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들이 전장연 회원들의 승차를 저지하기 위해 지하철 출입문을 막아서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왜 여기 와서 이 난리야. 국회로 가, 국회로 가라고.” “세금 받아먹고 사는 것들이 어디서….”

날 선 말들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휠체어를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릴 때쯤, 보다 못한 경찰이 시민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제 그만하시죠.”

1월3일 오전 4호선 서울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지하철 타기 선전전에 나섰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관용 원칙’ 적용으로 단 한 명의 전장연 활동가도 지하철에 타지 못했지만 이튿날 유일하게 한 팀이 지하철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에 오른 활동가들에게 돌아온 건 시민들의 가시 돋친 말뿐이었다.

전장연은 지난해 내내 장애인 이동권과 활동을 지원하는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2023년 예산에는 그들이 요구한 금액의 0.8%만 증액되었다. 전장연은 새해 1월2일부터 다시 지하철 선전전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 재개를 앞두고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며 법원의 ‘5분 이내 시위 허용’ 조정안도 거부했다. 시장은 단 1분도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킬 수 없다고 말했고, 서울교통공사는 단 한 명도 지하철에 오르지 못하게 막으려 했다.

결국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1월4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에 나섰다. “정부도, 서울시도, 그리고 대다수 언론도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에 타고자 하고 선전전을 이어가려 하는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만 말하며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 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혐오와 갈등의 열차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1월2일 서울 삼각지역에서 전장연 회원들이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에 앞서 절을 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같은 날 ‘우동민 열사 12주기 추모제’에 참가하려던 전장연 회원이 몸싸움이 벌어지자 현수막을 안고 휠체어 아래로 내려와 있다.ⓒ시사IN 이명익
전장연 회원들의 승차를 막아선 경찰들ⓒ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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