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하기〉 〈대통령의 글쓰기〉.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연설기획비서관과 연설비서관을 지낸 윤태영씨와 강원국씨가 쓴 책이다. 두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비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지금도 인상에 남는 건 ‘글과 말에 공을 들였던 대통령이었구나’ 하는 점이다. ‘글쓰기 요령’도 배울 게 적지 않았다.
그런데 현직에 있을 때는 대통령의 말을 두고 말들이 참 많았다. 말의 품위가 없다느니, 대통령답지 않은 표현을 쓴다느니…. 보수 언론이 자주 대통령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윤태영씨를 만났을 때도 ‘말과 글에 관심이 무척 컸는데도 역설적으로 그 어떤 대통령보다 설화를 많이 겪었다’고 물었다. ‘대통령다움’에 대한 통념을 깨보자는 의도가 있어서 서민 말투와 유머를 쓴다든가 했는데 재임 기간 내내 ‘표현’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다는 답을 들었다. 그것 때문에 당한 상처와 피해가 커서 임기 말에는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은 어떤가. 일견 단호해 보인다. ‘이권 카르텔’ 같은 단어로 무 자르듯 일도양단한다. 평생 수사 검사를 해와서인가. 단호한 말이 느닷없이 튀어나와 한국 사회를 ‘때린다’. 지난해에는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가 큰 사회적 혼란이 뒤따랐다. 이번 수능 문항에 대한 말도 그렇다. 6월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라고 말한 이후 상황을 보라. 수능을 5개월 앞두고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대기발령 조치되고,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장이 사임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야말로 ‘벙쪄’ 한다. 파장이 커지자 여당에서는 “대통령은 검찰 초년생인 시보 때부터 수십 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입시 비리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뤄봤고,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서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는 말 같지 않은 발언을 내놓았다.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 검찰은 각종 전문가들의 집합소 아니겠는가.
다시 ‘수능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올린다. ‘킬러 문항’ 문제를 취재했던 이상원 기자가 여러 당사자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급발진한 수능 문항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미지수다. ‘사교육 문제 해결’은 중요한 의제이지만 수능 5개월 전에 단칼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정말이지 ‘좋아, 빠르게 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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