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5일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3일차 파업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왜 이 일을 하세요?” 취재원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앞에는 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붙는다.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공동체에 꼭 필요한 일을 맡았는데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열악한 처우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도 좀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기자 일을 하며 많이 만나게 된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난 뒤엔 항상 궁금해졌다. ‘그냥 그만두고 다른 일 하는 게 차라리 편하지 않을까?’ 그래서 물어본다. 왜 그 일터를 떠나지 않느냐고. 왜 계속 그 일을 하느냐고. 그들은 비슷한 단어를 꺼낸다.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사명감… 네, 사명감 때문인 것 같아요.” 찌푸렸던 미간을 펴고 눈을 반짝인다.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을 주는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자신의 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구체적 에피소드를 곁들여 즐겁게 이야기해준다. 어느덧 ‘행복한’ 표정까지 짓다가 마지막엔 부끄러워한다. “아유, 제가 기자님에게 쓸데없는 수다를 떨었네요.” 하지만 나는 이미 감동을 받아 눈시울이 촉촉해져 있다.

파업 현장이나 기자회견에서 취재원들은 현수막과 피켓에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요구를 적고 구호를 외친다. 하지만 단순히 ‘돈 더 받고 싶어서’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 ‘꿀 빨고 싶어서’ 그렇게 직장 내 불이익을 감수하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농성 천막 안에서, 피켓을 잠시 무릎 아래 내려놓고, 목에 폼나는 전자출입증을 건 정규직 직장인들이 바쁘게 오가는 거리의 벤치에 앉아, 그들은 일하는 사람의 자부심과 직업의식과 사명감과 그것이 훼손된 경험에 대해 기자에게 말해줬다.

‘직업의식’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선 너무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무슨 고시 같은 걸 치는 소수 직군만이, 높은 연봉을 받고 타인이 우러러보는 직업인만이 직업의식을 갖고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나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되 그만큼 인정을 받지 않아서 슬프고 속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고 나서 확신하게 되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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