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북평오일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9월23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북평오일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내가 스물서이 때(23) 시집을 와서 다녔으니까 이제는 50년도 넘었지. 그때는 이렇게 큰 시장이 있는지도 몰랐어. 아버지가 하는 말이 시집을 가면 여기로 장을 보러 올 거다. 파수(강원도 동해시 이로동) 안에 이 장이 제일 크다 이런 소리를 해. 그런데 와서 보니 정말 크고 좋더라고.”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에 사는 심옥선씨(77)는 결혼 후에야 북평오일장을 알게 됐다. 그때는 지역 주민들에게 ‘뒷들장’이라고 불리던 시장이었다. 골목과 골목을 가득 채운 시장은 지금도 그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북평오일장은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에서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강원도 최대 규모의 전통 오일장이다. 조선 정조 20년인 1796년 시작되어 2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북평오일장의 장터는 북평동의 큰길과 작은 골목 모두를 아우른다. 이른 아침 집에서 키운 열무와 무를 가지고 온 상인들이 편의점 앞에서 손질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의 장터는 북평동의 큰길과 작은 골목 모두를 아우른다. 이른 아침 집에서 키운 열무와 무를 가지고 온 상인들이 편의점 앞에서 손질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강원도의 산과 바다에 인접한 시장답게 오징어, 대게, 도루묵 등 제철 해산물과 각종 버섯류가 유명하다. 한때 쇠전(우시장)이 열리던 곳으로 소를 거래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온 사람들이 배를 채우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2008년 우시장이 삼척으로 이사했지만, 소머리나 내장을 구해 음식을 만들던 소머리 국밥집들은 지금까지도 국밥거리를 조성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3남1녀의 어머니인 심옥선씨는 이른 추석장을 보러 북평오일장에 나왔다. 시금치와 도라지, 생선류를 구매하고는 단골 미용실에 들러 머리까지 다듬었다. “제일 큰 손주가 스물여덟인데 아직 장가를 안 가서 아마 이번 추석에도 올 거야. 손주들이 많아서 북적북적할 거라 음식 준비도 미리미리 해놔야 해. 이렇게 가까운 곳에 북평장이 있으니까 좋지. 추석상 차리기에 제격이라니까.”

강원도의 추석상에는 말린 생선이 많이 올라간다. 북평오일장의 한 상인이 손님이 주문한 생선을 담으려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강원도의 추석상에는 말린 생선이 많이 올라간다. 북평오일장의 한 상인이 손님이 주문한 생선을 담으려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의 한 상인이 주문받은 건어물을 봉지에 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의 한 상인이 주문받은 건어물을 봉지에 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직접 재배한 찰옥수수를 장터에서 손질하고 있는 상인들. ⓒ시사IN 이명익
직접 재배한 찰옥수수를 장터에서 손질하고 있는 상인들. ⓒ시사IN 이명익
오일장이 열리는 날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기도 하다. 한 어르신이 파마를 하는 사이, 대기하는 손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오일장이 열리는 날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기도 하다. 한 어르신이 파마를 하는 사이, 대기하는 손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의 이발소의 입구를 지키는 반려견.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의 이발소의 입구를 지키는 반려견.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에서 문어를 산 손님이 아이스박스에 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에서 문어를 산 손님이 아이스박스에 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에서 장은 본 주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북평오일장에서 장은 본 주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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