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시사IN〉 취재진과 만난 라스무스 클레이스 닐슨 소장. ⓒ시사IN 신선영

2020년 4월 영국 버밍엄, 리버풀 등지에서 통신탑이 불에 타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 5G 인터넷이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을 때였다. 비단 영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메탄올부터 소금물, 유제품 ‘불가리스’까지 ‘소재’만 바뀔 뿐, 나라마다 코로나19의 예방효과와 관련된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가 판쳤다.

위기 소통의 관점에서 팬데믹은 전 세계 언론에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5G 논란’처럼 단순히 허위 정보를 정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매 순간 불확실한 정보가 쌓였으며, 정부를 견제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최전선에서 전달해야 했다. 어떤 기사는 팬데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어떤 기사는 방역에 방해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리뷰’한다면 언론 보도는 중요한 한 꼭지다. 〈시사IN〉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를 찾은 이유다. 이곳은 지난 3년간 인포데믹(infodemic)을 주제로 여러 보고서를 냈다.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연구를 이끈 라스무스 클레이스 닐슨 소장(옥스퍼드 대학 정치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코로나19는 의료 위기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 비상 사태였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26일 옥스퍼드 대학 내에 위치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닐슨 소장을 만났다.

코로나19 보도 측면에서 영국 언론은 어땠나?

전반적으로 영국 언론은 팬데믹 위기에 책임감 있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일수록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랐고 바이러스와 관련된 주요 용어를 이해했으며, 백신접종의 유익성을 이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영국 국민들은 언론이 위기 상황에서 보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점에 불만을 느꼈다. 2020년 8월25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영국 응답자 1003명 중 35%가 뉴스 보도 방식이 감염병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다. 영국 언론은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영국 국민 상당수는 정치인과 정부를 그다지 믿지 않거나, 관심이 없었다. 정치인의 말을 길게 인용하거나 혹은 그들의 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신뢰할 만하거나 유용한 정보가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의료진은 매우 존경받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 여겨졌다. 물론 팬데믹 위기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위기이고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일부 보도는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시민들의 삶과 멀어졌다.

한국에서도 언론이 정부의 방역 정책에 혼돈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언론은 ‘정책 감시’와 ‘방역 협조’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까?

언론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존중한다. 다만 사람들이 언론에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뉴스의 독립성이다. 독립적이라는 말이 반드시 정부에 적대적이거나 반대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의 말이 과연 신빙성 있는지,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 언론매체가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보도해주기 기대한다. 정부에 반론권을 제공하되, 그 말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국제적인 정보 출처에 기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 3년간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는 인포데믹을 집중 연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경험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원래 저널리즘은 새로운 것을 다루는 데 능하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팬데믹은 불확실한 것이었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양의 불확실한 정보를 다뤄야 했고, 방역 전문가들조차 충분히 합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정책적 관점에서도 하나의 답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언론인들은 이 불확실성이란 개념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2020년 4월7일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코로나19로 입원한 병원 앞에 현지 취재진이 모였다.ⓒEPA

불확실성에 대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코로나19 유행이나 방역 정책과 관련해 의사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다. 만약 언론이 하나의 과학적 의견만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면 오히려 방역에 해를 끼쳤을 것이다. 때로는 일부 정치인이나 오피니언 리더가 마스크와 백신의 효과에 대해 충분한 근거 없이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공중보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그들에게 ‘공간’을 내어준 언론도 있었다. 그러나 정치인과 평론가의 의견과 과학자의 판단이 동등하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두 의견을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균형’이다.

이다음 팬데믹을 위해 각 언론사가 성찰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언론매체들이 과학적 전문 지식을 갖고 있거나, 거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식품이나 스포츠 분야를 취재해와서 (재정이나 국방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기자가) 전문가들과 상의도 없이 국가 예산이나 안보 정책을 다루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팬데믹 위기를 다룰 때 실제 공중보건 및 의료 지식에 기반해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교육을 받은 기자가 없는 뉴스룸은 서로 다른 취재원들의 주장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 언론매체가 뉴스룸의 과학적 전문 지식에 투자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대비도 필요하다. 영국은 다양한 미디어 환경을 가진 국가이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2020년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에 대한 뉴스를 거의 또는 전혀 소비하지 않으며, 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유행 초기 6%에서 그해 8월 말에는 15%로 늘었다. 하지만 현재 언론 환경은 이민자나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계층을 향하도록 부추긴다. 감염병 재난에서 누가 더 많은 대가를 치렀는지, 언론보도가 정보 취약계층에게 충분히 가닿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 본 기획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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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옥스퍼드·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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