건을 손질하고, 오간 자리를 깨끗하게 만들기. 눈부신 여름의 동해 바다를 두고 주민들은 삶을 꾸린다. 새벽잠을
홍준표가 떠났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 붙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선전 포스터의 귀퉁이가 너덜너덜한 걸 보고서야 실감이 났다. 공무원, 경찰, 노동조합, 시민단체, 기자까지 다들 시장의 말과 글을 따라다니느라 정작 살펴야 할 것들을 살피지 못했다. 대구시장을 조기 은퇴한 그는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뒤 SNS 디지털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정계를 은퇴하고 서울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정말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홍준표가 떠난 뒤, 대구는 지금 ‘대환장 파티’다. 시장 자리가 공석이라서가 아니다. 그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일
2000년 4월,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앞 공터. 제16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청중은 물론 취재진조차 없는, 텅 빈 공터를 바라보며 노무현 후보가 던진 첫마디. “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할 말을 잊어버렸는데···.” 달변가인 노무현 후보조차 청중 없는 유세장 바닥에서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지역주의의 공고한 벽을 보여주는 우리 정치사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당시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 불리던 서울 종로의 현역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의원은 지역구를 포기하고 부
“자동차 없는 사람만 입주할 수 있습니다.”내년 하반기에 완공되는 460세대 규모의 ‘광주형 평생주택’에 이 같은 입주 조건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로 자동차와의 전쟁을 선포한 광주시가 ‘차 없는 아파트’를 실험할 곳으로 여기를 지목하면서다.2023년 열린 착공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차 없는 이들에게 우선입주권을 주겠다고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실제 그렇게 할까?”라며 반신반의하던 분위기였다. 최근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가 자동차 미보유자만 입주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