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신은 상주가 영정을 들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중학교 2학년, 자신의 어깨보다 넓은 영정을 들었다. 작은 손 위에 올려진 위패는 종종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기울었다. 그럴 때마다 어린 상주는 위패와 영정을 고쳐 들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르막길은 길었고, 오르는 발걸음은 느렸다. 영정 속에 그의 아버지인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50) 사진이 담겼다. 그는 노동절인 5월1일,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해 5월2일 숨졌다. 그 후 50일 만에 발인이 진행됐다.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이 6월21일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 미사를 마친 후 유가족을 비롯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약 6천여 명(주최측 추산)이 운구 차량을 따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까지 장례 행렬을 이어갔다. 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마친 후, 오후 1시부터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영결식을 했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 노동자들이 앉았다. 그의 죽음을 기리며 묵념하고, 추모 영상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따금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상임장례위원장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고인을 추모하며 “양회동 동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자. 양회동이 옳고 윤석열이 틀렸다고 증명하자”라고 말했다. 유가족과 노조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헌화가 끝난 후, 운구 차량은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향했다.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노조원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하관식에 참석했다. 장지에 관이 내려갔다. 장지 곳곳에 150여 명이 조용히 서 있었다. 흙이 관 위로 떨어지는 소리 사이사이로 흐느끼는 소리가 이따금 들렸다. 제사를 지낸 후, 남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남겼다.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은 "양회동 열사를 기억하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양섭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본부장은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소주 한 잔 하자"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형인 양회선씨는 "내년에 다시 이곳에 왔을 땐 동생에게 우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양회동씨의 딸은 한 손으론 상복 치마를 움켜쥐었고, 다른 손으론 옆에 있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아들의 등을 가끔 쓸어내리다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우리 건설노동자는 1980년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이제는 죽지 않고 일하고,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던 한 건설노동자의 오랜 장례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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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동절에 건설 노동자가 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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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윤석열 정부가 건설 현장 노조 활동을 ‘건폭’이라고 부르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건설 노동자 양회동씨(50)가 노동절인 5월1일 분신했다. 양씨는 지난 1월부터 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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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이데올로그’를 뽑은 게 아니잖나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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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석 편집국장
뉴스를 전하는 입장이지만, 어떤 뉴스에는 피로감을 느낀다. 6월28일 대통령이 행사장과 회의에서 했던 발언이 그러하다.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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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이라 불린 어느 노동자의 죽음 [2023 올해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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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미소·글 오은(시인)
잃는 일은 앓는 일이다. 누구를 잃으면 무엇도 함께 사라진다. 누구를 살릴 수 없기에 사라진 그 무엇의 행방을 좇으며 끙끙 앓는 것이다. 잃었던 것이 희망이었음을 깨달으면, 잃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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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양회동씨 부인 “열사 호칭 어색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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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상원 기자
5월1일 노동절은 김선희씨 가족에게 기일이다. 지난해 5월1일 김씨의 남편인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몸에 불을 붙였다. 경찰이 양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