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5일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MS의 AI 비전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REUTERS
1월15일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MS의 AI 비전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REUTERS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회사였다. 애플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각각 자사의 주력 제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제품 자체보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테크(tech) 기업들의 가치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서비스들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얼마나’ ‘어떻게’ 결합시키고 있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2월13일 현재 MS가 시가총액 3조85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MS는 지난 1월 중순, 꽤 오래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고수해온 애플(2월13일 현재 2조8900억 달러)을 따라잡았다. 시장이 MS를 ‘AI 혁명의 선도자’로 점찍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회사’로서 MS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워드, 엑셀 같은 MS의 사무용 소프트웨어들이 PC(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들의 필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PC에 설치하려면 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Windows)를 먼저 깔아야 했다. 매출이 연간 30%씩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대 하반기에 출현한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새로운 기술에 MS는 적응하지 못한다. 그럴 만했다. 예컨대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가 자신의 PC에 일일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보다 외부의 고성능 컴퓨터에 인터넷으로 접속해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개념이다. PC용 소프트웨어로 성공했던 MS에겐 너무 낯선 기술적 환경이었다. MS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된다. 당시 미국에선 ‘가장 역동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증시를 이끄는’ 테크 기업들을 팡(FAANG)이라 불렀는데, MS는 이에 끼지도 못했다. FAANG은 페이스북(F), 애플(A), 아마존(A), 넷플릭스(N), 구글(G)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유행어다.

MS의 사업 기조는 2010년대 중반 컴퓨터 과학자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하면서 근본적으로 바뀐다. 나델라는 MS의 여러 사업 부문을 클라우드 컴퓨팅 중심으로 재편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엑셀을 사용하려면 해당 소프트웨어가 담긴 CD(콤팩트디스크)를 배송받거나 다운로드해서 자신의 PC에 설치해야 했다. 지금은 MS의 ‘클라우드’에 접속해 그 공간의 프로그램과 연산 능력으로 작업하고 사용료를 낸다.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부문을 ‘애저(Azure)’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나델라가 몰두한 부문이 바로 AI였다. MS는 2016년에 오픈AI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여러 차례에 걸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대단히 무모한 투자였다. 당시만 해도 오픈AI가 개발 중이던 ‘대규모 언어 모델(LLM, 챗지피티 등 이른바 생성형 AI 응용 프로그램들의 기반)’은 제대로 작동할지 의심스러운 물건이었다. 더욱이 오픈AI는 ‘AI로 인류의 공공이익에 헌신한다’는 이념하에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니, 배당도 하지 않는다. 결국 MS는 오픈AI가 설립한 ‘영리 자회사(배당 가능)’에 투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영리 자회사 역시 MS 같은 투자자가 아니라 비영리법인인 오픈AI 이사회의 ‘완전한 통제’를 받게 되어 있었다. MS는 거액을 투자해 놓고도 오픈AI의 이사 자리 하나 얻을 수 없었다. 배당금 역시, 오픈AI 정관에 따라, 일정한 규모로 제한되었다. MS의 어리석기 짝이 없는 투자로 보였다. 그러나 2024년 2월 현재, 이 투자의 결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공개한 LLM 기반의 챗봇인 챗지피티로 엄청난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MS의 공격적 AI 도입

MS는 오픈AI에 대한 통제권 대신 이 비영리 회사의 기술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 사용자들이 MS의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오픈AI의 LLM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오픈AI의 ‘생성형 AI 기능(코파일럿)’을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 MS의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적용시켰다. 코파일럿이 적용된 소프트웨어들은 문서 파일들을 찾고 분석하고 요약하고 편집하며, 숫자 표와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까지 만드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사무직 노동자들의 수동적 ‘도구’에 불과했던 프로그램들이 코파일럿 이후 ‘능동적 조력자’로 전환되었다고, MS는 자평한다.

