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일 부산교육대학교 캠퍼스에 글로컬 대학 통폐합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시사IN 신선영

윤석열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른바 ‘글로컬 대학 30’ 사업이 그것이다. 글로컬이란 글로벌(global·세계적)과 로컬(local·지역적)을 합한 말이다. 혁신 의지와 역량을 갖춘 비(非)수도권 지역 대학 30곳을 뽑아서, 학교마다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해 세계적 대학으로 키운다는 내용이다. 첫해인 올해는 10월에 최종 10곳을 뽑을 예정인데, 지난 6월20일 1차 예비지정을 받은 15곳이 발표됐다(〈그림 1〉 참조). 이 중 네 곳은 각각 두 대학이 하나로 통합하겠다며 팀으로 신청했다.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다. 교육부가 글로컬 대학 추진 방향에서 혁신의 예시로 ‘대학 간 통합’을 든 데 따른 것이다. 이 학교들은 모두 국공립대다.

왜 대학 간 통합인가?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있다.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2020년 약 46만명에서 2040년 약 28만명으로 39.1% 줄어들 것으로 추계된다. 2021년 전국 대입 정원 약 47만명이 2040년까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신입생이 약 20만명 모자라고 충원율은 60%가 채 안 될 전망이다(〈그림 2〉 참조). 전체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과 비수도권 국립대 입학 정원을 합치면 약 26만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2040년에는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국립대만으로도 대학에 가려는 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대학교육연구소,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2021). 이런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수도권 대학을 지원하겠다며 교육부가 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대학 간 통합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대학이 통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글로컬 대학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 통합의 경우 특히 부산교대 학생들의 반발이 격렬했다. 부산교대 재학생들로 꾸려진 학생 비상대책위원회가 이틀간 수업을 거부하는 ‘동맹휴업’을 할 정도였다.

■ 부산대(국립)-부산교대(국립) 통합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특수목적 국립대인 교육대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초등교사 신규 채용 규모는 2027년까지 최대 27% 줄어든다. 부산교대 임용 합격률은 2017년 83.3%에서 2020년 66.3%로 떨어졌고, 정시 경쟁률은 올해 1.8대 1로 사실상 미달을 기록했다(정시를 3곳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3대 1 미만이면 사실상 미달로 본다). 600명이던 부산교대 학부생 정원은 이미 350명으로 줄었고 마찬가지로 350명인 대학원 정원도 채우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거점 국립대인 부산대와 통합하는 것은 괜찮은 대안이지 않을까?

이에 대해 방인성 부산교대 학생 비상대책위원장은 “장기적으로 교대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임을 공감한다. 단순히 학교 타이틀이 사라지기 때문에 통합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글로컬 대학의 기조 자체가 대학 간 벽뿐 아니라 대학 내부에서 전공 간 벽을 허물자는 건데, 이러면 초등교사 양성 체제가 허물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이 있는 부산대와 통합한 뒤 ‘융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되면, 그간 교대에서 해왔던 초등교사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사라지리라는 우려다.

