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웹툰 작가의 자녀인 초등학교 2학년 A군이 같은 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 제 나이보다 한 해 늦게 입학한 A군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A군은 이 일로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듣는 ‘통합학급’에서 분리되어, 장애 아이 등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반인 ‘특수학급’에서만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군의 부모는 아이가 불안해하며 등교를 거부하자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고, 특수교사가 수업 중 A군에게 한 말을 인지한 뒤 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모두 지난해 9월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해당 특수교사를 지난해 12월 기소했다. 이듬해인 올해 1월 경기도교육청은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해당 특수교사를 직위 해제했다. 이 사건은 7월26일 〈매일경제〉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양측 입장이 나올 때마다 여론은 출렁였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해당 특수교사를 8월부로 복직시켰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 신고에 취약한 교사의 입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만 해석하는 것을 넘어, 구조적 배경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는 장애 학생이 일으킨 행동을 어떻게 대할지에 관한 문제이며, 사건의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전국 모든 학교가 겪고 있는 핵심 갈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나온 아이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나온 아이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해당 사안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다가 발생했다.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통합교육’이 처음 명문화되었다. 장애 학생 등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특수교육 대상자’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장애 유형·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교육을 받는 게 ‘통합교육’이다.

2022년 기준 특수교육 대상자 10만3695명의 절반 이상인 55.9%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에 배치돼 있다. 이들은 ‘특수반’ ‘맞춤반’ ‘도움반’이라 부르는 특수학급과 ‘원반’ ‘원학급’이라 부르는 통합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다(이를 ‘부분통합’이라 한다). 아예 일반 학교의 통합학급 수업만 듣는 학생도 16.9%에 이른다(이를 ‘완전통합’이라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통합학급 교실 모습. 2022년 특수교육 대상자의 3분의 2 이상이 일반 학교에 다닌다. ⓒ시사IN 조남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통합학급 교실 모습. 2022년 특수교육 대상자의 3분의 2 이상이 일반 학교에 다닌다. ⓒ시사IN 조남진

1999년 임용된 한희정 초등교사(전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는 담임 경력 대부분을 특수교육 대상자가 있는 통합학급의 담임으로 보냈다. “1994년 통합교육이 도입된 이후에도 일반 학교는 사실상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일반 교사들은 장애 유형 정도 외에는 대학에서 배운 것이 없었다. 10개 반 중 특수교육 대상자가 있는 통합학급 1~2개 반은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꺼려해 결국 제비뽑기로 정했다. 당시 전교조 내부에서 통합학급 담임을 적극적으로 맡자는 운동이 있었다. 힘들어하는 동료 선생님과 담임을 맞바꾸는 식으로 자진해서 통합학급을 많이 맡았다.”

이게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신설 학교를 제외하면 적어도 웬만한 공립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과 특수교사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그런데 교실과 교사가 늘어난 그 이상으로 특수교육 대상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00년 5만4732명이던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2022년 10만369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유치원·초·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853만6557명에서 301만8411명으로 쪼그라든 것과 대조적이다. 장애 영역별로 살펴보면, 시각·청각·지체(운동기능) 장애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자폐성 장애’와 ‘발달 지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빠르게 늘고 있다(〈그림〉 참조).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 기준 확대 등으로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자폐성 장애와 발달 지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통합학급 교실 모습. ⓒ시사IN 조남진
특수교육 대상자 중 자폐성 장애와 발달 지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통합학급 교실 모습. ⓒ시사IN 조남진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 학생들은 이른바 ‘도전행동(challenging behavior)’을 하는 경우가 있다. 도전행동이란 발달장애 아동처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찢거나, 자해하는 등의 문제 행동을 말한다. 대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려 노력해야 하는 어려운 행동이라는 뜻이다.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행위도 대표적인 도전행동에 속한다.

