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배문성씨는 2019년에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스스로 집계한 데이터들과 분석 틀을 통해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0년을 맞으며 집값은 배씨의 전망과 반대로, 마치 날개 돋친 듯 치솟았다. 거의 모든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반토막” 난다거나 “감소세로 돌아섰다”라며 집값 상승을 예측했다. 이는 시민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배문성씨는 이른바 ‘공급부족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공급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적 통계로 확인되는 2020~2021년의 입주 물량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많은 수준이었다. 이렇게 공급이 넘쳐났던 상황에서 집값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화두를 걸고 고민한 결과가 그의 최근 저서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이다. 실증 통계도 넉넉하게 담고 있다. 책 제목에는, 시민들이 언론이나 전문가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그를 만나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거짓 정보’가 범람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문제부터 언급했다.

“기자들은 대다수가 여러 부서를 돌아가며 순환근무를 하니 부동산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한 사람이 드물다. 그들이 의견을 묻는 전문가들의 풀(pool)도 매우 제한적이다. 일정한 전문가들만 취재하다 보니 부정확한 내용의 기사들이 양산되었다. 예를 들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는데, 그 ‘공급’이 도대체 뭐냔 말이다.”

‘주택 공급’이란 ‘팔 집’이 시장에 나온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 다른 뜻도 있나?

주택의 공급은 대체로 인허가, 분양, 착공(공사 시작), 준공(공사 완료), 입주 등의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가 모두 ‘공급’의 범주에 들어간다. 또한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갈 때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또한 공급의 기준이 인허가인지 착공인지 입주인지에 따라 공급량이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무조건 ‘공급이 부족하다’고 단순하게 몰아갔다. 실제 통계를 보면, 인허가로나 준공 내지 착공 기준으로나 문재인 정부 시절 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상당히 확대되었다.

현실의 아파트 시장에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자체로 ‘공급 부족’이 증명된 것 아닐까?

‘공급 부족론’의 문제는 ‘주택 수요가 일정하다’라는 잘못된 가정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사실 주택 수요는 들쭉날쭉하다. 2022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년도(2021년)에 비해 얼마나 줄었는지만 봐도 그렇다. 수요의 변동이 극심하다면, 가격 상승을 공급 탓으로만 돌리는 논리에는 엄청난 결함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 자체가 적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왜 거의 모두가 공급 부족론으로 쏠렸을까?

2017~2018년에는 전문가들의 집값 전망이 ‘오른다’ ‘내린다’가 반반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데다 이후 공급될 물량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과 일부 지역의 집값이 거침없이 올라버리니, 전문가들 역시 놀랐을 것이다. 결국 ‘지금처럼 너무 강한 수요에 비해서는 공급이 부족한 것 아닐까’ 정도의 의견을 내며 ‘공급 증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본인도 놀랐나?

그렇다. 2019년에는 ‘(다른 지역은 물론) 서울 아파트 가격도 더 오르긴 힘들다’라고 판단했다.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와 거의 차이가 없이 붙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 가격이 ‘이제 조정을 받겠다(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세나 하락세로 돌아선다)’라고 판단했다. 실제로도 조정이 약간 일어났다. 그러나 2020년 들어 기준금리가 0.5%(2019년 10월에는 1.25%)까지 내려가면서 집값이 치솟아버렸다.

집값은 단순히 수요-공급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금리와 자산의 가격은 반비례한다.ⓒ연합뉴스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와 붙어 있어서 집값이 조정될 것으로 봤다’는 배문성 애널리스트의 발언은 주택시장에 대한 그의 시각을 관통하고 있다. 그는 집값이 단순히 수요-공급에 따라 널뛴다고 보지 않는다. 주택은 ‘(금융)자산’으로, 자산의 속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자산의 가격은 그 자산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따라 오르내린다. 예컨대, 돈(원금)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률(금리)이 일반적으로 10%라고 치자. 이런 상황에서 어떤 투자자가 특정 자산(증권이든 부동산이든)으로부터 매년 10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면 그 자산의 가격은 얼마로 평가해야 할까? 대략 1억원이다. 일반적 수익률이 10%인 상황이라면, 1억원을 투자할 때 대체로 100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연간 수익률이 20%로 올라간다면, 해당 자산의 가격은 5000만원으로 떨어진다. 5000만원만 투자해도 연간 10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와 자산의 가격은 반비례한다. 금리가 오르면(내리면) 자산 가격은 내려간다(올라간다).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도 비슷한 틀로 설명할 수 있다. 10억원으로 산 주택을 남에게 빌려줘서 얻는 연간 수익이 2000만원이라면, 임대수익률(임대수익/매입가*100)은 2%이다. 그런데 다른 자산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예금만 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률(예금금리)이 4%라면, 10억원이란 이 주택의 가격은 유지될 수 있을까? 배씨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주택 이외의 다른 자산이나 은행엔 5억원만 투자해도 2000만원(5억원의 4%)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주택에 투자할 돈을 다른 자산으로 옮기며, 이에 따라 집값은 떨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7월 임대차 2법이 시행됐다. ⓒ연합뉴스