이 같은 공격적인 AI 기술 도입과 확장은 투자자들에게 ‘MS야말로 앞으로 펼쳐질 AI 시대의 개척자’라고 믿게끔 만들었다. 이는 MS가 창출할 새로운 수입원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면서 시가총액(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4년 3000억 달러대에 불과했던 MS의 시가총액은 2019년 6월엔 1조 달러, 2년 뒤엔 2조 달러(2021년 6월), 올해 1월엔 3조 달러를 넘기며 애플을 따돌렸다. MS의 선전(善戰)은 지난 1월30일 발표된 2023년 4분기 매출(2022년 4분기보다 17.6% 증가한 620억2000만 달러)로도 확인된다. 이 시기에 클라우드 컴퓨팅(서비스 부문으로 분류된다)의 매출은 20% 증가한 258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FAANG에서 빠졌던 MS는 최근 많이 사용되는 유행어인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MS와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아마존, 메타(페이스북의 모기업), 엔비디아(반도체 기업), 테슬라 등이다.

애플의 핵심 수입원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Mac) 등 정보통신기기 제조·판매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기 판매 외에도 ‘서비스 부문’ 매출이 2010년대 말부터 급증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애플 기기 사용자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애플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구조가 깔려 있다.

예컨대 애플 기기엔 ‘앱스토어(App Store, 애플 기기에 기본 옵션으로 깔린 앱 장터)’로 내려받은 앱만 설치할 수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는 개발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사용자들의 앱스토어 검색에서 화면 상단에 자신의 제품을 띄우고 싶은 개발자들은 애플에 광고비를 낸다. 애플 기기의 앱 관련 결제(게임 아이템 구매, 유료 영상, 웹툰 등)는 애플의 결제 시스템(인앱 결제)을 이용하고 관련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한 애플은 자사 기기에 ‘구글 검색창’을 기본 탑재하는 대가로 구글로부터 연간 수백억 달러를 받는다. 최근엔 이런 ‘서비스 매출’이 애플 총매출의 4분의 1 정도에 달한다.

애플 기기는 계속 잘 팔릴까?

애플 입장에선 기기만 많이 팔면(20억여 대가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 거의 자동으로 서비스 매출이 올라간다. 그러나 소비자와 개발자는 애플의 서비스를 반강제로 이용하고 그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애플이 ‘독점’ ‘시장지배력 남용’ 등으로 비난받는 이유다.

그렇다고 애플이 AI 부문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온 것은 아니다. 애플은 자체 개발 LLM으로 여러 기능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버전의 ‘인공지능 비서(시리)’를 올해 선보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애플이 지난 2월2일, 애플워치 이후 10년 만에 출시한 신제품 비전프로(확장현실 헤드셋)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호응을 이끌어낼지도 큰 관심사다. 애플은 비전프로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로선 애플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힘든 여러 악재들이 있다.

첫째, 애플의 ‘독점(과 여기서 나오는 서비스 매출)’에 대한 반격이 거세다. 유럽연합(EU)은 오는 3월부터 애플 기기 사용자들이 앱스토어 이외의 앱 장터나 외부 결제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미국에선 애플 기기에 구글 검색창이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것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애플도 유럽과 미국에서 맞소송을 벌이고 있으므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애플의 서비스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애플의 핵심 수입원인 기기 판매가 앞으로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애플은 최근 수년 동안 연간 2억 대 이상의 아이폰을 팔아왔다. 실제로 4000억 달러 정도인 애플의 연간 매출액 가운데 5분의 4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하드웨어 판매에서 나온다. 애플의 야심작인 비전프로에 대해서도 여러 엇갈리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1월17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화웨이 매장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EPA
1월17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화웨이 매장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EPA

세 번째는 ‘중국 리스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애플 매출의 17% 정도가 중국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중국의 정보통신 대기업인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중국 자체 개발 7나노 칩 장착)’과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미·중 무역갈등 이후 중국의 일부 정부기관이 애플 제품에 대한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애플은 앞으로 미·중 관계의 양상에 따라 기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스트〉(1월24일)에 따르면, 여전히 아이폰의 90% 정도가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다. 이후 몇 년 사이 중국의 타이완 침공 등으로 미·중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애플은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지난 2월1일 애플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실적(2022년 4분기보다 2% 증가한 1196억 달러)은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2022년 중반부터 이어진 매출 감소세를 중단시켰다. 아이폰 매출이 6% 증가했고 서비스 매출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중국에서 얻은 매출은 13%나 줄어들었다.

2월 둘째 주 현재, 애플 주가는 지난 12개월에 비해 약 23% 올랐다. 같은 기간 MS의 주가는 56% 상승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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