■ ‘신호등이 없는 상태’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통상적으로 특수학급에서 국어·수학, 통합학급에서 영어·과학·음악·미술·체육 수업을 듣는다. 웹툰 작가 아들 A군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도전행동을 한 때는 통합학급 수업 중이었다. 이 일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되었고, 피해 학생 측은 A군의 강제 전학 내지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두 차례 회의를 거쳐 결과적으로 A군에게 내려진 조치는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학교폭력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장애 학생임을 감안하여 학교 차원에서 학교폭력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고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로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특수교사 경위서의 한 대목. 8월28일 교사 측은 이 경위서를 사실 본인 대신 동료가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별화교육지원팀’이란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 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 Plan·IEP)’을 제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팀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통합학급 교사와 특수교사, 보호자(학부모)가 참여한다. 그런데 이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로 결정된 사항은 A군이 수업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가 아니라, A군을 특수학급으로 격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두 아이를 키우는 이수현 중학교 통합학급 담임교사는 “무조건 학폭위를 우선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수학급으로 분리한 것을 교육적 조치로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니 배려했다’고 말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차별’을 ‘배려’라는 말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안이 그렇다. 특수학급은 누가 뭔가를 잘못해서 분리되는 공간이 아니라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필요한 지원을 받는 공간이다. 특수학급이 분리 수용소인가?”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을 책임지는 존재는 특수교사다. 특수교사는 특수학급의 담임으로, 해당 학교의 특수교육 대상자를 관리한다. 특수학급 자체 수업도 한다. A군이 도전행동을 일으킬 당시 이 학교에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8명(한 명은 완전통합)이었다. 법적으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6명을 넘으면 특수학급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지만 이 학교 특수학급은 하나, 특수교사도 한 명이었다. “특수교사도 ‘내가 왜 학폭 업무까지 하고 있나’ 생각했을지 모른다. 특수 아동이니까 특수교사가 책임지라고 (학교가) 떠넘긴 거다. 잘잘못을 떠나, 정원을 초과하는 아이들을 돌보며 얼마나 힘들었겠나. 한편 부모로서는 어떻게든 이 사회에 아이를 통합시키고 싶어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벌써부터 특수학급에 오래 분리된다면 이후에는 특수학교로, 나중엔 시설로 쫓겨나겠다는 생각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이수현 교사).”

서울의 한 초등학교 통합학급 교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특수학급으로 분리되는 경우가 있다. ⓒ시사IN 조남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통합학급 교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특수학급으로 분리되는 경우가 있다. ⓒ시사IN 조남진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유아특수교육과)는 현 상황을 ‘신호등이 없는 상태’에 비유했다.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이나 교사에게 어떤 종류의 위해를 가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지만, 그때마다 학폭위나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로 처리하지는 않는다.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상황이나 사람들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면 그 결정이 부당한 징계인지 정당한 교육적 조치인지 관점의 차이가 발생한다. 지금의 학폭위나 교권보호위원회가 장애의 맥락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장치인지, 회복적·교육적 결과로 이어지는지도 논쟁적이다. “누구에게도 자신을 향한 공격적 행동을 그저 참으라고 할 수는 없다. 불편하더라도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공격적 행동을 소거해가야 한다는 똑같은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은 비장애 학생의 부모(혹은 교사)도, 장애 학생의 부모도 분노하고 있다. 다 나름대로 이 상황이 자신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여긴다. 장애 학생에게 ‘이중 잣대’를 적용하지 않으면서도 장애에 대한 정당한 고려를 포함하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우리는 만들지 못했다. 그것부터 인정해야 한다(권정민 교수).”

