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과 강북구청이 싸우고 있다. 모름지기 싸움에서 잘잘못을 가리려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먼저 〈서울신문〉 말을 들어보자. 〈서울신문〉은 지난 10월25일부터 11월8일 현재까지 줄기차게 강북구청장의 수해 당시 행적 관련 단독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10월25일 ‘폭우 현장 갔다더니 수십만 원 법카 회식’, 10월26일 ‘거짓 동선 이순희 강북구청장,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당해’, 10월27일 ‘강북구 국민의힘 의원들 “거짓 업무일지 논란 이순희 구청장 사과해야”’, 11월8일 ‘폭우 현장 순찰했다던 강북구청장, 통화 내역엔 자택 근처만 찍혔다’ 등등.
기사를 종합해보면 강북구청장이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호화 식사를 하고서 폭우 현장을 방문했다고 꾸며”냈다고 한다. 기사의 비판은 두 가지다. 첫째는 비 오는 날 ‘호화 식사’를 했다는 것, 둘째는 수해 현장에 가지도 않고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거짓으로 꾸며냈다는 것이다. 또한 강북구청장은 지방선거에서 2위 후보와 438표 득표 차이로 당선되었다고 한다.
강북구청의 말을 듣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계도지’라는 개념이다. 계도지란 지자체에서 구입해 통반장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신문을 뜻한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세금으로 통반장들이 볼 신문 구독료를 대납해주는 ‘권언유착’의 한 형태다. KB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에서 계도지 구입 비용이 가장 많은 구는 강북구로 6억2200만원이다. 그리고 서울시 전체 계도지 구입의 57%는 〈서울신문〉이 차지한다. 〈서울신문〉은 계도지 시장의 독보적 ‘원톱’이다.
호화 식사 논란과 수해 현장 방문 ‘진실 공방’
이젠 강북구청 말을 들어보자. 전 시장 때 편성한 계도지 예산이 지나치게 많았고, 특히 〈서울신문〉 구독 비율이 월등히 높았던 현실을 바로잡고자 8월1일부터 〈서울신문〉 구독 부수를 1150부에서 385부로 줄였다고 한다. 그러자 고위급 인사가 “이렇게 나오면 〈서울신문〉 경영진의 감정이 상한다” “구청장은 정치인인데 재선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신문〉은 문제의 기사를 경로잔치 현장에 배포했다고 한다.
또한 7명이 16만3000원어치 저녁을 먹었다고 ‘수십만 원 호화 식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북구청은 주장한다. 수해 현장에 가지 않고 거짓말로 수해 현장 방문했다는 기사에 대해서는, 수해 현장 방문 사진은 물론 휴대전화 통신 기록도 제시하며 반박한다.
자,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서울신문〉의 강북구청 비판 기사가 계도지 구독 감소와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주민의 세금으로 대납해주는 계도지의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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