두 대학 통합에 찬성하는 쪽은 학생들의 이런 걱정이 기우라고 본다. 부산교대 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광현 교수는 “교직 관련 공통과목을 부산대 사범대생들과 같이 들을 순 있겠지만 그런다고 초등교육의 전문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차피 초·중·고교 교사가 되려면 들어야 하는 과목이 각각 다르다. 핀란드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초등교사를 분리해 양성하지 않고 종합대학에서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사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서도 대학 때 다양한 수업을 듣는 편이 낫고,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다른 길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 범위가 협소한 지금의 교대 시스템으로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7월3일 방인성 부산교대 학생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광역시 연제구 부산교대 캠퍼스에 걸린 글로컬 대학 반대 현수막 앞에 서 있다.ⓒ시사IN 신선영
7월3일 방인성 부산교대 학생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광역시 연제구 부산교대 캠퍼스에 걸린 글로컬 대학 반대 현수막 앞에 서 있다.ⓒ시사IN 신선영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논의는 2017년부터 진행됐다. 2021년 두 대학이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2022년에는 투표도 추진했지만 부산교대 학생들의 반대로 불발됐다. 그러다 올해 교육부가 3월16일 글로컬 대학 추진방안 시안을 발표했고, 4월21일 부산대가 부산교대에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하자고 제안했다. 장덕현 부산대 기획처장은 “이왕에 통합을 논의해왔고 두 대학이 공동으로 신청하면 사업비가 (5년간 1500억원으로) 증액되는 만큼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물론 예산 때문만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부산대 사범대도 위축되기 마련인데, 부산교대와 통합해 사범대 일부를 부산교대가 있는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으로 이전하고 교육 특화 캠퍼스로 만들면 오히려 돌파구가 되리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글로컬 대학에 신청하려면 5쪽짜리 ‘혁신기획서’를 내야 한다. 부산대는 기획서 작성에 총학생회도 함께 참여했으나 부산교대는 그러지 못했다. 부산교대에서는 5월10일 통합을 두고 학생·교수·교직원 등 구성원 투표를 진행했는데, 학생의 98%가 졸속 추진이라며 투표 참여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5월15일 대학평의원회가 열렸다. 총 13명으로 구성되는 평의원회에 학부생 두 명은 불참했고 참석한 11명은 찬성했다. 5월17일 부산교대 교수회의는 모바일 투표를 통해 찬성 60%, 반대 40%로 글로컬 대학 사업 참여를 추인했다. 부산교대 학생 비대위는 이에 항의하며 5월24~25일 양일간 수업을 거부하는 ‘동맹휴업’을 했다. 5월31일 사업 신청이 마감되었고, 6월20일 부산대-부산교대는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사업 예비지정을 받았다. 글로컬 대학 추진방안 시안이 나오고부터 이 모든 과정이 불과 세 달여 만에 급박하게 진행됐다.

방인성 위원장은 “추진 절차에서 학생은 배제됐다. 교육부가 초등교육에 더 투자하지 않고 교대를 없애려고만 한다. 전국 교대 10곳 모두 살아남기 어려운 만큼 부산대-부산교대 통합이 시발점이 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이번에 경북대와 대구교대도 통합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부산교대는 초등교사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부산대 학생들이 초등교육과를 복수전공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고, 부산대가 이를 받아들였다. 부산대 학내 언론 〈채널PNU〉에 따르면, 부산대 사범대 학생 일부는 이런 방침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사범대를 부산교대가 있는 거제동으로 옮기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두 대학은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10월 최종 선정에 들기까지 두 대학 구성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부산대 재학생은 2만5000명이 넘는다. 부산교대 재학생은 1400여 명이다. 규모 차이 때문에라도 교대 쪽이 특수목적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단과대학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앞서 2008년 거점 국립대인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통합했다. 당시에도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고리로 구조개혁을 주문했고 제주교대 학생들은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물리적 통합’은 이뤘지만, 캠퍼스가 따로 존재하면서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학적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국에서 펼쳐지는 국립대 간 통합 논란

교대 같은 특수목적 대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일반 국립대끼리의 통합 역시 양 대학 구성원들의 정체성 상실 우려에 맞닥뜨린다. 대전에 있는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같은 대전의 4년제 국립대인 한밭대와 통합하겠다며 글로컬 대학에 신청했다. 하지만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이번 예비지정을 받지 못했다. 충남대의 주요 보직자인 처장 네 명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사업 신청 과정에서 이미 불협화음이 났다. 통합하기로 한 대학들은 5쪽짜리 혁신기획서를 공동으로 제출하는데, 한밭대가 충남대와 별도로 혁신기획서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른 부분은 똑같은데, 캠퍼스별 특성화 계획의 일부를 빈칸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이견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준우 한밭대 교수회장은 “한밭대가 전통적으로 공과대학의 규모가 크고 세니, 한밭대가 있는 덕명캠퍼스를 공대 쪽으로 특화하고 인사권과 예산권을 독립적으로 가진 ‘특임총장’을 (통합대학의 총장과 별개로) 세우자는 제안을 한밭대가 했는데, 마지막 기획서 제출 시점까지 충남대와 합의를 못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6월30일 대전 충남대 교내에 한밭대와의 통합 시도를 비판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시사IN 박미소
6월30일 대전 충남대 교내에 한밭대와의 통합 시도를 비판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시사IN 박미소