권 교수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장애 학생이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면 학교 심리학자나 의료인력 등 전문가를 포함한 ‘행동지원팀’이 가장 먼저 그 행동이 장애로 인한 것인지 판단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장애로 인한 것일 경우 학부모와 전문가 등이 ‘개별화 교육 계획(IEP)’ 회의를 연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도전행동일 경우 새로운 행동중재 계획을 세우고, 이전에도 보였던 도전행동이라면 기존 행동중재 방식을 바꾼다. 여기서 행동중재란 도전행동의 원인을 파악해 없애거나 바람직한 대체 행동을 유도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결국 행동의 원인을 파악해야 중재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수많은 갑론을박이 벌어졌음에도, ‘A군이 바지를 내리는 행동은 왜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도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여성 발달장애 당사자인 박경인 피플퍼스트 활동가(29)가 A군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처음으로 한 질문은 “왜요?”였다. “그 장애 학생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지를 내린 이유가 정말 나쁜 행동을 하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바지가 답답해서 벗었는지, 화장실이 가고 싶었던 것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

■ 특수교사 88.8%, 도전행동으로 부상

도전행동의 중재는 일선 학교에서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7월31일부터 8월1일까지 전국 특수교사 29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8%는 ‘교육활동 중 도전행동으로 인해 부상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30일 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서울시 양천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지난 3월에도 해당 교사를 폭행했다.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이 학생은 앞선 폭행 이후 상담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상담 시간에 통합학급 체육 수업에 가고 싶어 했다. 교사가 체육 대신 상담을 하도록 설득하자 다시 그를 폭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6월24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교사를 폭행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그런 도전행동이 처음이 아니었다. 피해 교사는 이 사건에 앞서 지난 4월부터 2개월간 해당 학생에게 지속해서 언어·신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8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특수교육 교원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오른쪽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8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특수교육 교원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오른쪽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특수교사들은 도전행동 중재가 잘 이뤄지지 않게 하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교사가 직무상 어디까지 학생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정서적·신체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다(〈시사IN〉 제829호 ‘아동학대 신고를 두려워하는 이유’ 기사 참조). 특수교사노조는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도전행동 중재 매뉴얼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행동중재 전문가나 의료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에서든, 학폭위나 교보위에서든 이런 전문성 있는 행동중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충동성으로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약물 등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받으면 훨씬 나아지기도 한다. 현재는 교사가 직을 걸고 진료를 권하는 상황인데, ‘우리 아이가 약 먹어야 되는 아이란 말이냐’라며 진료 권유 자체가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의 소지가 되다 보니 이야기조차 못 꺼내는 경우도 많다(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물론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목적이 도전행동 중재는 아니다. 교육이다. 그런데 교육이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도 아직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현행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 제27조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자가 6명을 넘을 경우 특수학급을 2개 이상 설치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교장이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지키지 않고, 교육청에서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많아지면 학부모 민원이 많아진다는 이유가 크다고 한다. 앞서 A군 학교에서도 정원 초과 시기 특수학급 추가 설치 요구가 있었으나 이 학교 학부모들이 조직적으로 반대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특수학급이 추가 설치되지 않으면 특수교사 추가 배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특수교사 배치율은 2022년 83.4%로 법정 인원(학생 4명당 1명)에 미달한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특수교육 실무사와 사회복무요원, 자원봉사자 등이 보조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학교의 특수교육 대상자 수나 장애 정도와 관계없이 실무사 또는 사회복무요원은 학교당 1명이 원칙이며 그마저 다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복무요원도 중간중간 소집해제가 되기에 안정적으로 공급되지는 못한다. 한 지역의 예를 들면, 현재 경기도 용인시 관내에 할당된 특수교육 실무사(지도사) 지원 인력은 47명이다. 지난해 이 인력을 파견해달라고 신청한 용인시 관내 학교는 120여 개다.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A군도, 양천구 초등학생도 도전행동을 일으킬 때 보조 인력이 1대 1로 붙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궁극적으로는 특수교사와 특수학급을 늘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게 대안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어야 개별화 교육 계획도 내실화할 수 있고, 통합학급 수업 지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보조 인력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특수교사의 인력 관리 부담이 크고 교육 전문 인력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전교사노조가 대전시 특수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4일부터 5월11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수학교·특수학급 교사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불필요하게 주어지는 과중한 행정업무(29%)’라는 응답이 ‘정원을 초과하는 학생 수(27.7%)’보다 높게 나왔다. 정 실장은 “사회복무요원 급여나 피복비도 특수교사가 관리한다. ‘장애’자만 붙으면 학교 엘리베이터 설치 업무까지 특수교사에게 떠넘기는 지금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모르는 부모

