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핼러윈’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 발생.” 10월29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제목뿐인 뉴스 속보를 보고 놀란 나는 SNS를 열어보고 더욱 놀랐다. 옮겨 적을 수 없는 ‘이태원 참사’ 현장 상황 사진·영상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채 업로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팔로나 구독을 하지 않아도 내 관심사와 위치, 최근 인기 게시물 등을 기반으로 여러 콘텐츠를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탐색 탭, 유튜브 쇼츠 탭을 통해 보게 됐다. 문제라고 여겨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트위터·페이스북 등 여러 SNS를 통해 사고 사진·영상을 볼 수 있었다. 피해 사진·영상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플랫폼 사업자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시민들에게도 퍼나르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해야 할 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당시 어떤 언론도 참사에 대처하는 자세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는 속보가 계속되는 동안, 플랫폼 사업자나 시민들에게 윤리적 대처를 요구하는 보도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더 많은 제보 사진과 영상이 필요해 보였다. 상당수 언론은 SNS에서 보고 문제라고 여겼던 사진과 영상을 그대로 퍼와 다양한 출처를 달아 기사화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 ‘SNS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출처를 보고는 ‘나와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판단했구나’ 싶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독자 제공’ ‘독자 인스타그램’이란 출처도 있었는데 ‘진정 독자에게 제공받은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SNS에서 본 바로 그 사진인데도 연합뉴스, 뉴시스라는 출처를 단 사진이 기사에서 보였다. 추측하건대 이는 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뉴시스가 ‘독자 제보 영상 캡처(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뉴시스)’를 통해 얻은 사진을 다른 언론사들이 전재하면서 그렇게 된 듯하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이 믿을 만한 언론사 출처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이 필요했는데…
참사 다음 날인 10월30일 오전, 트위터코리아는 공식 계정을 통해 ‘민감한 내용의 미디어 관련 정책’ 링크와 함께 “민감한 게시물의 리트윗 자제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쓴 트윗을 업로드했다. 해당 정책에 따르면 폭력적·성적 콘텐츠나 혐오 표현의 경우 트위터가 삭제를 요구하거나 계정을 영구 정지시킬 수 있다. 같은 날 카카오와 네이버도 이태원 참사 관련 피해자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의 유포를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게시하며, 게시글 및 댓글 작성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유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 트위터에는 사고 당시 또는 직후 사진·영상이 모자이크 없이 올라와 있고, 카카오·네이버 기사 댓글에서는 유언비어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 종종 보였다.
트위터코리아의 해당 정책이 실효성 있는지, 없다면 어떤 대응 방안이 있을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시글 및 댓글 기능을 아예 폐지할 순 없으니 문제 있는 게시글과 댓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시민들의 온라인·SNS 윤리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윤리의식을 높일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핵심적 공론장이 되어야 할 언론이 이를 주도할 수 있으며, 또는 주도해도 될까? 언론단체에서 활동하며 언론의 역할과 자격에 대해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곤 하는데, 이번에 절망이 또 하나 늘었다. 이태원 참사에서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이 필요했는데 참으로 안타깝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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