충남대와 한밭대 간 통합 논의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오다 글로컬 대학 신청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그러나 두 대학이 그리는 통합의 모습이 너무도 다르다는 점이 추진 과정에서 드러났다. 4월14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은 ‘대등한 통합’ ‘미래지향적 교명 선정’ ‘학생은 입학 당시 교명 또는 통합 대학교명 중 선택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학통합 기본원칙(안)’을 공표했다. 사흘 뒤인 4월17일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한다’ ‘학생의 졸업 시 학교 명칭은 입학 당시 교명을 따른다’라는 담화문을 냈다.

최인용 충남대 총학생회장은 “통합 모델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아무래도 예민한 이슈가 졸업장이다.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교명에 대해서도 대학본부는 지난해 공청회부터 계속 ‘충남대 교명이 아니면 통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뉴스 기사나 한밭대 측에서는 말이 다르니 학생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충남대 총학생회는 사무실을 대학본부 앞 천막으로 이전하면서까지 통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양 대학 교수회도 졸속 통합 추진을 비판했다. 한밭대의 경우 특히 총동문회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두 대학이 글로컬 대학 예비지정에서 탈락한 6월20일 이 동문회는 ‘교육부 합리적 결정!! 한밭대, 충남대, 통합모델 탈락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교내에 게시했다.

이번에 탈락한 충남대는 약 2만명, 한밭대는 약 8000명 규모다. 글로컬 대학 예비지정을 받은 충북대(약 1만5000명)와 한국교통대(약 8000명)도 거점 국립대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타 국립대학과 통합을 추진하는 사례다. 예비지정 발표 후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충북대 학생 비상대책위원회는 “(통합해도) 충북대 학생은 충북대 졸업장을 받을 것이고, 교통대 학생은 교통대 졸업장을 받을 것이다”라는 총장의 답변을 SNS에 게시했는데, 이에 한국교통대 총학생회는 대학본부 확인 결과 해당 사항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교명은 충북대학교가 아닌 통합된 새로운 학교의 교명을 사용할 것을 적극 주장해 1대 1 수평적 통합을 이루겠다. 졸업장 통합 교명 기재 또한 우리 학생 구성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라는 입장문을 SNS에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애초에 급이 다른데 어떻게 수평적이냐?” “흡수 통합되는 것으로 감사해야 한다” “입결(입시 결과, 즉 성적) 차이 나는데… 학벌 세탁하려 들지 마라” 같은 원색적인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충북대 역시 전체 학생 대상 설명회를 예비지정 발표 뒤인 7월3일에야 진행했다.

거점 국립대인 강원대와 4년제 국립대인 강릉원주대 간 통합도 이제 막 진통이 시작될 전망이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원대만 해도 1학년 여름방학이 지나면 많은 학생들이 휴학하고 반수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통합의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합의된 게 없다. 예컨대 지원받을 예산을 두 학교 간 어떻게 배분할지, 학과를 어떤 식으로 통폐합할지, 교직원 간 인사이동을 어떻게 할지 등이다. 당장 국립대 입장에선 글로컬 사업에 선정돼야 교육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일단 ‘당첨’되고 보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예비지정을 받은 대학 15곳 중 11곳은 통합 없이 단독으로 신청했다. 꼭 통합한 대학만 글로컬 대학에 예비지정된 건 아니다. 이 때문에 통합보다는 내부 혁신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대학 구성원들도 있다. 최인호 충남대 교수회장은 “교육부가 대학들에게 ‘담대한 혁신’을 주문했는데 매우 기만적이다. 대학 간 통합이 어떻게 혁신이 되나? 통합해서 경쟁력이 올라가야 혁신인데, 충남대와 한밭대가 합친다고 해서 서울로 가려는 학생을 여기로 오게 만들 수 있나? 2006년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강원대-삼척대 등 국립대 간 통합이 이뤄졌지만 지역 대학의 위기가 해결된 바 없다. 글로컬 대학은 국립대의 크기를 줄이려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시장주의 정책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 비수도권 사립대 간 통합