정예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교육국장은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운다. 그는 아이가 5학년 때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아이가 통합학급 과학 시간에 선생님에게 “싸가지 없다”라고 욕을 하고 책도 던졌다고 했다. 알고 보니 수업 말미에 관찰한 걸 적어서 내라고 했는데 정씨 아이만 내지 않아서 선생님이 왜 제출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친구들의 시선이 쏠리자 당황한 것이었다. 과학교과를 담당한 선생님은 정씨의 아이가 특수교육 대상자인 줄 모르고 있었다. 개인정보라 듣지 못했다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과학 시간에도 정씨 아이가 갑자기 필통 속 물건을 던지는 일이 있었다. 6명씩 모둠을 짜서 수업하는데, 발표할 사람을 정하는 투표에서 친구들이 정씨 아이 이름을 아예 빼버렸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왜 정씨의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 팔에 멍이 들어서 왔을 때도 가슴이 철렁했다. 방과 후 체육 시간에 다른 아이가 엉덩이를 툭툭 쳐서 하지 말라고 막다가 사회복무요원에게 제지당한 거였다. 정씨는 이 모든 정보를 아이나 학교에 직접 물어야 했다.

1월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회원들이 일부 학교의 특수학급 설치 거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1월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회원들이 일부 학교의 특수학급 설치 거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A군의 부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녹음기를 아이 가방에 넣은 일이 공분을 샀다. 특수교사와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정씨는 A군 부모의 대처가 아쉽다면서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이해되는 면도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 “도전행동에는 항상 맥락이 있다. 원인이 되는 부분에 대해 지원을 해주길 바라는데, 현실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기가 쉽지 않다.” 정씨는 특수교사의 고군분투를 모르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통합학급 수업이 점점 어려워져서 특수반에서 수업을 좀 더 듣고 싶다고 요청하니 특수반 선생님이 한숨을 쉬더라. 기존에 진행하는 수업만으로 벅차셨던 것 같다.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특수교사를 점심도 제대로 못 먹도록 소진시키는 현실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원반에서 수업하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특수반으로 보내는 게 현실이다. 지금 구조에선 설령 학대가 일어나도 누구를 탓할 수가 없다.”

최근 교육부 5급 사무관이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자신의 초등학교 아이 담임교사에게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또 한번 대중의 공분이 일었다. 그 편지의 내용은 ‘발달장애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을 치료할 수 있다’며 비상식적인 양육법을 설파하는 일종의 사이비 치료 커뮤니티에서 기원한 것이었다. 정씨는 말했다. “독일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영유아 검진에서 발달지체가 발견되자 지역의 소아신경센터로 연결됐다. 의사 선생님과 2시간 동안 아이의 성장과정, 부모가 놓인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를 통합 유치원에 보낼 땐 전문가 6~7명과 함께 개별화 교육 회의를 진행했다. 장애나 특수교육 대상자 등록 같은 게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에 오니 너무 달랐던 게, 아이의 치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전문적 조언을 얻을 사람이 없더라. 대학병원에 갔더니 2분20초 면담이 끝이었다. 겨우 찾아간 공공병원에서 아이 치료는 물론 나 자신의 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교사와 이런저런 갈등을 겪는 장애 아이 부모 중에 마음이 아픈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회에서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일수록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당장 장애 진단을 받는 순간 가족과 친척들로부터도 배제되니까. 부모 지원도 필요하다.”

