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

제프 플레처 지음, 문은실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경기 그리고 경쟁 자체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사람, 그게 바로 쇼헤이다.”

오타니 쇼헤이. “세계에서 단 한 명, ‘이도류’ 메이저리거.” 메이저리그 30팀 중 27팀이 오타니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제 그의 고향에서는 그의 등번호가 들어간 매달 17일을 ‘오타니 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2012년부터 LA 에인절스를 10년 넘게 취재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전문기자 제프 플레처가 오타니의 역사를 한 권에 정리했다. “오랜 세월, 나는 너무도 많은 동료들이 책을 쓰는 것을 지켜봤지만 내게 맞는 스토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 노련한 기자가 책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오타니는 무엇이, 왜 다른가?

숫자 없는 경제학

차현진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화폐제도의 주도권이 국가에 있다고 하더라도 통치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제목 그대로 통계나 수식이 등장하지 않는 ‘경제학 서적’이다. 자칫 지루하기 일쑤인 ‘경제학적’ 설명을 배제하고, 욕망이나 의무를 추구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적 경제 제도들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지금의 경제시스템까지 이해하게 도와준다. 예컨대 ‘화폐’의 개념은, 물론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교환 수단’ ‘가치저장 수단’ 등의 용어도 중요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15세기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화폐 ‘콰트리노 비앙코’와 얽힌 사연을 읽으면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뿐이랴. 금본위제, 중앙은행, 금융안전망 등 현대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필수이지만 경제학 교과서만으론 애매한 용어들을 흥미롭고 화려하며 고색창연하게 가르쳐준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돌베개 펴냄

“나는 청소년들이 삶에서 얻어낸 그 통찰과 지혜를 학문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단순한 연구 주제처럼 보이는 제목은 적나라한 고발이다. 빈곤 대물림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현실이라서다.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빈약한 상상인지 알게 한다. “성장하고 싶은 어린 생명”은 가난이란 굴레와 가족으로 인해 굴절되지만,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청소년 정책을 연구하게 된 고등학교 교사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지역아동센터에서 참여 관찰한 결과를 기록했다. 이제는 어른이 된, 청소년 여덟 명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빈곤이 얼마나 총체적 갈등인지 담겨 있다. 청소년과 빈곤 정책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

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책을 살 팔자인 날이 있다.”

‘텍스트가 길러낸 자식.’ 작가 김겨울을 소개하는 말이다. 작가이자 독서가, 애서가인 그는 종종 시를 짓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활동 영역이 확장되어 현재는 라디오 DJ이기도 하다. 그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쓴 글 일부와 새로 쓴 글을 모아 산문집을 냈다. 어린 시절과 책에 얽힌 이야기,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올린 특별한 문장들이 시선을 붙든다. 책을 여러 권 냈지만 어떤 책의 출간을 앞두고서 공포스럽다는 마음을 고백하는 작가, 한편으로 그만큼 너그러운 독자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것이 책 쓰기의 성과라고 말한다. 이번 책을 출간하면서 어땠을까. 겨울과 어울리는 책이다.

맘카페라는 세계

정지섭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나에게는 남편 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 하나가 있다.”

맘카페는 육아 정보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이지만 어느새 여러 ‘갑질’의 대명사로 자주 매스컴을 오르내린다. 대중의 인식에 그려지는 것처럼 맘카페는 ‘마녀들의 소굴’일까? 한때 맘카페 중독자였다고 스스로를 일컫고, 현재 지역 맘카페 운영자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맘카페의 역사와 특성을 밀도 있게 파헤친다. 엄마가 되었을 뿐인데 급격한 삶의 변화를 겪고, 일과 양육을 병행해나가는 이 시대 여성들의 자화상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읽고 나면 맘카페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가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다.

아메리칸 서울

헬레나 로 지음, 우아름 옮김, 마음산책 펴냄

“나는 파국을 맞고서야 자아 발견이라는 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인 여성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이란 부제를 달았지만 내용은 그보다 자전적이고 내밀하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저자는 어느 날 일을 그만둔다. 오랜 꿈이었던 글을 쓰기 위해서다. “나를 부수는 충격이 있어야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과거에는 남편의 폭력에 의한 이혼, 어머니의 자살 시도, 자매간 불화와 동양인 여성 의사로서 겪어야 했던 차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인 2세대 여성으로서 가족과 문화, 정체성을 새로이 탐구해나가는 과정에 힘이 느껴진다. 옮긴이는 이 책을 두고 “물리적 형태로 구현된 한 사람의 꿈”이라고 말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