지금까지는 국립대 얘기였다. 한국 대학의 85%는 사립대다. 글로컬 대학을 계기로 대구의 영남대-영남이공대나 계명대-계명문화대, 부산의 동서대-경남정보대-부산디지털대, 광주의 조선대-조선간호대, 전북 익산의 원광대-원광보건대 등 비수도권 사립대 간 통합이 추진되었다. 대부분 같은 재단 산하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간 통합이다. 그러나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 사립대는 이번 예비지정에서 모두 탈락했다.

대전에 위치한 4년제 사립대인 배재대와 목원대는 서로 다른 법인인데도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대학에 신청해 주목받았다. 원래는 느슨한 연합대학 형태로 진행하다가 막판에 완전 통합을 결정했다. 이혁우 배재대 기획처장은 “예비지정 탈락이 전격 발표된 다음 날 전체 교직원에게 사업설명회를 했다. 그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배재대 1년 예산이 약 1000억원인데 이 중에서 200억원이 국가장학금, 150억~200억원이 국가사업 수주액이다. 등록금 수입 540억원 중에서 인건비로 400억원이 나가면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 140억원이다. 그렇게 보면 연 200억은 작지 않다. 글로컬 대학이 묻는 질문은 정확하게 이거다. ‘10년 지나면 대학 절반이 없어져야 하는데 돈 받고 뭐라도 해보다 망할래, 아니면 편하게 살다가 10년 후에 망할래?’ 몇 년 전부터 신입생을 면접 없이 뽑고 있다. 구성원들이 이미 알고 있다, 대안이 없다는 걸.”

6월30일 대전 배재대 모습. 배재대와 목원대는 법인이 다른 사립대 간 통합을 추진 중이다.ⓒ시사IN 박미소
6월30일 대전 배재대 모습. 배재대와 목원대는 법인이 다른 사립대 간 통합을 추진 중이다.ⓒ시사IN 박미소

배재대와 목원대는 내년 글로컬 대학에 재도전한다. 통합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줄다리기가 예정돼 있다. 교명, 학과 통폐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인이 서로 다른 두 대학이 통합했을 때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그동안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혁우 기획처장은 “우리 같은 모델이 잘되면, 합병하겠다는 사립대가 상당수 있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대·전주비전대와 예수대도 서로 법인이 다르지만 통합을 선언했다. 홍성덕 전주대 기획처장은 “같은 기독교 재단이고 세 대학 모두 간호학과가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특성화 전략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듯해 통합을 진행했다. 글로컬 사업 신청 당시 두 대학법인 이사회에서 대학 통합을 의결했다. 국립대 통합보다 몇 배는 어려운 것이 사립대 통합이고, 특히 법인이 다른 대학의 통합은 그 자체로서 담대한 혁신으로 평가되었어야 하는데 결과가 조금은 의아하고 아쉽다”라고 말했다.

5월30일 전북 지역 사립대인 전주대와 예수대, 전주비전대 세 총장이 통합 추진을 선언했다.ⓒ연합뉴스
5월30일 전북 지역 사립대인 전주대와 예수대, 전주비전대 세 총장이 통합 추진을 선언했다.ⓒ연합뉴스

물론 대다수 사립대는 서로 다른 법인 간 대학 통합을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전국의 사립대는 2021년 기준 278곳, 국공립대는 47곳이다. 글로컬 대학에 선정될 대학은 5년간 30곳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국립대의 과점과 사립대의 각자도생’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연 200억원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날 만한 예산인지 의문도 제기된다. 2020년 서울대가 받은 정부지원금이 4866억원, 나머지 9개 거점 국립대의 정부지원금 평균은 1265억원이다(김종영, 〈서울대 10개 만들기〉). 예산 확보 여부도 불확실하다. 윤석열 정부는 세수 부족 때문에 이미 편성한 예산조차 깎으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통해 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마다 재정자립도도, 행정 역량도 천차만별이다.

