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되면 당선무효로 의원직을 상실할 뿐 아니라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유력 대선주자의 다음 대선 출마가 불확실해지면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이 사건에는 세 가지 쟁점이 중첩되어 있다.

① 판결이 정당한가, 부당한가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에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발언은 두 가지다.

먼저 ‘골프 발언’이다. 2021년 9월경부터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던 중 대선을 3개월 앞둔 2021년 12월21일, 대장동 사업의 실무책임자이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 김문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진다. 다음 날인 2021년 12월22일, ‘성남시장에 재직할 때 고 김문기 처장을 개인적으로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제가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요. 하위 직원이었으니까요”라고 답한다. 이후 이기인 당시 성남시의원이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년 1월6일부터 1월16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로 출장을 가서 고 김문기 처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2021년 12월2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국민의힘에서 네 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재판부는 유권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 등을 고려할 때, 골프 발언이 ‘피고인(이재명)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총 11명이 간 해당 출장에서 고 김문기 처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만 공식 일정에서 빠져나와 함께 골프를 쳤다. 그러므로 이 발언은 허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사진을 조작했다’고 했을 뿐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또 다른 발언은 ‘백현동 발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부지 개발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원래 자연·보전녹지지역이었는데, 성남시가 ‘준(準)주거지역’으로 급격한 용도변경을 승인해줘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2021년 10월20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나와 이렇게 말한다. “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이것 변경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 의무조항을 만들어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제가 그때 낸 아이디어가 뭐냐 하면 (···) 조금만 반영해주겠다(···).”

재판부는 이 발언이, 법적 의무조항(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을 근거로 국토부가 요구해서 성남시가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해줬고, 이 과정에서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의미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백현동 부지를 R&D(연구개발) 시설이 들어오도록 개발하기 위해 성남시가 스스로 검토해서 용도를 변경했으므로 위 발언은 ‘허위’라는 논리다. 이재명 대표 측은 검찰이 발언을 ‘짜깁기 편집’해 기소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에 해당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며,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당선무효에 더해서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위와 같이 판단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면 이는 정당한가, 부당한가?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 지방법원 판사 A씨는 “골프 발언과 관련해 ‘사진을 조작했다는 취지’라고 다퉈볼 수야 있겠지만, 어떤 발언의 허위성을 따질 때 꼭 문언 그대로 판단하진 않는다. 백현동 발언 관련 국회증언감정법상 면책사유가 되는지 역시 해석의 여지가 있으나,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받았다’는 매우 다른 얘기다.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후보자의 청렴성과 자질에 대한 중요한 의혹 제기였고, 방송 인터뷰나 국감 발언은 유세 현장에서 즉석으로 문답을 주고받다가 한 ‘말실수’와는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형이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 대형 로펌 변호사 B씨는 “양형감(재판부의 선고형이 대략 이 정도 선이겠다 하는 감각)으로 볼 때, 내가 판사라면 유죄라 하더라도 당선무효나 피선거권 박탈에는 이르지 않는 벌금 80만원 정도로 판단했을 것 같다. ‘비례의 원칙’에 따라 잘못한 만큼 형을 부과해야 하는데, 이 판결은 다소 일벌백계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 지원장 출신 변호사는 “‘국토부의 협박을 받았다’는 백현동 발언은 의견 내지 평가의 문제이므로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라면서도 “판사가 발언을 허위로 판단하는 이상 이재명 대표가 ‘미안하게 됐다, 잘못 기억했다’고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했다면 벌금 80만~90만원 선에서 끝났을 텐데, (민주당 등이) 재판부를 겁박하는 듯한 행동을 하니 판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 재판을 둘러싼 민주당의 여론전을 ‘판사 겁박’으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시각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해석이다.

② 검찰이 기소권을 편파적으로 행사했는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1일 서울 신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1일 서울 신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설령 법적으로 이번 판결이 정당하더라도 쟁점은 남는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만이 재판을 받게 되는 현실에서, 만약 검찰이 기소권 자체를 편파적으로 행사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같은 기준이라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어떻게 될까?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아무런 허위사실도 공표하지 않았을까?

〈시사IN〉은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고발당한 11건을 검찰이 어떻게 처분했는지에 관한 자료를 입수했다. 총 11건 고발되었는데, 검찰은 그중 6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5건은 아직 처분을 내리기 전이다(〈그림〉 참조).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둘러싸고도 많은 의혹이 있었다. 김건희 여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후보는 2022년 2월11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도 계좌까지 전부 다 공개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건희 여사의 증권계좌 일부만 공개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8일 이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전체 발언 내용, 표현, 문맥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윤석열) 측이 (김건희 여사 증권계좌를) 일부에 대하여만 공개한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라고 보기 어렵고,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는 전부 공개를 했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피의자의 발언 내용을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서울중앙지검 불기소결정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시기인 2021년 8월20일, 김건희 여사가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 모집 시 이력서에 한림정보산업대학 출강 이력을 ‘한림대학교 출강’이라고 허위 기재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 윤석열 경선 캠프 측은 ‘명백한 오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단순 오기’라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가 ‘한림정보산업대’에 출강했음에도 서일대 이력서에 ‘한림대학교’라고 기재한 것은 사실이었다. 검찰은 “김건희가 위 출강 이력을 고의로 허위 기재할 뚜렷한 동기를 발견하기 어려워 오기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며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에게 제기된 대장동 연관 의혹은 윤석열 후보에게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 부친이 급매물로 내놓은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의 누나가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0월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김만배와 전화 한 통도 한 적 없나’라는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 “2005년부터 한 11~12년 사이까지 한 두세 번 만난 거 같습니다”라고 발언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개인적인 관계나 친분 유무는 피의자(윤석열)와 김만배 사이의 친밀도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내지는 의견 표현에 불과하여 이를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라며 ‘각하’로 불기소 처분했다. 같은 날, 검찰은 고 김문기 1처장을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라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박균택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검찰은 ‘김만배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고 한 윤석열 고발 사건은 각하하면서도 ‘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이재명은 기소했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은 기소는커녕 조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드러났는데도 수사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기소가 중지됨을 의미할 뿐, 수사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뭐든지 봐주고 심지어 조사도 못하면서, 이재명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로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③ 사법 절차가 정치의 영역을 침범했는가

