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기업 이사회가 최근 엄청난 업적을 세운 CEO를 갑자기 해임할 수 있을까? 심지어 대주주와 해당 업계, 심지어 여론의 압박과 비난까지 감수하며 당초의 결정을 고집할 수 있을까?

오픈AI의 이사회가 그렇게 했다.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MS의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이사들이 남달리 꿋꿋한 인물들이라서가 아니다. 오픈AI라는 회사의 지배구조가 당초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업적 이익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

오픈AI는, 이번 ‘샘 올트먼 해임’ 사건의 관련자들인 올트먼(전 CEO), 그렉 브록먼(전 이사회 의장), 일리야 수츠케버(현 사내 이사 겸 수석 과학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함께 2015년에 설립한 업체다. 설립 당시, 오픈AI의 운영 목표는 “상업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인류에게 안전하고 유익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상업적 이익 추구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테크 기업들과 다른 오픈AI만의 설립 사명(mission)이다.

사람의 눈에 투영된 오픈AI(OpenAI)의 로고. 2023년 6월6일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매크로 렌즈로 촬영한 일러스트 사진. ⓒAFP PHOTO
사람의 눈에 투영된 오픈AI(OpenAI)의 로고. 2023년 6월6일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매크로 렌즈로 촬영한 일러스트 사진. ⓒAFP PHOTO

즉, 오픈AI는 ‘비영리’ 단체다. ‘비영리 이사회’가 설립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를 통제(control)한다. 투자자(주주)들은 이사회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일론 머스크가 2018년에 이 회사를 떠난 것도 이 규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측은 초기 연구 및 인건비로 십수억 달러 규모를 ‘기부 형태(즉, 투자를 받지만 투자자에게 소유권이나 수익권을 즉각 내주지는 않는)’로 조달하려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1억 달러 정도에 그쳤다. 머스크로서는 답답했을 것이다.

영리 법인을 비영리로 운영하는 비결

그래서 오픈AI는 2019년에 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꾼다. ‘비영리 목적’을 견지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고안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오픈AI는 ‘영리 법인’인 ‘오픈AI 글로벌(OpenAI Global)’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영리 법인은 투자를 받고 이에서 나온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형태의 회사다. MS가 130억여 달러를 투자한 업체가 바로 영리 법인인 ‘오픈AI 글로벌’이다. 다른 IT 업체나 벤처 캐피털, 심지어 직원들도 ‘오픈AI 글로벌’에 투자했고, 그와 관련된 소유권도 갖는다.

오픈AI의 홈페이지에 수록된 이 회사의 지배구조
오픈AI의 홈페이지에 수록된 이 회사의 지배구조

다만 오픈AI의 일반 주주는 아직 없다. 공개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계획도 없다. 그렇다면 오픈AI 글로벌은 일종의 ‘비공개 주식회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이 영리 법인에 대한 통제권(이사 임명, 수익 배분 등)은 투자자의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비영리 이사회’, 좀 더 정확하게는 이사회가 만들고 100% 소유한 ‘관리 법인(OpenAI GP)’의 권한으로 되어 있다.

오픈AI의 홈페이지에 있는 ‘우리 회사의 구조(Our Structure)’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영리 자회사는 비영리 단체(이사회와 관리 법인인 OpenAI GP를 가리키는 듯)가 완전히 통제한다. 영리 자회사는 수익을 창출하고 분배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오픈AI 설립의) 사명에 따라야 한다. 비영리 자회사의 주요 수혜자는 OpenAI의 투자자가 아니라 인류다.”

“우리 회사에 대한 투자는 기부로 쳐라”

오픈AI는 MS로부터 13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지만, MS는 오픈AI로부터 이사회 자리나 통제권을 전혀 건네받지 못했다. 또한 오픈AI 글로벌은 수익을 일정 규모로 제한하는, ‘이익제한기업(Capped-profit company)’이다. 정해진 규모 이상으로 수익을 내면 그 초과분은 모회사인 비영리 관리 법인(OpenAI GP)에 넘겨야 한다. 투자자들의 수익도 투자 원금의 정해진 배수로 제한된다. 직원들에 대한 보수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의 구조’에서 오픈AI는 MS가 이런 조건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컴퓨팅 및 상업 파트너로 MS를 선택했다”고 써놓았다.

영리 자회사인 ‘오픈AI 글로벌’의 설립 취지문에도 “이익 극대화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11월20일)에 따르면, 오픈AI는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오픈AI에 대한 투자는 기부로 보는 것이 현명할 겁니다.”

오픈AI는 정치권이나 재벌가족 정도가 아니라 ‘투자자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기업이다. 다른 회사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MS가 오픈AI에서 축출된 올트먼과 브록먼을 자사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오픈AI 측엔 ‘앞으로도 잘 협력하자’고 말한 것엔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챗지피티의 로고 ⓒAFP PHOTO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챗지피티의 로고 ⓒAFP PHOTO

‘올트먼 해고’의 대의명분

〈와이어드〉(11월20일)에 따르면, 오픈AI는 ‘이사들이 이사회 규모(이사의 수)는 물론 의장을 포함한 동료 이사를 선출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라고 정관에 규정해놓고 있다. 이사회 과반수의 서면 동의만 있으면 사전 통지나 공식 회의 없이도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지난 11월17일의 ‘올트먼 해고’는 대의명분과 법률적 정당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투자자들과 업계, 여론이 들끓을 때 굴복하지 않은 것 역시 당초 오픈AI라는 회사가 설립될 때 이사회에 부여된 사명을 지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와이어드〉는 오픈AI의 이사회를 비난하면서도 그 점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픈AI의) 리더십에 발생한 격변은 이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러나 이사회는 영리로부터의 독립이라는 프로젝트의 전반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그대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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