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9일 개혁신당 제3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당시 공동대표(왼쪽)와 이준석 공동대표. ⓒ시사IN 조남진
2월19일 개혁신당 제3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당시 공동대표(왼쪽)와 이준석 공동대표. ⓒ시사IN 조남진

지난 2월19일 아침, 개혁신당 대회의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제3차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지 50분 만이었다. 김종민 당시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이게 회의야?”라고 고함을 지르며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낙연 당시 개혁신당 공동대표 역시 자리를 떴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다 위임해달라는데 (중략) 전두환이 ‘지금 나라가 어수선하니까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회의)를 만들어서 여기에 다 일임하라’며 국회를 해산시킨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이날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 안건 중 문제가 된 건 ‘선거 캠페인과 총선 정책 결정권에 대한 최고위의 권한을 위임해 이준석 공동대표가 김만흠·김용남 공동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시행한다’는 부분이다. ‘이준석 대표를 위한 사당화 수순’이라며 두 사람(이낙연·김종민)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준석 대표는 한 시간 뒤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보통 ‘사당화’는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니다. (개혁신당 통합에 합의한) 5개 정파 중에서 4개 정파가 동의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론인들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가야 한다며 빨리 표결을 하자고 하길래 이낙연 대표가 ‘이 안건은 성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니 오후에라도 토론을 더 진행시켜서 결정하자’고 했으나 이조차 묵살당했다. 토론 없는 표결이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민주주의인가”라고 말했다.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개혁신당과의 통합 선언을 깨고 다시 ‘새로운미래’만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통합 11일 만에 제3지대 ‘빅텐트’가 무너졌다.

통합 결별을 선언한 기자회견장에서 이낙연 대표조차 “설 연휴 이전에 이루고 싶어 크게 양보하며 통합을 서둘렀다”라고 인정했듯,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의 통합은 시작부터 불안정했다. 설 연휴가 시작된 2월9일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이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 합의문’에 전격적으로 서명했다. 이낙연 대표는 ‘새로운미래’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명 줄다리기로 설 연휴를 보내면 신당 전체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름을 양보했다.

2월10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가 새로운미래 당원으로 입당하면서 이낙연·이준석 사이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이미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새로운선택 시민소통위원장)의 합류로 핵심 지지층인 2030 남성의 이탈을 겪은 바 있는 이준석 대표는 2월1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배복주 부대표 같은 경우 최종적으로 입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공개 발언했다.

같은 날인 2월12일 배복주 전 부대표는 〈여성신문〉과 만나 자신이 새로운미래에 입당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배 전 부대표는 이튿날인 2월13일 〈여성신문〉 기사가 나가기 전 이 대표에게 미리 사실관계를 알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2월10일 새로운미래에 입당했다. 통 크게 제3지대 열어주신 데 감사하고 대표 취임하신 것 축하한다. 찾아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내용으로 문자를 보냈다고, 〈시사IN〉에 말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2월14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배복주의 문자는 도발이자 선전포고’라는 식으로 언급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준석 대표와 함께하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제3지대라는 가치를 보고 합류했기 때문에,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국민들은 ‘제3지대는 저런 포용적 대화가 가능한 열린 공간이구나’ 하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씁쓸했다.”

새로운미래 관계자 역시 “합당을 번복하는 일련의 사태 속에서 (새로운미래 측 인사들이) 가장 놀랐던 게 이준석 대표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점이다. ‘노회찬의 정의당까지 같이 가겠다’라거나 ‘각자의 촉감과 식감, 색깔이 유지되는 비빔밥이 되겠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이 대표는 그냥 국민의힘을 대체할 보수정당을 만들고 싶은데 제3지대에서 표를 얻으려다 보니 갈팡질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복주 전 부대표 역시 “자꾸 나에게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지 말고 이준석 대표가 ‘우리는 보수정당’이라고 천명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일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다면 애초에 손잡지 않았을 사람들이 많다. 만약 당 통합이 결렬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내가 쫓겨났을 텐데, 과연 쫓겨나는 사람이 내가 마지막일까. 이거야말로 기득권 정치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3지대 통합 합의를 이룬 2월9일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맨 앞 왼쪽)와 이낙연 당시 공동대표(맨 앞 오른쪽) 등이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3지대 통합 합의를 이룬 2월9일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맨 앞 왼쪽)와 이낙연 당시 공동대표(맨 앞 오른쪽) 등이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비빔밥이 되겠다는 건 거짓말”

배복주 전 부대표의 대화 제안을 거절한 이후에도 이준석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2월13일 류호정 전 의원이 K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레터K〉에서 “이준석 대표 말이 맞다. 저 보고 주류 되기 힘들 거라고 했는데 저는 어디서든 주류였던 적이 없다. 당직도 크게 요구한 것도 없다”라며 자세를 낮췄지만, 2월15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준석 대표는 재차 “당의 주류적인 입장에서 류 (전) 의원의 정책 제안이나 시각이 많이 반영되진 않을 것이다. 주류적인 당원들이 왜 이 길에 류 전 의원이 합류하기로 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 측에 ‘물의를 일으킨 인사에 대한 당직·공천 배제’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 전원 지역구 출마’를 요구하고 ‘선거 캠페인 전반에 대해 이준석 대표가 공동정책위 의장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더구나 후발주자인 개혁신당 입장에서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결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미래 측은 ‘이낙연 대표를 호남에 보내놓고 이준석 대표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겠다는 것 아닌가’ 하며 반발했고, 이는 결국 통합이 깨지는 원인이 됐다.

합당이 결렬된 후 개혁신당 규모는 현역 의원 5명에서 4명으로 한 명(김종민 의원)이 줄었다. 개혁신당이 원내 5석을 확보해 받은 정당 보조금 6억6000만원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정당 경상보조금을 동결하고 사용하지 않고 반환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밝혔으나 전례가 없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합당 결렬 이후 2월21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은 최대 1년간 복당 불허 기간을 한시적으로 없애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준석 대표는 류호정 전 의원이나 배복주 전 부대표 논란을 의식한 듯 “합당 과정에서 당의 소통 문제나 방향성에 대한 부동의로 개혁신당을 이탈하신 당원들은 지금 즉시 바로 복당 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한편 2월23일 열린 제5차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