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전하는 입장이지만, 어떤 뉴스에는 피로감을 느낀다. 6월28일 대통령이 행사장과 회의에서 했던 발언이 그러하다.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 문재인 정부를 지칭한 발언으로 들린다. 반국가 세력이라니. ‘선 넘은’ 표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검찰총장까지 승승장구했는데,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그때 ‘반국가 세력’에 ‘부역’했다는 말인가? 기사를 읽은 순간 한숨이 나왔다. 대통령의 이데올로기적 발언이 또 어떤 정치적 긴장을 불러일으킬까.
그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이 했다는 말도 걱정스럽다. ‘건전 재정’을 강조하며 “빚내서 현금성 지출을 늘리는 건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시사IN〉 커버스토리에서 쓴 것처럼, 올해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데 대책은 뿌옇고, 발언 내용은 한쪽으로 쏠려 있다. 재정학자 중에는 경기둔화 시기의 재정 역할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미래세대 약탈’ 같은 표현을 쓴다면,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겠는가.
‘뉴스 전달자’도, 어떤 뉴스에는 마음이 아프다. 6월23일 27세 청년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다 추락해 숨졌다. 추락하기 10여 분 전 그는 동료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혼자 작업하기 힘드니 도와달라.” 6월19일에는 경기도 하남의 한 외국계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정리 업무를 하는 31세 노동자가 숨졌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그는 열기가 노출된 주차장 한편에서 쉬다가 쓰러졌다. 사망하기 이틀 전, 그는 동료에게 만보계 화면을 캡처해 보냈다. 하루 4만3712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62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사업장에 승강기의 설치·조립·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임해 그 사람의 지휘하에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또 폭염주의보 발령 시에는 옥외 노동자에게 1시간마다 10~15분씩 휴식시간을 주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런 조항이 있음에도 혼자 승강기를 고치다, 무더위에 일하다 젊은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먹고사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이니 ‘미래세대 약탈’ 같은 말 대신 이런 문제에 대해 발언해주길 바란다. 대선에서 ‘이데올로그’를 뽑은 게 아니잖나. 그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국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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