■ “가려진 특수교육 대상자 두 배 이상”

한국 전체 학령인구 중 특수교육 대상자 비율은 2022년 1.8%다. 외국이 5~1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학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발견되고 관리되지 않는 학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특수교육 대상자 중에서 정서·행동장애 비율이 1.8%에 불과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ADHD만으로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돼 도움을 받기 어렵다. 약물 치료로 호전되는 것은 장애로 보지 않는 경향 때문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이지 않다. 한국의 특수교육 대상자가 지나치게 좁게 정의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희정 교사는 “핀란드에서는 특수교육 범위를 굉장히 넓게 잡는다. 특수교육을 경험한 아동 비율이 30%에 이른다. 부모의 실직이나 이혼을 경험한 아이, 집에 불이 나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도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ADHD나 경계선 지능조차 포괄하지 못하고, 발굴도 진료 권유도 교사에게 맡겨놓고 있다. 부모가 거부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다. 매년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정서행동 검사를 하는데, 학부모가 인터넷 설문으로 답하는 거라 실효성이 없다. 가려진 특수교육대상자가 두 배 이상 있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담임 경력의 대부분을 통합학급 담임으로 보낸 한희정 초등교사는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통합학급 담임을 맡고 있다. 이 반 학생 19명 중 3명이 특수교육 대상자다. 그는 “가려진 특수교육 대상자가 두 배 이상 있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담임 경력의 대부분을 통합학급 담임으로 보낸 한희정 초등교사는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통합학급 담임을 맡고 있다. 이 반 학생 19명 중 3명이 특수교육 대상자다. 그는 “가려진 특수교육 대상자가 두 배 이상 있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일선 학교에서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숨겨달라는 학부모의 요청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 때문에 학생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 비장애 학생에게 ‘피해’를 주면서 꼭 통합교육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한희정 교사는 “어릴 때 교실에서 통합학급을 겪어본 교사 세대와 그렇지 않은 50대 이상 교사 세대는 장애를 보는 시야가 다르다. 통합학급 담임을 자처하는 건 오히려 젊은 교사들이다”라고 말했다. “갈등이 없는 조직, 약자가 없는 사회란 존재할 수 없다. 그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바로 학교다. 아이들은 스스로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들과 모둠을 짜고 현장학습을 다녀오는 법을 배운다. 자신들과 다른 평가 과제를 주면 공정하지 않다고 항의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점점 이해하고 따라오게 된다. 어릴 때부터 타자의 맥락과 입장을 받아들이고 대화하고 이해하는 경험들을 아이들이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아이들이 어른이 된 사회는 재앙일 것이다.”

지난 시기 통합교육을 경험한 발달장애인에게 학교는 버텨야 하는 공간이었다. 박현철씨(36)는 “모든 학교생활이나 교육과정이 비장애인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서 발달장애인이 같이하기 어려웠다.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대범씨(30)는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냄새나는 장애인은 특수반에 가라’는 말을 듣고도 “어차피 내 말은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참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태어나면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나 개, 동물원의 호랑이·물개·곰·돌고래로 태어나고 싶다”. 그 편이 인간 세계보다는 행복할 것 같아서다. 박경인씨는 “내가 원반에 안 들어가도 아무도 몰랐다. 처음에는 같이 놀던 친구들도 내가 도움반에 가기 시작하니 ‘넌 왜 장애인 반에 가?’라고 놀렸다. 도움반에 다녀오면 내 책상이 다른 교실로 옮겨져 있었다. 우리 때는 학교 다니는 게 저주스러웠지만, 앞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지 않고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서 같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으로 통합교육을 경험한 당사자 김대범·박현철·박경인씨(왼쪽부터). 모두 피플퍼스트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경인씨는 “앞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지 않고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서 같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발달장애인으로 통합교육을 경험한 당사자 김대범·박현철·박경인씨(왼쪽부터). 모두 피플퍼스트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경인씨는 “앞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지 않고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서 같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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