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싶다면 두 가지 사실만 알면 된다. 첫째,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열을 가둔다. 둘째, 인간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행위 등으로 점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해왔다. 즉 인간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IPCC)’ 역시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이미 2007년에 지적했다.

지금이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사실 기후위기 문제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민권’을 얻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아주 강력하게 부정되었다. 일부 인사들은 기후변화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으로 유명해진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지금도 기후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펼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대기과학과 교수 마이클 만과 〈워싱턴포스트〉 시사만평가 톰 톨스가 함께 쓴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에는 이런 학자들(심지어 과학자들)의 면면이 자세히 소개됐다. 저자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주장을 ‘6단계 부정론’으로 해석하고 반박해 나가면서 그 배후에 ‘과학과의 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기득권 세력이 있음을 폭로한다.

저자인 마이클 만은 이른바 ‘하키스틱 커브’ 그래프를 발표해 명성을 얻은 대기과학자다. 지난 2000년간 지구의 온도변화를 나무 나이테, 산호 등을 이용해 복원한 그래프인데, 산업혁명 이후 하키스틱처럼 위로 치솟는다고 해서 하키스틱 커브라 불린다. 이 그래프는 조작 의혹을 받으며 학계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니까 저자가 기후변화 부정론자로부터 공격당한 당사자인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톰 톨스의 만평이 그 재미를 더한다. 과학사학자인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 대학 교수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사서 선물하라. 그리고 그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려라. 설사 그가 읽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그림은 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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