배문성 애널리스트가 추적한 2010년대의 데이터에 따르면 줄곧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예금금리와 비슷함)보다 1%포인트 남짓 높았다. 기준금리가 3%대인 경우(2011년)의 임대수익률은 4%대였다. 팬데믹으로 기준금리가 0.5%까지 낮아진 2020년의 임대수익률은 1.5% 정도로 산정되었다. 그런데 배씨가 집값 하락을 예측했던 2019년 상반기의 임대수익률은 1.8%로 기준금리(1.75%)와 “붙어 있었”다. 이에 따라 그는 임대수익률이 1%포인트 정도 더 오르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임대수익률은 ‘임대수익/매입가×100’이므로, 임대수익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대수익률이 상승하려면 매입가가 하락해야 한다.

지금까지 봤듯이, 배씨에게 주택시장의 상승·하락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금리다. 그는 이명박(2008.2~2013.2), 박근혜(2013.2~2017.3), 문재인(2017.5~2022.5) 정부 시절의 금리와 주택시장 추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들은 경기 활성화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경기가 좋아지려면 내수와 수출 중 하나는 괜찮은 상태여야 한다. 수출 상황이 열악하면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부동산시장을 띄울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수출 호조 덕분에 부동산 활성화로 내수 부양을 무리하게 도모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10~2011년 중 다섯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부동산시장은 하락·침체기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수출 부진에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자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나 내렸다. 이로써 부동산시장은 회복·상승기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다. 그러나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여건이 조성되면서 1.75%였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하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 1.25%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잠시 침체되었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다시 수요가 붙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2020년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준금리를 0.5%까지 확 끌어내리자(2020년 5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택가격 폭등이 진행되었다.”

1월3일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시사IN 신선영

같은 해(2020년) 7월에 시행된 임대차 2법이 아파트 전월세와 매매가격을 오히려 더 올려버렸다는 지적이 있다(임대차 2법은 기존 세입자가 계약의 2년 연장을 요구할 때 임대인은 1회에 한해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규정했다(계약갱신청구권). 이를 통한 재계약의 경우 임대료 상승 폭이 5%로 제한되었다).

금리를 낮추면 전세가(전세보증금)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금리인하와 집값 상승의 메커니즘과 비슷함). 이런 와중에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전월세 급등을 오히려 촉진해버렸다.

입법 취지는 ‘전월세가 안정’이었는데, 어쩌다 그런 역효과가 유발된 것인가?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모두 100세대로 구성된 A라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전세 시세가 10억원이라고 치자. 매년 A 아파트에선 40세대가 다른 아파트로 이사 간다. 반면 A 아파트로 들어오려는 수요는 매년 50세대에 이른다. 이처럼 임대 공급이 40세대에 불과하지만 수요는 50세대에 이르니, 경쟁률은 1.25대 1이다.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렸기 때문에 이후 전세가 폭등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데 임대차 2법 덕분에 기존 세입자들은 전세가를 5000만원(10억원의 5%)만 더 올려주면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A 아파트의 세입자 대다수가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 아파트의 전세 공급은 40세대에서 예컨대 10세대로 줄어들게 된다. 수요 역시 줄긴 할 것이다(다른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 역시 전세가를 5%만 올리면 해당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A 아파트가 서울 강남이나 목동처럼 교육 여건, 교통 등 인프라가 좋은 곳이라면 임대 수요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예컨대 50세대에서 40세대로). 결국 공급이 40세대에서 10세대로 크게 떨어진 반면 수요는 50세대에서 40세대로 약간 감소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로써 A 아파트의 전세 경쟁률은 4대 1로 껑충 뛴다. 이로 인해 A 아파트에 새로 입주하는 세입자의 ‘신규’ 전세가는 이전의 10억원에서 예컨대 15억원 수준(그러나 기존 계약자들은 10억5000만원) 수준으로 폭등할 수 있다. 또한 아파트는 가장 비싼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면 이보다 저렴한 다른 지역의 가격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샤넬 가방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 하위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쉬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당시 아파트 전반에서 신규 전월세 가격이 폭등해버렸다.