■ 고등교육은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경남대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4년제 사립대이다. 이번에 글로컬 대학에 단독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이 대학 사회학과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양승훈 교수는 “경남대가 있는 마산합포구 인구는 18만명이다. 그런데 경남대의 학부 재학생 숫자가 1만명이다. 전임교원은 422명이고, 여기에 교직원과 조교, 각종 비정규직 연구원까지 합친다면 대학이 마산합포구에 미치는 영향은 그 자체로 대기업 하나에 맞먹는다. 현재의 글로컬 대학 논의에서는 각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갖는 위상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다”라고 말했다. “경쟁력 위주로 평가하면 대학이 없는 지역이 생긴다. 만약 대학이 연구기관으로 외따로 존재하는 섬이라면, 서울이나 거점 국립대에 다 몰아줘도 된다. 그러나 대학은 지역사회에 인재를 공급하고,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며, 지역사회에 필요한 싱크탱크를 제공한다. KTX를 타고 내려온 서울의 전문가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얼마나 심도 있게 풀어갈 수 있겠나?”

그가 보기에 최근 입시에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위치한 대부분의 지역은, 역설적으로 경제적 의존 측면에서 모두 대학도시다. 따라서 지방대 개혁안은 그 자체로 대학도시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이런 사안은 엄포를 놓듯 예산을 걸고서, 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된 ‘글로컬 대학위원회’가 각 대학들이 낸 5쪽짜리 혁신기획서를 가지고 “철저한 보안을 위해 비공개 합숙 평가”를 실시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수험생, 학부모, 대학교육 전문가,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좀 더 공개적인 장에서 면밀하게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맨 왼쪽)이 6월2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했다.ⓒ연합뉴스
이주호 교육부 장관(맨 왼쪽)이 6월2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했다.ⓒ연합뉴스

“학과 간 벽을 허물라는데, 이미 지역 대학들은 벽을 허물고 있다. ‘비인기 학과’인 인문사회계열과 ‘어려운’ 이공계 전공들을 폐과하고 ‘당장의 취업에 도움되는’ 실용적인 학과들을 세우며 지역의 전문대와 경쟁하고 있다. ‘실용적인’ 학과를 제외하면 학과 체제는 서서히 와해되는 중인데, 그렇게 해서 취업하는 일자리가 숙련을 인정받는 좋은 일자리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교육은 무엇이고, 공학 교육은 무엇인가? 이미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 ‘입결 체제’에서 지방대에 대한 낙인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또 해소할까? 이번에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이 생산직 대졸 공채를 시작했다. 이른바 대공장에서도 이제는 글 잘 쓰고 디지털 기술과 통계를 이해하는, 대학교육 받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 거점 국립대와 지역 사립대가 연구와 교육 중 어디에 집중할지, 교육훈련과 노동시장을 어떻게 연결하며 이를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말하자면 고등교육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양승훈).”

인구 15만명인 경북 안동의 4년제 국립대 안동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2020년만 해도 99.9%였다가 이듬해인 2021년 72.9%로 주저앉았다. 안동대는 이번에 2~3년제 전문대인 경북도립대와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대학에 신청해 예비지정을 받았다. 구미에 있는 금오공대와도 통합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안동대는 인문학 소외에 대응해 오히려 ‘인문 혁명을 선도’하겠다는 기획서를 냈다. 한국국학진흥원 등 경상북도 산하 연구기관을 대학과 통합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안동대 기획처 관계자는 “입학처장님이 제발 학교 사진 찍을 때 산 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한다. 학생들 안 온다고(웃음). 국립대학을 유치하려는 울산시에 새 캠퍼스를 만들자는 구성원도 있다. 그러나 국립대의 책무와 대학의 역할을 생각하면 그런 선택은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거점 국립대만 남기고 다 없애자는 얘길 흔히 듣는다. 그러나 대학의 기능은 학생을 키우는 데만 있지 않다. 단독 대학으로든 분교로든, 대학이 없으면 이 지역은 죽는다. 안동대로서는 글로컬 대학이 사실상 대학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경북의 인구당 의사 수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데, 앞으로 의대를 유치해 고령자 친화형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