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템스강 인근에 위치한 네셔널 코비드 메모리얼 월(The National Covid Memorial Wall).ⓒ시사IN 신선영

실책은 많았고 성찰은 깊었다. ‘세계의 코로나 대응, 현장을 가다’ 기획으로 영국을 다녀오며 느낀 점이다. 주로 해외 취재는 우수한 사례를 참고한다는 목적이 강했다. 이번은 달랐다. 영국은 팬데믹 이후 깊어진 불평등으로 씨름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번 취재 목적은 ‘누가 누가 더 방역을 잘했나’ 줄 세우려는 게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크든 작든 실패의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팬데믹 상흔이 컸던 만큼, 이를 성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중 인상적인 대목은 코로나19가 초래한 돌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영국 하원이 2021년 10월 내놓은 코로나19 대응 보고서에는 처절한 반성이 담겼다. 여기에는 의료진과 과학자 외에도 가족 돌봄 당사자, 요양보호사, 돌봄 권익 단체의 평가가 담겼다. “봉쇄 조치로 인해 사회적 지원과 돌봄 서비스가 중단되며 장애인과 가족의 삶에 극도로 피해를 입혔다.” 

재난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은 새롭지 않다. 그러나 모든 사회가 이 피해를 되짚어보려는 노력을 한 건 아니다. 앤디 맥고완 씨는 영국의 돌봄 권익 단체 ‘케어링 투게더’ 활동가다. 그가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가장 애쓴 건, 영케어러(가족 돌봄 청년)와의 온라인 상담이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실태 파악’이라고 말했다. “영케어러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그래야 더 많이 연구하고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14년 영케어러에 대한 법적 권리를 인정한 뒤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언젠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보고서가 나온다면, 돌봄 위기가 하나의 챕터로 들어가게 될까. 코로나19 기간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어떤 위기는 통계에 잡히지도 못한다. 가족을 돌보는 청년이 약 29만5000명에 이를 거라는 ‘추정치’뿐이다. 정부는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10월2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영케어러 지원 대책 논의를 위한 ‘가족돌봄청년 관계부처 TF’는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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