임대차 2법이 ‘불타는 주택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인가?

그렇다. 안 그래도 금리인하로 전월세가 오르는 와중에 임대차 2법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전세 공급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전월세가 폭등은 매입까지 자극했다. 된서리를 맞은 세입자들은 임차료와 집값 폭등을 ‘구조적 상승’으로 받아들이며 심각한 공포를 느꼈다. 열받은 세입자들이 ‘영끌’과 갭투자로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집값이 더 올랐다.

그렇게 광풍이 몰아치던 와중인 2022년 상반기부터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었다. 지금은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글쎄. 우리는 금리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금리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모른다. 다만 임대수익률과 기준금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추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10여 년의 추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보다 대략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를 보면, 임대수익률이 2% 정도로 기준금리(3.5%)보다 오히려 1.5%포인트 정도 낮다. 결국 집값 하락이 멈추려면 기준금리가 낮아지거나 임대수익률이 높아져야 한다.

기준금리가 단시일 내에, 예컨대 올해 하반기까지 크게 낮아질 것 같지는 않다.

기준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임대수익률이 높아져야 집값 하락이 중단된다. 임대수익률 상승의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임대료 인상, 다른 하나는 집값 하락. 첫 번째 가능성인 임대료 인상부터 검토해보자. 과연 집주인들이 경기침체기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을까? 어렵다. 소득이 상승해야 임대료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주식·부동산 시장은 물론 수출 대기업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문에서 일하는 고소득자의 수입 역시 오르기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임대료는 오르기 힘든 여건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집값 하락으로 임대수익률이 올라가는 경우다. 개인적으론 올해는 부동산시장에서 조정이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 본다.

전세 문제가 가계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가는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2021년에 전세가가 지나치게 올랐다. 그때 계약한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서 나가려고 하면, 집주인(사실상 채무자)이 전세가를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전세가가 확 떨어진 지금 상황(예컨대 10억원에서 7억원으로)에서, 집주인이 전세가의 차액(신규 임차인으로부터 7억원을 받는다고 해도 10억원에서 3억원이 모자란다)을 현금으로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집주인들은 2021년 즈음에 올려 받은 전세가를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투자에선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돌려줄 수 없게 된다면…, 무서운 이야기다.

이런 집주인들에게 마지막 수단은 집을 파는 것밖에 없다. 더욱이 일부 지역에선 이미 집값이 2년 전의 전세가보다 낮다.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회 전반적으로 세입자들이 전세가를 제때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데 따른 ‘돈맥경화’가 발생할 수 있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 등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집주인)가 지고 있는 전세·준전세 보증금 부채가 100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집주인들의 급매가 한꺼번에 몰려나와 버리면 집값 하락의 속도와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집주인들이 안 좋은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팔자’에 나서면 그나마 다행인데, 내가 아는 지금 추세로는 대다수가 기다려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그런 기대가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분양시장의 가늠자로 평가받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시사IN 신선영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미분양 주택의 정부 매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부동산발 채권시장 위기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선 어쩔 수 없지 않나?

어느 정도 동의한다. 윤석열 정부의 최근 부동산 관련 조치를 두고 ‘둔촌주공 구하기’라는 식으로 많이 이야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둔촌주공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스(PF)가 우리나라의 모든 PF 대출 중에서 가장 우량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가장 우량한 둔촌주공의 PF 유동화 증권(건설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채권)마저 잘 거래되지 않으면 ‘다른 건설사업은 볼 것도 없다’라는 심리가 조성될 수 있다. 150조원 규모의 PF 대출 부문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둔촌주공 같은 몇몇 우량한 사업장에서라도 ‘괜찮다’로 방향을 잡아줄 정책적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국적으론 1년, 서울은 반년 정도다. 초기에 약을 너무 세게 처방하면, 증세가 더 나빠진 이후엔 어떤 약을 사용해야 할까? 정부가 하락장 초입부터 너무 많은 수단을 동원해버리면 나중에 사용할 카드가 소진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가져야 할 정책 기조가 있다면?

한국 정부는 부동산시장에서 어떤 사태가 벌어지면 그에 맞춰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 규제 강화, 급락이 염려되면 완화책을 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억제책을 사용해도 시민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기대한 만큼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시간 지나면’ ‘버티면’ ‘정권이 바뀌면’ 규제를 ‘풀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 같은 큼직한 정책에서만이라도 ‘정권이 교체되든 않든 큰 기조는 유지된다’라는 신뢰를 시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시장에 예측 가능성이 생기고, 정부의 정책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자명 이종태 선임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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