검찰이 윤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 고발 사건 여럿을 불기소하고, 이재명 대표의 ‘김문기 발언’을 기소한 시점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8일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를 0.7%포인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만약 대선 결과가 달라 이재명 정부의 검찰이 윤석열의 대선후보 시절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받게 했다면, 야당(국민의힘)에서 지금의 민주당이 그러하듯 ‘부당 판결’이나 ‘편파 기소’와 같은 논리를 대진 않을까? 지금 상황을 역으로 바꾸어 윤석열이 유력 대선주자라고 가정해보자. 해당 재판 결과가 윤석열의 10년간 피선거권 박탈로 귀결되었다면, 이는 사법 절차가 자기 역할을 한 것인가, 정치의 영역을 침범한 것인가?

11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11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앞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양형이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지방법원 판사 A씨는 “단, 어디까지나 지금의 입법 구조를 시민들이 승인했다는 전제하에서 그러하다”라고 말했다. “말로 한 주장은 말로써 반박이 가능하다. 반박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나름대로 정보를 얻어 지지 후보를 선택한다. 그게 선거 절차다. 그런데 이미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받은 후보자의 ‘말’을 이유로, 해당 후보자를 처벌하는 데서 더 나아가 벌금 100만원 이상일 경우 당선을 무효화하고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데 더해 선거보전금까지 다 회수해버린다면, 사법 절차가 선거 절차를 뒤집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금원 박탈은 그 선거에 투입한 민주당의 모든 선거운동 자체를 부정한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대선에 참여한 민의를 사법 절차가 사실상 부정해버리는 게 민주주의 관점에서 맞는지 의문이 든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그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은 선거보전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이 확정될 경우 지난 대선에서 받은 선거보전금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A 판사는 “처벌 대상이 광범위한 데 비해 처벌의 페널티는 세다. 이러면 수사와 기소의 재량을 가진 검찰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자칫 검찰에 선거 절차를 맡겨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허위사실 공표죄는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 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죄다. 앞에서 인용한 대형 로펌 변호사 B씨는 “지금의 허위사실 공표죄는 기간 제한이 없고 ‘후보자가 되려는 자’까지 포함하며 ‘행위’라는 개념도 너무 넓다. 나아가서는 ‘벌금 100만원’을 기준으로 당선무효나 피선거권 박탈 여부가 결정되는 현행 선거법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형량이 벌금 80만원이면 80만원만큼, 200만원이면 200만원만큼 잘못한 것이어야 하지만 실제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하늘과 땅 차이다. 당선무효나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입법자들이 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세 가지 중 어느 전장에서 주 전투가 벌어지는지에 따라 양쪽 명분이 달라진다. 민주당이 ‘①판결이 정당한가, 부당한가’로 싸운다면 최악이다. 판결 불복처럼 비칠 수 있고 ‘당대표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을 받기 쉬우며 향후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②검찰의 기소권 남용’이 민주당에 비교적 더 유리한 쟁점이다. 반면 국민의힘에게는 검찰권 남용보다 ‘판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게 최선이다. 따라서 여야 공방은 쟁점 ①과 쟁점 ② 사이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도부 등은 현재 쟁점 ① 쪽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판결이 ‘③사법 절차가 정치의 영역을 침범한 것인지’는, 중요한 쟁점이지만 좀처럼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개정 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법 적용”을 비판하며 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자, 국민의힘은 “약물복용으로 적발된 운동선수가 ‘도핑테스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송영훈 대변인)”라고 냉소했다. 한 판사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 판결 하나 때문에 모든 제도를 바꾸자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허위사실 공표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나오면 법을 바꿀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반면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만에 하나 이 판결이 확정되어서 우리가 400억원을 토해내게 되면, 정권 바뀌었을 때 저들도 똑같이 400억원 내게 될 거다. 이게 무슨 소모적 싸움인가. 원래 선거 때 고소고발 하다가도 끝나면 다 취하한다. 이런 판결이 확정되면 정치인들에게 좋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정치인 집단을 통째로 검찰이라는 악어의 입에 갖다 바치는 일이다.” 민주당은 위헌소송 검토에 들어갔다. ‘야당 대표 탄압’이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나온 지 4일 만인 11월19일,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관용차를 자택 주차장에 세워두고, 과일이나 샌드위치, 세탁비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이 2022년 12월 불송치 결정했던 사안이다. 이로써 이 대표가 받는 재판은 5개로 늘어났다. 한 친명계 인사는 “검찰에 의한 사법 쿠데타다. 권총만 안 쏘았지 정치 테러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의원직 총사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석열 정권에서, 지난 선거의 낙선자이자 차기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 10년간 피선거권 박탈형이 내려졌다. 검찰이라는 권력 자원을 장악한 대선의 ‘승자’가 ‘패자’를 선거법으로 단죄할 가능성이 열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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