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뉴스민〉은 ‘6·13 지방선거 경북 민심 번역기:뻘건맛’을 보도했다. ⓒ〈뉴스민〉 유튜브 갈무리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뉴스민〉은 ‘6·13 지방선거 경북 민심 번역기:뻘건맛’을 보도했다. ⓒ〈뉴스민〉 유튜브 갈무리

2018년 대학생 시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뉴스를 찾아보다 배를 잡고 웃었다. 기자들이 안동찜닭골목을 찾아 지역 민심을 들여다본 영상 콘텐츠였는데, 비슷한 연배의 두 어르신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해서 나라를 이만큼 살려놨지”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나라가 잘사는 거지” 마이크에 대고 답변하는 실루엣 뒤로 생활감 물씬 풍기는 종이 벽지가 그대로 비쳤다.

당시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의 2018년 기획보도 ‘6·13 지방선거 경북 민심 번역기:뻘건맛’을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에 선정하며 이렇게 전했다. “인포그래픽과 영상 보도를 중심으로 경북 대부분 지역의 민심을 탐방 형식으로 취재해 경북 정치 지형의 현재와 미래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모든 보도가 ‘민심 르포’로 구성됐으나 보도마다 타 매체가 놓쳤던 지역 현안과 유권자 의제를 지역민의 목소리로 풀어내 모범을 보였다.”

무엇보다 관성을 탈피한 보도라는 점을 높이 샀다. ‘경북 사람들은 원래 그래’라거나 ‘TK는 어차피 섬’이라는 혐오와 비난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역 주민에게 마이크를 대고 ‘어느 당을 뽑을 거냐’ 묻는 방식이 새롭진 않지만, 왜 ‘빨간 당’만 찍는가, 그건 시민의 탓인가, 변화의 조짐은 없는가 등 좀 다른 질문을 던졌다. 1~6회 지방선거 출마자 현황을 분석해서 유권자에게 선택지가 없었음을 보여주고, 경북 곳곳에서 솟아나는 신호를 포착하기도 했다.

혐오와 비난은 편하다. 선거철마다 대구·경북 안팎에서 나오는 관성이다. 보수정당을 찍지 않거나 선거 때마다 선택지를 바꾸는 지역민에 집중한 보도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거대 양당 밖 진보정당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한다. 편 가르기에 기댄 조회수, 언론 지형의 다양성 부족, 깃발을 쥔 정당의 바람 같은 게 반영된 결과일 테다. 후보의 일정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입만 바라보고 쓴 기사 역시 혐오가 주는 안락함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해왔다고 생각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 지역의 한 유권자가 휴대전화로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 지역의 한 유권자가 휴대전화로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

혐오가 주는 안락함에 기여하는 보도들

〈뉴스민〉의 ‘뻘건맛’에 매혹된 대학생은 5년이 지나 바로 그 매체의 기자가 됐다. 경북의 전통시장을 찾아다니며 얼마나 고생했는지 무용담을 듣다 보니 선거철이 다가왔다. 2023년 12월18일 열린 〈뉴스민〉 총선 대비 기획회의에선 ‘기후위기’라는 키워드를 잡았다. 따라가는 게 아닌, 이슈를 끌고 가는 선거 보도가 필요하다는 편집장 말에 구성원 모두가 공감했다. 2030년이면 지구 온도가 1.5℃ 높아지는 한계점에 도달한다는데 새로운 국회는 어떤 고민을 담아야 할지, 역시나 시민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기후위기 관련 예산 편성과 법·제도, 농사에 미치는 영향, 건설 현장 작업중지권, 기후 교육 등 구체적인 어젠다를 발굴해 총선 전에 내놓을 계획이다.

관성을 탈피한 선거 보도를 통해 하고 싶은 건 하나다. 대구와 경북에 사는 지역민의 삶과 생각, 변화하는 지역을 보여주자는 것. ‘선거 광고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기획회의에 앞서 2시간 넘게 토론했다. 광고를 받으면 아무래도 보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답이 없는 문제이지만 대안을 제시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 지역 소멸 시대, 지역 언론이 추구해야 할 선거 보도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기자명 김보현 (<뉴스민>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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